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금지법 위헌…되살아난 한반도 긴장 '변수'

기사등록 2023/09/26 17:04:09 최종수정 2023/09/26 20:10:28

대북전단 살포 처벌 규정 효력 상실

북, 번번이 전단에 과격 반응…긴장 고조



[파주=뉴시스] 이영환 기자 = 2016년 9월15일 경기 파주시 낙하IC 인근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관계자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대북 전단 살포 준비작업을 하고있다. 2023.09.2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26일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 살포를 처벌하는 '남북관계발전법'을 두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북전단 살포 처벌 규정 효력이 상실됨에 따라 탈북민 단체의 살포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한은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대북전단 살포 재개가 한반도 긴장의 변수로 재부각될 전망이다.

◆'비방 중단' 남북 합의 있지만…정권 따라 부침

남북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을 시작으로 남북기본합의서(1992년), 6·4합의(2004년) 등을 통해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상호 비방 및 선전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4·27 판문점선언은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고 명시했다.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 동의를 얻지 못해 법적 실효성은 없다.

같은 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 따른 9·19 남북군사합의는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선언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무인기의 영공 침범처럼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면 대통령 권한으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남북 합의가 있지만 집권 정부 성향에 따라 무게감과 효용성이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이 등장하기 전엔 '표현의 자유' 보장 차원에서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측면도 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020년 6월16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3.09.26. bjko@newsis.com

◆대북전단, 번번이 긴장 유발…2014년엔 고사총 발사

대북전단 살포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시한폭탄' 역할을 했다. 남북 긴장 고조와 더불어 남남 갈등을 유발해 온 요소이기도 하다.

대북전단금지법의 경우 '김여정 하명법'이란 오명을 썼다.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단 살포에 반발하는 담화를 낸 이후 6개월 만에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국회 통과를 주도했다는 점에서다.

김 부부장은 2020년 6월4일 담화를 내고 5월31일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김포에서 대북전단 50만장과 1달러 지폐 2000장 등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낸 사실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개성공단 철거를 거론했다.

김 부부장은 6월13일 재차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흘 만인 16일 북한은 실제로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14년엔 고사총 발사 사태가 벌어졌다.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김양건 당 비서 등 북한 최고 실세 3인방이 10월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해 예상치 못한 대화 분위기가 만들어진 시기였다.

이를 계기로 남북은 그해 10월 말~11월 초 2차 고위급 접촉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돌연 대북전단 문제가 찬물을 끼얹었다. 10월10일 남한 민간단체가 경기도 연천에서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북한이 고사총을 쐈고 우리 군도 대응 사격에 나섰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중단 없이는 남북대화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2차 접촉은 무산됐다.

◆북 실상 알리기 vs 남북 대화 '발목'

반복적인 기 싸움을 감수하고라도 전단을 살포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찬성 측은 외부 문물과의 접촉이 차단된 북한 주민들에게 체제 실상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전단으로 얻는 효과가 불분명한 반면, 번번이 북한을 자극해 남북 대화 변수로 작용한단 점에서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는 반론 역시 존재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차치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도 있다. 접경지역 시장·군수들은 2020년 6월 통일부에 '대북전단 살포 공동대응 건의문'을 냈다. 같은 해 10월엔 접경지역 주민 3111명이 전단 규제 입법을 서둘러 달라는 국회 청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전단 살포, 대북 확성기 방송, 시각매개물 게시 등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날 헌재 위헌 결정은 전단 살포를 규제한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 3호만 대상으로 한다.

해당 법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발전법은 위헌이란 입장으로 선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th@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