우리금융 제재 놓고 금감원 강경, 금융위 중립 시각차
가계대출 대책 오락가락 지적에 금융위 '교통정리' 나서
검찰-모피아 대립 시각 등 해석 분분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가계대출 폭증과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의혹을 놓고 두 기관의 입장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존재감이 여전한 가운데 이번 사안을 계기로 김병환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금융위-금감원의 관계설정에 새로운 변곡점이 올지 시장에서는 주목하는 분위기다.
◆금융위 이례적 긴급 브리핑…가계대출 대책 '교통정리'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가계대출 폭증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 정리에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가계대출 정책 관련 발언이 오락가락해 은행과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는 확고하다"며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은행들이 손쉽게 금리인상으로 대출 수요를 줄이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럴수록 금감원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어 은행들이 대출한도를 줄이고 유주택자 주담대 등을 제한하자 '대출절벽' 우려가 커졌고 이 원장은 다시 "실수요자까지 제약 없도록 관리해달라"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6일 금융위가 이례적으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메시지는 일관적"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원장의 발언으로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된다는 비판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리금융 논란에 대해서도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미묘한 입장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 원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의 우리은행 350억원 부당대출과 관련해 "현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겨냥했다. 반면 금융위는 이와 관련해 어떠한 메시지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금감원의 행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피아' 금융위- '검찰 수장' 금감원, 엇박자 가능성?
특히 금감원이 우리종금-한국포스증권 합병 특혜 의혹을 검사한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금융위에서는 불편한 심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는 합병을 승인한 상급기관인 금융위까지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사실관계를 떠나 내부에서는 이미 '금감원 때문에 금융위가 루머에 시달린다'는 불만이 나오는 실정이다.
한동안 가라앉아 있던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임 금융위원장인 김주현 전 위원장 시절에는 '실세 금감원장'으로 통하는 이 원장이 금융정책 방향의 전면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융위의 역할을 산하기관인 금감원이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금융위-금감원의 갈등 사례는 2018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전 금감원장의 시절이 대표적이다.
개혁학자 출신인 윤 전 원장은 취임 후 '금융소비자 보호'를 내세우며 금융사의 검사·제재에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금융위는 감독의 합리성·투명성을 근거로 제동을 걸었다. 특히 노동이사제 도입, 키코(KIKO) 문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등을 두고 갈등이 지속됐다.
2021년 검사 출신인 이 원장이 취임할 때도 '금융관료와 잘 융합될 수 있을까'라는 우려섞인 시각이 있었다. 그간 이 원장 특유의 업무조율 능력으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으나 최근 김 위원장이 새 금융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관계가 재설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번 주부터 금융권 및 언론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시장에 대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금융정책을 이끄는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시장 관계자들도 앞으로 금융당국 두 수장 관계에 어떤 변곡점이 생길지, 이에 따른 정책 방향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시장의 여러가지 부정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시장 질서를 책임지는 당국자로서 용기있고 바람직한 행동"이라며 "다만 정책을 담당하는 상급기관인 금융위와 엇박자를 낼 경우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할 수 있어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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