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故박원순·비서 대화, 왜곡·짜깁기 유포 참담"

기사등록 2022/10/20 17:46:57

박원순 유족 측 변호사, 텔레그램 대화 일부 공개에 2차 대책 마련 권고

여성단체 "피해자 처한 상황·맥락은 삭제...피해자 공격·모욕 확산 우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가 지난해 7월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고 있다. 2021.07.0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위용성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 변호를 맡았던 정철승 변호사가 박 전 시장과 비서가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텔레그램 대화 일부를 공개해 논란이 된 데 대해, 여성단체들이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에 대한 더 이상의 공격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의 입장문을 올렸다.

입장문에서 여성단체들은 "가해자의 행위를 멈추기 위해서, 더 심한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 가해자의 비위를 맞추거나 가해자를 달래는 행위는 절대적 위계가 작동하는 위력 성폭력 피해의 맥락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을 삭제한 채 성폭력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정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시장의 치명적 실수였다고 생각한다"며 '텔레그램 대화 포렌식 복구 내역'이라고 적힌 사진 파일을 올린 바 있다.

해당 사진 파일에는 박 전 시장 성폭력 의혹 피해자로 알려진 A씨가 지난 2020년 2월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돼요'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돼 있다. 정 변호사는 해당 대화 내용이 이미 관련 재판에 증거로 제출됐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들은 '사랑해요'라는 표현에 대해 "정치인 박원순의 활동에서 지지자와 캠페인 차원에서 통용되던 표현"이라고 밝혔다. 또 '꿈에서 만나요'에 대해선 "직장의 수장인 박 전 서울시장의 연락이 밤늦게 이뤄지는 것이 반복됐던 시점에서 피해자가 이를 중단하고 회피하고자 할 때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결정이 이루어진 사안을 부정하고,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중 획득한 피해자 자료를 피해자 공격을 위해 왜곡, 짜깁기 유포하고 있는 상황이 참담하다"며 "피해자 공격, 모욕 행위가 확산될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인권위는 직권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된다고"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 피해자 보호 방안 및 2차 피해 대책을 마련을 권고했다.

이에 박 전 시장 아내 강난희씨는 인권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인권위 측은 강씨가 인권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사건의 원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고, 강씨 측은 인권위 자료의 결정이 부당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u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