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고싶었어요"…AI 복원한 고 박인철 소령에 눈물 '왈칵'

기사등록 2023/07/05 17:32:17 최종수정 2023/07/06 04:15:49
[서울=뉴시스] 국방TV '그날 군대 이야기 - 고 박인철 소령을 만나다' 편에서 모자가 재회하는 장면. (사진=국방부 제공) 2023.07.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조종 훈련을 받으면서 제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엄마도 잘 아시잖아요. 엄마가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원하던 일을 해서 여한이 없어요."

야간비행 임무 수행 중 순직한 고 박인철 소령이 16년 만에 디지털 휴먼(가상 인간)으로 돌아와 어머니(이준신, 보훈휴양원장)에게 남긴 말이다.

국방부는 5일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가상 인간으로 복원한 고(故) 박인철 소령의 모습을 국방TV ‘그날 군대 이야기 - 고 박인철 소령을 만나다’ 편에서 공개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의 KF-16 전투기 조종사였던 고 박인철 소령은 1984년 3월 팀스피리트 훈련 중 순직한 아버지, 고 박명렬 소령(공사26기)의 뒤를 이어 전투기 조종사의 길을 걷다가 2007년 7월 불의의 사고로 순직했다.

국방부에서 AI를 활용해 순직한 장병을 복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총 6개월의 제작기간을 거친 끝에 감동적인 모자 상봉을 이뤄냈다.

영상은 남편과 아들을 하늘로 떠나보낸 이준신 원장이 제작진을 만나며 시작된다.

“예전에 한 남자가 가상공간에서 죽은 아내와 만나는 모습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우리 인철이를 저렇게라도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이 원장은 모니터 화면에 등장한 아들이 “엄마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하자마자 참아 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모니터 속에는 얼굴과 표정, 입 모양까지 생전 모습과 똑같은 20대 청년 박인철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가상인간으로 돌아온 고 박인철 소령은 이 원장과 10여분 동안 16년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생도 시절 삼총사라고 불렸던 고 박인철 소령의 공군사관학교 동기인 김상훈·이두원 중령(공사52기, 만 42세)이 함께했다. 이 중령은 "이름을 부르는 순간, 정말 인철이가 부르는 것 같아 실제로 만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중령은 "인철이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진심을 다했던 군인이었다"며 "지금도 대한민국 모든 군인들은 인철이와 같은 마음으로 헌신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억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기치 아래 진행됐다.

국방부 정신전력문화정책과 이선미 중령은 "임무 중 전사하거나 순직하신 장병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호국영웅의 숭고한 희생에 예우를 표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며, "그날 군대 이야기를 통해 호국영웅들이 흘린 피와 땀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를 이해하고 그들의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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