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첫 흑자 성과 '쿠팡 로켓배송'…김범석 '뚝심 투자' 통했다

기사등록 2022/11/10 18:27:43 최종수정 2022/11/10 18:47:43

3Q 영업익 1037억 흑자 전환…'계획된 적자' 끝내고 수익성 강화 모드

"7년간 수십억 달러 투자한 독보적 물류 네트워크 효과 본격화"

쿠팡 활성 고객수 및 객단가 지속 증가...韓이커머스 업계 장악력 높일 듯

[서울=뉴시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쿠팡)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창업 2년 만에 달성한 흑자에 만족했다면, 중소 인터넷 쇼핑몰로 남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고객 경험을 만들어낼 때까지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김범석호(號) 쿠팡'이 지속적인 적자 우려에도 공격적인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마침내 로켓배송 서비스 시작 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올 3분기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7년간 수십억 달러 투자한 독보적 물류 네트워크 효과 본격화"
2010년 소셜커머스로 사업을 시작한 쿠팡은 2014년 직매입 모델인 로켓배송을 시작해 대규모 공격적 투자를 단행했고 적자 규모도 수조원으로 불어났다.

끊임 없이 위기설이 나왔지만,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준 높은 고객 경험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격적이고 계획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큰 그림 때문에 쿠팡의 적자는 '계획된 적자'로 불렸다.

수조원 적자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김 의장의 뚝심이 3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 성과로 나타나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쿠팡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6조8383억원(분기 환율 1340.5원), 영업이익은 1037억원(7742만달러)으로 2014년 로켓배송 도입 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고 10일 발표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215억원(9067만달러)으로 흑자 전환했다.

쿠팡은 지난 수년간 수조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 물류 센터와 배송 캠프를 구축했다. 쿠팡의 전국 물류 인프라 규모는 2020년 말 70만평에서 지난해 말 112만평으로 늘었다. 이는 여의도 면적(87만7250평)보다 28% 더 큰 규모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활성화되며 쿠팡의 몸집은 급격히 커졌다. 이처럼 쿠팡은 대규모 투자 단행으로 '계획된 적자'를 이어가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그러나 전국에 물류 센터를 확충한다고 해도 자동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인건비 등 제반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 비용 절감 효과도 제한적이다. 이에 쿠팡은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2020년까지 물류 인프라 자동화 기술에 5000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투자 금액을 7500억원으로 늘렸다.

쿠팡에 따르면 이번 3분기 흑자 전환 배경은 ▲자동화 기술과 물류 인프라 ▲공급망 최적화 ▲프로세스 혁신에 있다.

일례로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을 활용해 지역별 신선식품 수요 변화를 예측하고 재고 주문 및 발주를 최적화해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지난해보다 50% 줄일 수 있었다.

또 수년간 쌓은 고객 주문 데이터에 기반해 직매입한 물건의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는 최종 고객과 가까운 인근 물류 거점에 배치해 직원들이 효율적인 동선으로 움직일 수 있게 도왔다. 

아울러 창고에 쌓아둔 물건을 카트에 담고 옮기는 작업에 무인운반 로봇(AGV)을 쓰고, 자동 분류기로 제품을 자동 분류하며 업무 강도를 낮췄고 비용도 줄였다.

김 의장은 “자동화 기술, 풀필먼트 인프라, 라스트마일(최종 배송 단계)을 통합한 독보적인 물류 네트워크에 지난 7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덕분에 고객과 상품, 서비스와 가격 사이에 존재하는 양자택일 관계를 깨고 수백만개 상품을 무제한 무료 배송하고 새벽배송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쿠팡은 2024년까지 광주·대전 지역에 신규 물류센터 추가 건립을 추진하는 등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3분기 흑자 쿠팡, 대세 상승기?...이커머스 업계 장악력 더 확대할까

이커머스 업체들 다수가 물류 인프라 등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적자에 시달리는 만큼 쿠팡의 분기 흑자 전환은 단연 눈에 띄는 성과다.

경쟁 업체로 꼽히며 현재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새벽배송 플랫폼인 마켓컬리, SSG닷컴은 지난해 각각 2177억원, 10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1번가의 영업적자도 2020년 97억원에서 지난해 694억원으로 늘었다.

그런 만큼 이번 쿠팡의 첫 분기 흑자는 업계 기대를 웃도는 실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흑자 구조에 들어섰다고 보긴 이르다. 쿠팡은 지난 1분기 2621억원, 2분기에는 876억원 영업손실을 낸 만큼 3분기 누적으로 보면 아직 2400억 적자를 내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의 '도착 보장 서비스' 출시, 스마트 물류 통합 솔루션을 출범한 롯데·영국 오카도(Ocado) 연합 등으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긍정적인 신호는 쿠팡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적이 있는 활성 고객 수와 1인당 객단가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등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가 통하고 있다는 평가다.

쿠팡은 '법조인 출신' 강한승 대표이사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 배달주문 플랫폼 '쿠팡이츠', 핀테크 '쿠팡페이' 등 신사업을 확장하며 소비자 생활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다양한 영역에서 빠르게 사세를 확장해 고객을 얼마나 '락인'할 수 있는지에 따라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결정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쿠팡에 따르면 3분기 활성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난 1799만2000명으로 집계됐고, 1인당 고객 매출 역시 3% 증가한 38만원(284달러)으로 늘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쿠팡은 2023년 예상됐던 흑자 전환 시점을 앞당길 정도로 현재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원 수가 늘어나고 있고 객단가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 로켓배송이라는 획기적인 서비스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네이버, SSG닷컴 등 경쟁업체가 이보다 더 나은 서비스로 경쟁하지 못한다면 쿠팡 대세론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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