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첫 자체데이터센터 '각 춘천'…국내 인터넷기업 최초
10년간 무중단·무사고·무재해…전기 공급 이상 시 70시간 가동
"화재 나더라도 서비스 전면 장애 없다" 자신
철저한 네트워크 다중화와 재난재해시 BCP 갖춰
‘각 세종’ 3분기 가동…자율주행·로봇 등 ‘미래형 로봇 데이터센터’
[춘천=뉴시스]최은수 기자 = 0=무중단·무사고·무재해, 1(최초)=국내 인터넷 포털 기업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친환경 건물인증제도 플래티넘 등급 및 RE100 및 EV100 동시 가입, +200=BCP 기반 운영 안정성 점검 훈련 횟수, 70만=네이버데이터센터의 총 서버 상면 가용 용량, 7=중단 없는 서비스 위한 7가지 미션
올해로 오픈 10주년을 맞은 네이버 자체 데이터센터 ‘각 춘천’을 대표하는 숫자들이다. 강원도 춘천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각 춘천은 축구장 7개 크기에 달한다. 연면적 4만6850m2(제곱미터), 약 10만 유닛(서버의 높이 단위규격)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로 설립됐다.
지난 9일 각 춘천을 찾아 약 10년간 네이버클라우드가 ‘무중단, 무사고, 무재해’로 운영해온 노하우를 직접 들여다 봤다. 각 춘천은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합천 해인사 '장경각' 정신을 계승해 내·외부 인테리어에도 그 정신이 길들여져 있었다. 본관 온실 입장 과정부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카메라를 가리는 스티커를 부착해 사진 촬영을 통제했고 신원도 철저히 확인하는 등 ‘철통’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배터리 의존 없는 회전형 UPS…통제센터서 철저히 서버·기계 설비 관리
가장 먼저 둘러본 다이내믹 UPS. 회전형 UPS로 가동되는 이 곳은 입구부터 빠르게 회전체가 돌아가는 소음이 매우 크게 들렸다. 배터리에 의존하는 스태틱 UPS와 달리 운영 효율성이 높고, 온도에 덜 민감한 것이 장점이다. 정전 발생 시 내부 정전 보상 장치 인덕션 커플링을 통해 회전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약 5~7초 간 전원을 공급하고, 일체형 비상용 발전기가 자동으로 전원을 공급한다. 대신에 소음과 진동이 단점으로 꼽힌다.
1층 통제 센터는 기계 설비 및 서비스 모니터링 공간이다. 보통 방제실이라고 표현되나 네이버클라우드는 이 곳을 그린 에너지 통제센터라고 부른다. 전기 절약을 위해 천장 조명이 모두 꺼져 있었으며, 여름철에도 에어컨을 키지 않는다고 한다.
기계 설비 모니터링 공간에는 실제 사무공간으로, 상주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을 큰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내부 벽면에 배치된 대형 화면에서 빨간색과 파란색 선들로 데이터센터의 전기가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가장 왼쪽에 형광색으로 표시된 화면은 서버 온도가 많이 높거나 전압이 많이 흐를 때 빨간색 알림이 뜬다. 이밖에도 실시간으로 서버룸 상태, 미세먼지, CCTV, 뉴스 채널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서비스 관리 사무공간은 해외 IP 망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10개 국가 내에 스마트 서버 팜과 네트워크 팜을 설치해 네이버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전송할 수 있게 했다. 왼쪽 큰 화면에서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빨간색으로 박스 화면이 뜨고, 그 즉시 서비스 담당자에 연락을 취해 빠르게 서버를 복구하고 있다. 장애등급도 1~5등급으로 나뉘어 우선 순위대로 빠르게 장애를 처리한다.
통제센터 밖에는 기름탱크가 땅 밑에 묻혀져 있다. 이 기름탱크는 52만 리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연비 15km 자동차가 지구를 10번 이상 왕복할 수 있는 양이다. 만약 외부전력이 끊겨도 72시간 풀로 서버를 가동할 수 있다.
남관으로 이동하는 길 도로에서는 눈이 녹은 흰 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역시 네이버클라우드의 ‘스노우 멜팅’ 기술이 적용됐다. 서버실을 식히고 남은 폐열들이 도로 밑을 순환하고 있다. 눈이 쌓이지 않을 정도로 역순환을 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안 시설인 남관 서버실로 이동했다. 철저한 보안 시설은 이 곳은 출입을 위해선 홍채나 지문 등 생체인증이 필요하다. 외부먼지 등을 방지하기 위해 신발을 벗고 슬리퍼나 덧신을 신고 이동해야 했다.
‘장경각’ 모습을 많이 담기 위해 노력한 남관 서버실은 목조 색깔이나 벽면 작은 조명까지도 장경각을 모티브로 설계됐다. 6.5지진에도 끄떡 없도록 견고하게 지어진 이 곳은 28도~30도 고온에서 버틸 수 있도록 네이버랩이 자체 제작했다. 랩도 더 높게 제작해 많은 서버를 저장할 수 있도록 자체 제작됐다.
또 다른 데이터센터 서버실과 달리 각 춘천은 ‘찬바람’이 위쪽에서 불어오도록 구조를 갖췄다. 또 서버의 안면, 뒷면을 각각 배치해 찬바람과 뜨거운 바람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했다. 조금이라도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아울러 자연 바람이 그대로 서버실에 들어올 경우 미세먼지 등이 있기 때문에 ‘나무실’을 통해 ‘필터링’을 거친다.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재질로 두 번에 걸쳐 필터링해 미세먼지를 걸러내고 있다.
◆수도권 밀집화 탈피…지난 10년간 약 200회 모의훈련
네이버는 왜 첫 데이터센터의 위치로 춘천을 택했을까.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장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체 데이터센터 준비를 했는데 대부분 수도권에 집결됐으나 2000년 초반에 세 번의 정전사고 겪으면서 강원권으로 구축했다”라며 “한반도가 넓지 않아 수도권에 밀집돼있으면 재난재해 발생 시 위기관리에 취약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의 핵심은 유사 시 복구를 위한 이중화와 재해복구(DR)다. 네이버는 각 춘천의 치밀한 네트워크 다중화와 서비스 분산 배치를 자신했다. DR을 대비해 수도권뿐 아니라 강원, 충북, 경남 등 다양한 지역에 자체 및 임대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또 다수의 통신사업자를 이용하고 있으며 스케일 아웃(Scale-Out) 구조 및 다중화로 구성해 충분한 용량을 확보했다. 데이터센터 상면용량 협의기구를 구성했고, 국내 CSP 중 가장 많은 13개의 정보보호인증을 획득했다.
예측 불가능한 재난 상황에도 대응하기 위해 업무연속성계획(BCP)도 철저히 갖췄다. 각 춘천의 모든 건물은 진도 6.5 이상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돼 있으며 정전, 화재, 산사태, 홍수 등과 같은 재난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대비시설이 있다. 주변 산불 화재 발생 시에도 CCTV(열화상 폐쇄회로 TV)에 발열이 감지되면 화재 감지 소프트웨어가 실시간으로 보안관제센터 근무자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서버관 건물 옥상에 설치해둔 방수총에서 물을 분사해 화재 확산을 막는다. 또 춘천소방서와 연 1회 민관합동소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재해 발생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BCP 전담조직도 구성했다. 1년에 2회 진행하는 BCP 모의훈련을 비롯해 연 1회 민관합동훈련, 월 1~2회 진행하는 운영안정성 점검훈련 등 지난 10년간 약 200회 이상의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데이터센터 규제 조이는 정부·국회…"서비스 제공자 지원책 절실"
지난해 10월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임대사인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도 장애를 일으켰지만 상대적으로 빠르게 서비스가 복구된 바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7단계 서비스 인프라 '다중화' 체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메인센터'로 활용하고 있는 각 춘천에서 같은 규모의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동일하게 빠른 서비스 장애 복구가 가능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정수환 네이버클라우드 IT서비스 본부장은 "각 춘천의 IDC가 하나로 보이지만 사실은 세 개다"라며 "화재가 나서 다 서비스가 죽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서비스의 전면 장애는 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얘기한다. 다만, 규모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국회는 데이터센터를 국가중요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데이터센터 규제가 강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이 곳을 메인 센터로 이용하던 카카오의 전반적인 서비스 장애가 장기간 지속된 영향이다.
이와 관련해 정수환 본부장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불안해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나 국회에서도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서비스는 자식과 같아서, 안전하고 품질 좋은 서비스를 만드려는 노력은 서비스 제공자가 가장 많이 노력하고 검토한다. 정부나 국회가 지원을 해주는 형태로 방향이 잡혔으면 좋겠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만약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해외 사업자 간의 역차별 문제,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를 우선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라며 "지원책도 같이 마련돼야 기업들도 더 많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 세종 올 3분기 실가동…로봇·자율주행 기술 담긴 '하이퍼스케일'
네이버는 각 춘천을 10년 간 운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도 조만간 선보인다. 올해 2분기 내 준공을 완료할 예정이다. 3분기에 실가동을 목표로 한다.
각 세종은 각 춘천의 6배 규모인 29만3697m2(제곱미터) 대지 위에 세워지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수전 용량 또한 각 춘천의 6.7배인 270MW(메가와트)에 달한다. 각 세종은 약 60만 유닛 이상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팀 네이버의 기술 역량을 모았다.
특히 이 곳에는 지난해 완공한 테크컨버전스 빌딩인 네이버 제2사옥 '1784'에 담긴 로봇과 자율주행 등의 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할 예정이다. 네이버랩스 개발 중인 로봇 일부 기능이 세종에 도입되면서 반복 작업 등에 투입된다. 자율주행셔틀 등을 활용해 현장 업무의 생산성을 높인다. 아울러 친환경 재생 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대비할 예정이다.
각 세종은 투자 금액만 6500억원이다. 다만 노 센터장은 "단순 비용이 아닌 네이버가 얼마나 인프라에 투자했는지를 봐달라"라며 "매년 얼마나 인프라 투자를 하느냐가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가늠하게 한다. 네이버는 매년 수천억원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데이터센터 투자비가 포함된 네이버 설비투자(CAPEX) 금액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약 5년간 2조9983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카카오(9830억원) CAPEX의 3배 수준이다. 이 가운데 서버 및 비품 항목만 따져도 1조7000억원, 데이터센터 부지 등까지 포함하면 2조6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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