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회장 "전공의 행정처분은 의정갈등의 부산물"
다른 교수 "사직시점 해석 달라…수도권 쏠림 우려"
전의비 교수 "요구사항 해결 안돼…복귀 의미 없어"
익명을 요청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A 부회장은 8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오는 15일까지 사직 처리 등을 완료하라고 한 것은 사직된 전공의와 돌아올 전공의를 '정리'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공의 복귀 대책을 발표하면서 오는 22일부터 시작될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각 수련 병원에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라고 했다.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4일 이후부터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그 전까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9월 전공의 모집은 예년과 같이 일부 과목에 한정하지 않고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전의교협 A 부회장은 '갈라치기로 보느냐'라는 물음에 "(그런 점을) 노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당장 급하니 내년 3월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병원장들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행정처분이 취소된다 해서 전공의들이 복귀하진 않는다"고 했다.
A 부회장은 "전공의들의 행정처분은 이 사태의 근본적 이슈가 아니다. 단지 부산물"이라며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이유는 사실 급격한 의대 증원, 즉 2000명 증원 또 전혀 논의된 바 없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강행을 멈춰 달라는 데 있다"고 했다.
그는 "원점 재검토라는 요구는 (증원 필요성 등을) 무시하겠다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해 진행하자는 것"이라며 "전공의들은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돌아올 명분도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A 부회장은 "돌아오면 아무 일 없이 돌아갈 것은 아니고 1년이 지나면 의료가 붕괴될 텐데 돌아올 이유가 없다"며 "복지부도 알 것이다. 임기응변만 생각하다 보니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대학입학전형 확정으로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재외국민 및 외국인 전형(29명)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입시 일정이 시작된 상태다.
이에 대해 A 부회장은 "수시 원서접수(9월9일)가 시작된 게 아니기 때문에 기회는 있다"며 "지금 현재 상황과 1년 뒤 상황을 예측하면 어느 게 공익에 부합하는지 잘 따져야 한다"고 거듭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B 교수는 "지금 정부는 사직철회라는 방법으로 전공의를 복귀와 미복귀로 갈라치기 하고 있다"며 "후반(하반기) TO 및 조건 규정을 마음대로 변경해 오히려 수도권 쏠림 현상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에 참여 중인 교수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C 교수는 "전공의들의 요구 사항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 복귀하는 건 그동안 병원을 떠난 행동에 대해 얻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전공의들의 처우가 좋지 않아서 (의료 현장을) 나간 게 아닌데, 정부는 계속 전공의 처우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행정처분 취소가 아닌 철회에 대해 역효과만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대표해 의대 정원 관련 소송을 담당하는 이병철 변호사도 정부의 발표를 비판했다.
그는 "오늘 조규홍 장관의 발표는 지난달 발표와 다를 바 없는 '앙꼬 없는 찐빵', '하나마나한 소리'에 불과하다"며 "달라진 점은 딱 한 가지,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철회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는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서도 행정법상 행정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즉 행정처분을 '철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특별히 새로운 발표를 한 것이 전혀 아니다"며 "예측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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