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 대입개편안 따른 첫 대입시행계획 관건
수능서 미적분Ⅱ·기하 빠지자 '학력저하' 우려
기초소양 명분 변별력 확보 장치 마련 가능성
①'전공 연계 교과 이수' 지원 자격으로 격상
②대학별고사 출제…③수능 수학·과학 가산점
사교육 경감 기대했지만 불안 심리 커질 수도
의예과를 비롯한 서울 주요 대학 이공계열 학과에서 기초 소양을 갖춘 상위권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면접 등 대학별고사를 강화하거나 고교에서 '심화수학' 관련 교과 이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날 확정된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에 따르면 수학의 출제 범위는 현재 수능에서 문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치르는 내용으로 줄어든다.
현행 수능 수학은 모든 수험생이 공통과목 문제(75%)를 응시하고 선택과목 1개를 골라 치르지만 내년 중학교 3학년 학생부턴 수능서 선택과목 없이 모든 학생이 지망 계열과 상관 없이 같은 문제를 풀게 된다.
출제 범위는 '2022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대수'·'미적분Ⅰ'·'확률과 통계' 교과로 현행 수능 문과 수학 범위인 '수학Ⅰ'·'수학Ⅱ'·'확률과 통계'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당초 2022 개정 교육과정 기준 '미적분Ⅱ'(현 미적분)와 '기하' 등 이과 수학을 출제 범위로 하는 '심화수학' 도입을 저울질했지만 이를 수능에서 제외하라는 국가교육위원회 권고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론상으로는 현재 수능 기준 '문과 지망 수험생'이 의대나 공대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교육부는 '수포자'를 양산하는 심화수학을 수능에서 제외해 불필요한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수능 선택과목이 남아 있어 그간 대입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던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철폐했다는 데 의의를 둔다.
교육부는 개편되는 수능에서도 미적분과 기하의 기초 개념인 '미적분Ⅰ'이 출제되는 데다 내신에서 학습이 이뤄질 예정이므로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대한수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는 대입개편 시안이 논의될 때부터 심화수학을 수능에 꼭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만큼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주요 대학에서 변별력 확보를 위해 심화수학 과목의 고교 교과 이수를 요구하거나 면접·논술 등 대학별고사에서의 출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다수 입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심화수학 교과(미적분Ⅱ·기하) 이수를 요구하는 경우 서울대의 방식을 참고할 만하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수능 성적으로만 2배수를 먼저 선발하고 2단계에서 수능 80%, 교과평가(내신) 20%로 합격자를 가린다.
서울대는 이번 정시 전형 모집요강에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을 명시하고 있다. 지원자격과 무관하지만 정시모집 교과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밝혀 고교에서 해당 교과를 이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셈이다.
공과대학 기계공학부는 핵심 권장과목으로 '물리학Ⅱ'와 '미적분'·'기하'를 제시했다. 의과대학 의예과의 경우 '생명과학Ⅰ'이 핵심 권장과목이고 '생명과학Ⅱ'와 '미적분'·'확률과 통계'·'기하'를 권장하는 식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심화수학 과목이 수능에 없다는 것 뿐이지 내신에서 미적분Ⅱ·기하를 학습하기 때문에 관련 학계의 반발은 설득력이 없다"면서도 "정시모집에서 대학들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내신 성적을 반영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수험생들은 전공 연계 과목에서의 내신 성적이 매우 중요해짐에 따라 내신의 부담감이 증가한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당수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모집난을 겪는 상황에서 심화수학 관련 내용의 지원 자격을 강화할 시 신입생들이 지원을 기피할 수 있다는 부담을 느낄 것"이라면서도 "일부 상위권 대학, 의대 등 이공계에서 정시에 내신 심화수학 과목을 전형 자료로 반영하는 대학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고사에서 심화수학과 심화 과학 출제범위를 출제하는 방법도 많은 입시 전문가들이 이공계열 학과의 새로운 '빗장'으로 예측한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 범위가 감소하는 만큼 사교육 경감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른바 '이과 기초학력 저하' 논란에 따라 학습 부담이 늘어나면서 학부모 불안 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공계열 학과에 지원하려는 수험생은 내신 관리에 대한 부담 뿐만 아니라 수능 수학과 통합사회·통합과학 방식의 탐구 영역에 대한 부담 역시 져야만 한다.
이 소장은 "학습량이 줄어든다는 것과 학습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수능에서도 각 대학은 자연계열 모집 단위에서 수학과 과학탐구에 가중치와 가산점을 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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