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초강력 유럽 규제에 백기?"…빗장 푸는 애플, 韓서는 어떨까

기사등록 2022/12/15 06:00:00

애플, 이르면 내년부터 아이폰에 '타사 앱마켓' 설치 허용 전망

EU 반독점 철퇴 의식?…DMA 어기면 유럽 연수익 84% 과징금으로

국내서도 논란된 '인앱결제 의무화' 문제는 최종 결정 안돼

韓서는 앱마켓 제한 해제 요원…인앱결제 강제는 정부 대응 진행 중

[볼티모어=AP/뉴시스] 애플 앱스토어 애플리케이션(앱)이 화면에 뜬 모습. 2020.08.14.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애플이 이르면 내년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서 타사의 앱마켓 설치를 허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체 서비스 외에는 결코 아이폰의 문을 열어주지 않던 애플이 강력한 유럽의 반독점 규제 체제에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역시 빅테크 등을 대상으로 규제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준수를 위해 오는 2024년부터 자사 제품에 대체 앱스토어 설치를 허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DMA가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것을 방지하는 '반독점'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보안을 이유로 아이폰 등에서 자사의 '앱스토어'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경쟁업체인 삼성전자 등보다 훨씬 더 철저한 폐쇄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이에 더해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한 앱 개발사들은 애플에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납부해왔다. 단말기에서 자사 서비스만을 이용하도록 강제하면서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어왔던 만큼 DMA의 주 타겟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애플, 유럽 DMA 준수 위해 타사 앱스토어 설치 허용 가닥…위반 시 과징금만 800억 달러 전망

업계에서는 애플이 타사의 앱스토어 설치를 아이폰·아이패드 등에서 개방하게 되면 수수료 이익에서 확실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 고고하던 애플이 이같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유럽에서 백기를 든 이유는 뭘까. 이 또한 DMA에 명시된 강력한 제재책 때문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DMA가 명시하는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재정적 구제책'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못 박았는데, DMA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기업의 경우 글로벌 연 매출의 최대 20%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애플의 연간 글로벌 매출은 4000억 달러(2022 회계연도)에 달하는데, 유럽 내에서 DMA를 위반할 경우 800억 달러의 과징금을 물게 될 수 있는 것. 애플이 2022년 유럽연합과 영국을 비롯한 영국 전역에서 기록한 수익은 약 950억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DMA를 위반할 경우 유럽 수익 대부분(약 84%)을 날리게 되는 셈이다.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과징금에서 더 나아가 사업 분할 등의 강력한 '비재정적 구제책'까지 가해질 수 있다.

결국 이같은 철퇴를 피하기 위해 애플이 앱스토어 독점으로 얻어왔던 수수료 이익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DMA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브뤼셀=AP/뉴시스]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 앞에 EU기가 휘날리고 있다. 건물 외벽에는 '더욱 번창하는 연합을 위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0.1.29.

◆유럽서도 '인앱결제' 정책은 침묵…DMA 계도 기간 내 결정 내릴 듯

다만 애플은 DMA에 담긴 또 다른 규정인 '타사 결제 시스템 허용'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직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DMA는 애플과 같은 '플랫폼 게이트키퍼'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게이퍼키퍼들이 해야 할 사안 중 하나는 플랫폼 입주기업이 자사 서비스 홍보 및 고객과의 외부 계약 체결을 허용하는 것이다. 결국 기존 애플의 정책인 '인앱결제' 의무화를 물리고 아웃링크를 비롯한 제3자 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DMA는 내년 5월 본격 적용되지만, 유럽연합은 기업들로 하여금 2024년까지 DMA 준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일종의 계도 기간을 뒀다. 애플이 아직 인앱결제 정책 해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계도 기간 내에 어떤 식으로든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韓서 '아이폰 속 원스토어'는 갈 길 멀어…'인앱결제강제금지법' 문제부터 끝낸다

이처럼 유럽연합이 애플의 폐쇄 생태계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자연히 한국의 규제 방안에도 이용자들의 눈길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당초 지난해 말부터 애플, 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인앱결제강제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적용하는 등 강력한 규제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들 빅테크가 꼼수로 법안을 회피해 30%의 수수료율을 유지하면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웹툰·웹소설·음원스트리밍·게임 등 각종 콘텐츠 가격이 상승하며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이같은 콘텐츠 가격 상승 이후 앱 개발사 측에서는 웹 결제, 대체 앱마켓 이용 등의 대안을 소개한 바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서는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외에도 원스토어 등 토종 앱마켓이 대안으로 떠오른 바 있다.

유럽의 경우와 같이 애플이 우리나라에서도 타사 앱마켓 설치 제한을 해제한다면 아이폰에서도 원스토어 등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어떤 논의도 진전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유럽에서 DMA가 본격 시행되면 애플의 대응 움직임 등을 지켜본 뒤 한국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도 유사 법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AP/뉴시스] 6월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애플 스토어 모습. 2020.08.14.
앱마켓 설치 제한은 아직 요원하지만 이미 꾸준한 논란이 됐던 빅테크의 인앱결제 강제 적용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후속 대책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앞서 지난 8월부터 구글, 애플, 원스토어 등 앱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앱마켓 정책에 현행 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사실조사를 진행해왔다.

방통위는 올해 안에 내부적으로 사실조사 보고 절차 등을 마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실무자들이 내부 절차를 마치면 구글·애플 등 사업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위원회 안건으로 최종 상정하게 된다. 사실조사 결과 앱마켓 사업자들의 결제 정책에 위법성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위반 기간 국내 매출액의 2%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인앱결제강제금지법 관련 사실조사 보고서를 마무리하려고 하는 건 맞다"면서도 "다만 이게 당장 올해 중에 어떤 조치가 내려진다는 건 아니고 더 거쳐야 할 절차들이 남아 있다. 확실한 조치 방안 같은 게 나오면 별도의 발표 등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