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서 푸틴 연설 평가
"전쟁 몇 개월은 더 갈 듯…연설 환영 못 해"
러 '날씨 탓' 에어쇼 취소 배경에 의문 제기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전승절) 열병식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축하할 승리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평가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9일(현지시간) CNN에 "(푸틴에겐) 승리 선언이나 선전포고할 이유가 없었다"며 "전쟁은 이미 두 달 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의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로 들어가지 못했고, (침공) 며칠 만에 무릎 꿇게 하고 항복을 받아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향후 계획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전쟁이 끝난 건 아니라는 점이 확실하다고 경계했다.
토마스-그린피스 대사는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철수나 우크라이나 측과 합의를 발표하지 않았다"며 "향후 몇 개월은 더 지속될 장기적 갈등이 될 거라고 보고, 우리 모두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또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비양심적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푸틴의 연설을 환영한다고 말하는 건 너무 강력한 표현일 것"이라고 선 그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긍정적 신호로 보는 건 푸틴이 군대를 우크라이나에서 철수시키고, 비양심적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줄리앤 스미스 나토 주재 미국대사도 "푸틴의 연설은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며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승절에 공격과 핍박을 동시에 자축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열병식에서 발표한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은 서방 위협에 대한 선제 대응이었다며 전쟁을 정당화했다.
다만 열병식을 통해 총동원령이나 공식 선전포고, 종전 선언 등 유의미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정권이 이날 열병식에서 예정됐던 에어쇼를 취소한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상 악화로 공군 비행 퍼레이드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열병식이 진행됐던 시각 모스크바 상공은 구름이 끼고 흐렸다.
피터 레이턴 호주 그리피스 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은 "믿을 수 없다. 내가 보기에 햇빛이 잘 드는 것 같았다"며 "유일한 핑계는 전투기가 출발하는 공군기지에서 부는 강풍뿐"이라고 지적했다.
열병식에는 MiG-29 전투기 8대를 포함해 77대가 동원될 예정이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지지 표식인 'Z' 대열로 비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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