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지난 몇 년간의 급등기 끝물에 '영끌매수'가 성행한 서울 동북권이 하락기에는 가장 먼저, 거세게 떨어지고 있다. 흔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으로 불리는 이들 지역은 서울 내에서 중저가 아파트가 모여 있어 자산이 적은 젊은 층이 최대한 대출을 끌어 집을 산 경우가 비교적 많다. 집값은 큰 폭으로 내리는데, 대출금리는 무섭게 오르면서 일각에선 '패닉셀(공포에 의한 투매)'의 근원지가 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곳은 12.02% 내린 노원구였다. 도봉구(-11.80%), 성북구(-10.27%), 강북구(-9.58%)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이 속한 동북권은 9.31% 하락해 서울 5개 권역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가장 적게 떨어진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의 동남권은 5.41% 수준으로 하락률이 약 두 배의 차이가 난다.

실거래가에서도 하락세를 실감할 수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11단지 전용면적 41㎡는 지난달 22일 3억9500만원(12층)에 거래돼 최고가인 지난해 1월 5억8500만원(11층)보다 1억9000만원 낮은 가격에 계약됐다. 해당 평형이 4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0년 7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4단지 전용 36㎡는 지난달 8일 3억2000만원(7층)에 팔려 지난해 9월 6억원(6층)과 견줘 반토막 났다.

그나마 정부가 최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을 해제하기로 하면서 하락폭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지난 부동산원 기준 1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을 보면 노원구(-1.20%→-1.17%)와 도봉구(-1.21%→-1.12%)가 여전히 서울에서 하락률이 큰 자치구 1, 2위를 차지했다.

부동산 규제를 대대적으로 푼다는 정부 발표 이후에도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정부 발표 이후 매수대기자가 집을 더 보러 오지도, 매도자가 매물을 회수하지도 않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태"라며 "지금은 워낙 금리가 높아 아무리 규제를 풀어도 심리가 쉽게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보면 급매로 거래가 성사된 대부분이 아직까지는 젊은 층의 갭투자 매물이라기보다는 세금 문제 때문에 한 채를 정리하려는 다주택자의 매물"이라면서 "신용대출을 쓴 사람들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금리가 낮을 때 고정금리로 들어온 사람도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노도강이 영끌족의 성지로 대표되는 지역이라 우려하는 목소리와는 일정 부분 거리가 있는 시각이다.

반면 영끌로 주택 시장에 진입했다가 고금리를 버티지 못한 이들에 의해 패닉셀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울 안에서는 가격이 고점에 가까울 때 매입한 사람들이 노도강 지역에 많은 편"이라며 "저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변동금리를 택한 이들은 금리가 두 배가량 올라 당연히 부담될 수밖에 없다.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활용한 분들도 일부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위원은 "인기가 없는 지역은 상승기 때도 매입이 많지 않았는데 노원구 등은 재건축, 대단지, 학원가를 갖춘 지역이라 중저가 중에서도 인기가 많았다"며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투매성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