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수장, 첫 연설서 "전선 확대 테이블 위에"…일단 '전면전'보단 '휴전' 촉구(종합)[이-팔 전쟁]

기사등록 2023/11/04 02:17:18 최종수정 2023/11/04 07:11:28

나스랄라, 개전 후 첫 연설…2006년 이후 처음

단기 목표로 가자지구 휴전-하마스 승리' 제시

"전선 확대 현실적 가능…모든 옵션 열려 있어"

아랍권에 휴전 노력-석유·식량 수출 중단 촉구

[AP/뉴시스]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집회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개전 한 달여 만에 첫 공개 연설에서 전선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그것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고 경고했다. 2023.11.04.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의 전선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그것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어떻게 하는지에 달렸다고 경고했다. 주목됐던 '전면전'을 선포하진 않았고, 오히려 가자지구의 휴전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알자지라,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이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전쟁 개전 한 달여 만에 첫 공개 연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연설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집회에서 대규모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영상으로 생중계됐다. 촬영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CNN은 이 연설이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2006년 한 달 전쟁 이후 직접적인 첫 공개 연설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나스랄라는 지난달 7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작전명 '알아크사 대홍수' 기습 공격을 '위대하고 신성한 작전(great, blessed operation)'으로 묘사하면서 "그것이 이스라엘의 약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영광스럽고 엄청난 작전은 안보와 군사, 정치, 외교, 그리고 심리적 측면에서 지진(대변동)을 일으켰다. 이것은 전략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그 영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헤즈볼라가 이 작전 계획에 개입하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것은 100% 팔레스타인인에 의해 시행됐다"면서 "극비리에 진행했기에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과 하마스 소탕이란 목표에 대해선 "달성 불가능한 목표"로 치부하면서 "이스라엘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베이루트=AP/뉴시스] 3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과의 교전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집회에서 군중들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생중계 연설을 기다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1.04.

나스랄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민병대 네트워크인 '저항의 축' 내에서 매우 존경 받는 인물이다. 그가 전면전을 시작하기로 결정하면 이라크, 시리아 민변대와 예멘 후티 반군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도 함께 행동에 나서 본격적인 중동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CNN에 따르면 이 때문에 미 정보당국도 이날 그의 연설을 예의주시했다고 한다.

나스랄라는 연설에서 헤즈볼라의 첫 번째 목표로 '가자지구 전쟁 종식(휴전)'을 제시했다. 두 번째 목표는 '하마스의 승리'라고 했다.

그는 전쟁이 지역(중동)으로 확대되길 원하지 않는 모든 이들은 가자지구 전쟁이 중단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 목표와 관련해선 "가자지구의 승리는 팔레스타인, 예루살렘, 알아크사 및 성묘, 그리고 모든 인근 국가들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피력했다.

동시에 "레바논 전선의 모든 옵션은 열려 있다"면서 확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헤즈볼라는 하마스 기습 공격 개시 하루 만인 10월8일부터 전투에 참가했다. 레바논 (남부) 국경을 따라 이스라엘군과 매일 교전을 벌이는 것이 미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매우 중요하고 1948년 이후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밝혔다. 교전으로 인한 헤즈볼라 사망자는 현재까지 57명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레바논 전선 추가 확대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레바논 전선에서 모든 옵션은 열려 있다"면서 헤즈볼라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 행동에 달렸다"고 압박했다.

아랍·이슬람 국가를 향해서는 "이스라엘에 석유와 식량 수출을 중단할 것"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지중해에 2개의 항공모함전단을 파견한 것은 오히려 이스라엘의 약점과 동맹국 의존도를 드러낼 뿐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전쟁의 궁극적인 책임은 미국에 있으며, 이스라엘은 집행 도구일 뿐이라고도 했다.
[베이루트=AP/뉴시스] 3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생중계 연설이 시작되자 군중들이 주먹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2023.11.04.

나스랄라의 이날 연설은 중동을 재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기자회견과 동시간대에 이뤄졌다.

블링컨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과 회담한 뒤 회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팔레스타인 민간인 보호'와 '인도주의적 전쟁 일시 중단'을 재차 촉구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 없이 휴전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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