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립형 회귀 '멋없게 지는 최악" 이탄희 '불출마' 선언…선거제 내홍 깊어지는 민주

기사등록 2023/12/13 11:47:13 최종수정 2023/12/13 13:41:29

지도부 회귀 움직임에 친명·비명 '선거제 퇴행' 성토 쏟아져

김두관 "국민 배신하면 져" 김종민 "정치개혁 약속 지켜야"

14일 의총서 선거제 추가 논의…내홍 넘어 분당 신호탄 될 수도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2.13.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무게를 실으면서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연동형 선거제 유지'에 앞장서고 있는 이탄희 의원은 총선 불출마란 배수의 진을 쳤고, 계파 구분 없이 '선거제 퇴행'이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당 안팎으로는 이 대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밀어붙일 경우 내홍을 넘어 분당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탄희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에 남아 있는 출마 기회를 다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며 "제가 가진 것도, 가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다 내놓겠다. 선거법만 지켜달라"고 밝혔다.

그는 "먼저 밝힐 점은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분열의 길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당도 그동안 수차례 했던 대국민 정치개혁 약속을 깨고 분열의 명분을 주어서는 안 된다. 내일은 당이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달 28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수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이날 선거제 개편 관련 의원총회를 하루 앞두고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고 한 발언을 겨냥해 "'멋지게 이깁시다'. 용기를 냅시다. 양당 기득권이 아니라 국민 편에 서겠다 했던 대국민 약속을 지키고, 지역구에서 1당 합시다. 연합정치로 더 크게 이깁시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멋없게 이기면, 총선을 이겨도 세상을 못 바꾸고 대선이 어려워진다"며 "대선을 이겨도 증오정치가 계속되면 그다음 대선에서 윤석열보다 더 한 대통령, 제2, 제3의 윤석열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병립형 회귀는 '멋없게 지는 최악'의 방향이라며 "선거제 퇴행을 위해 우리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야합하는 무리수를 두면, 총선 구도가 흔들리고, 국민의 정치혐오를 자극해서 투표율이 떨어지고 47개 비례대표 중 몇 석이 아니라 총선의 본판인 253개 지역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3.10.16. scchoo@newsis.com


친명계로 분류되는 3선 중진의 김두관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약속을 지키면 이기고 국민을 배신하면 진다"고 지도부를 직격했다.

김 의원은 "병립형은 지는 제도로 병립형 야합을 하면 민주당은 분열, 분당되고 야당이 난립하면 수도권 박빙지역은 백전백패할 것이 뻔하다"며 "병립형은 이준석 신당을 제3당으로 만들어 궁극적으로 '여권연합'을 승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연동형은 민주당도 과반 이상을 얻고 우호적인 야당도 비례의석을 얻어 다당제 정치개혁과 함께 연합정치를 꽃피울 수 있다"고 피력했다. "뛰쳐나가려는 세력들의 탈당 명분을 없애고 하나된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도 했다.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 김종민 의원도 "선거법 퇴행은 안 된다"면서 "'답정너' 의총과 설문조사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미 지도부는 병립형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의총에서 가닥을 잡으려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최근 진행하고 있는 의원과 당원 대상 선거법 설문조사도 설문 문항의 편향성 때문에 그 일환이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견이 심각하고 민주당의 역사, 가치, 정신을 훼손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으로 의총 토론에서든 설문조사에서든 결정해야 할 사안은 연동제·병립제냐가 아니고, 선거제도는 각각 장단이 있어 결사적으로 찬반을 다툴 사안도 아니"라며 "결정해야 할 핵심 쟁점은, 우리가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개혁 약속을 이렇게 쉽게 위반해도 괜찮은가 하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선거 유불리를 얘기하지만 유불리는 민심이 정하는 것으로 앞으로 민심의 향배에 따라 수십 석이 좌우될 수도 있다"며 "약속 지켜서 신용을 얻느냐, 약속 어기고 현찰 10석을 얻느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3.11.08. bjko@newsis.com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선거제 개편 및 위성정당금지법 추진 여부 등을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 탓이다. 당은 14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 방안을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의견이 양분된 가운데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는 본인의 유튜브 라이브에서 "선거는 승부"라며 "이상적 주장으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느냐"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준연동형은 위성정당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유불리를 떠나 이렇게 불완전한 선거제도를 방치하는 것은 정치권의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고 했다.

비명계는 물론이고, 일부 친명계에서도 이에 반대하고 있어 선거제 개편안을 도출하기까지 당의 내홍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준연동형을 전제로 한 위성정당방지법에 뜻을 모은 민주당 의원은 전체 168명 중 과반에 가까운 75명이다.

여기에 연일 이 대표를 비판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촉구하고 있어 분당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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