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러군의 지뢰매설 공포에도 키이우 수도권 탈환

기사등록 2022/04/03 09:09:47 최종수정 2022/04/03 09:19:30

북부 부차에선 민간인 시신에 지뢰연결설... 전선으로 끌어내

우크라군 수도권 공항등 시설 탈환.. 러시아군 퇴각 뒷수습

러군 마리우폴 공격 집중...10만여 주민대피못해 최악의 참상

[키이우=AP/뉴시스]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쪽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참호 속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키이우와 북부도시를 포위한 군사작전 병력을 대규모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2022.03.30.
[키이우( 우크라이나)=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2일(현지시간) 부터 조심스럽게 수도 키이우 북쪽의  러시아 점령지역을 한곳 한곳 탈환하고 있다.

 우크라군은 혹시 러시아군이 매설했을지 모르는 지뢰(부비 트랩)에 대한 공포 속에서,  도심 거리에 흩어진 민간인들의 시신을 수습하면서도 전선을 이용해 시신을 끌어 당길 만큼 철저하게 지뢰 폭발에 대비하며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대통령은 철수하는 러시아 군대가 민간인들의 주택들과 버려진 군장비에도 지뢰를 연결해서 " 참변의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며 이에 대한 경고를 발했다.

 "심지어 피살된 민간인의 시신들까지 이를 연결했다"고 그는 주장했지만 이는 아직 별도로 증명된 사실은 없다.

키이우 북서쪽 교외의 부차에 파견된 AP취재단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탱크와 기타 장갑차 등을 뒤에 배치해 두고 줄을 지어 서서 거리에 흩어진 시신들을 먼 거리에서 케이블을 이용해 끌어내는 광경을 목격했다.

지역주민들은  약 6명에 달하는 그 시신들이 퇴각하는 러시아 군인들에 의해 아무 이유도 없이 무차별 사살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안전을 위해 이름을 밝히지 못한다는 한 주민은 " 저 사람들은 그냥 걸어서 지나가다가 아무 이유도 경고도 없이 탕! 탕! 총에 맞아 쓰러졌다"면서 이웃 마을 스테콜카에서는 그보다 더 심했다고 말했다.  아예 말없이 주민들을 향해 일제 사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정부와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키이우 주변에서 군대를 철수시키면서 동부 돈바스 지역의 병력을 증강시키고 있다는 증거가 점점 더 드러나고 있다고 보고했다.

현재 눈에 띄는 (러군 병력)이동은 5주에 걸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거나 400만명 이상의 피난민들이 곧 귀국할 것이라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철수한 도시를 향해서도 미사일과 로켓포를 계속 쏘아대고 동부 지역의 전투는 더욱 격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 우리가 탈환한 지역들이라도 이전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건 아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돈바스 지역의 아조우 해변에 있는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샅샅이 파괴하는 작전을 펴고 있다.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가 후원하는 분리주의자들이 8년이나 우크라이나군과 내전을 벌였던 곳으로,  군사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점령하는 데 실패한 이후 이 곳과 마리우폴을 차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적십자 위원회는 2일 마리우폴에 남은 주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수송버스들을 거느리고  진입을 시도했지만 러시아군의 저지로 통과하지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 올렉세이 아레스토비치는 러시아의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 마크 페이긴과의 인터뷰에서 마리우폴의 주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 앞으로 며칠 내에 " 45대의 버스를 진입 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었다.  
 
마리우폴 시의회가 2일 아침 발표한 바에 따르면 마리우폴에서 서쪽으로 84km의 베르디얀스크로 10대의 빈 버스를 보내서 자력으로 그 곳까지 빠져나온 시민들을 태워오기로 했다.  1일 이렇게 해서 버스를 타거나 자기 차로 마리우폴을 빠져나온 사람들이 약 2000명에 달한다고 시 당국은 밝혔다.

  2일에는 765명의 마리우폴 주민들이 자가용 차량으로 아직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하고 있는 대피도시인 자포리지야 시내로 들어왔다고 우크라이나의 이리나 베레슈츠크 부총리가 말했다.
 
[키이우(우크라이나)=AP/뉴시스]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21일 폭격으로 파손된 아파트 주민들이 유리창을 고치려 하고 있다. 마리우폴을 탈출해 폴란드 국경에 도착한 한 여성은 마리우폴의 거의 90% 파괴됐고 모든 건물이 전소돼 마리우폴은 도시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2022.3.22
지난달 28일 마리우폴에서 달아나  베르디얀스크를 거쳐 버스를 타고 다시 이 곳까지 왔다는 피난민 타밀라 마추렌코는 버스를 타기 전 1일까지 하루 동안 들판에서 잠을 자며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질문은 왜 우리 마리우폴 주민들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가 였다.  우리는 정상적인 삶을 살았는데 그 삶이 파괴되었고 모든 것을 잃었다.  나는 이제 직장도 없어졌고, 내 아들도 잃어버려서 찾지 못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인구 43만명의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의 포위로 이번 전쟁의 최악의 참상을 겪었다.  산부인과 병원 건물과 민간인이 대피해있던 극장 건물까지 폭격을 당했다. 아직 남아있는 10만명의 주민들은 물과 식품, 연료,의약품도 없이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싱크 탱크 펜타의 볼로디미르 페센코 소장은 마리우폴의 점령은 러시아가 2014년에 탈취한 크름반도와 육지를 잇는 확고한 교량역할을 하기위해 목표가 되었지만 우크라이나의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고 말한다.

"마리우폴은 이제 우크라이나 저항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에,  푸틴은 이곳을 점령하기 전에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조차 없을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어린이 99명과 장애인 12명을 포함한 500명가량의 피난민이 밤새 열차를 타고 러시아의 카잔 시에 도착했다.  마리우폴 주민 아르투르 키릴로프는 혹시 집에 돌아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거기엔 도시가 아예 사라지고 없으니까"라고 대답했다.
 
 키이우 주변의 도시들은 러시아군 철수이후에도 격전의 흔적이 모든 곳에 남아있다.  파괴된 양쪽 군대의 차량들이 거리마다 쓰러져있고 들판에도 온갖 종류의 군사장비와 탱크들 잔해가 흩어져있다.

오흐토멜 교외의 안토노프 공항입구에 주둔 중인 우크라이나 군대는 러시아의 침공 첫 며칠 동안 러시아군이 질풍처럼 몰려와 점령했던 이 공항의 활주로를 보란 듯이 장악하고 있다.

 공항부지 안에는 세계 최대의 수송기로 유명한 므리야가 2월의 러시아 침공으로 벌집처럼 총탄을 맞은 격납고 안에 파괴된 채 남아있다.

키이우 교외의 이르핀시 시장 올렉산드르 메르쿠세우는 " 러시아는 이런 비행기를 만들수 없었으니까 파괴하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격전지였던 이르핀 시내에 러시아군이 남긴 것은 자기 군대의 수많은 시신들과  수많은 파괴된 빌딩,  그리고 곳곳에 설치한 지뢰들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우크라이나 최대의 항구이자 해군본부가 있는 오데사 항에도 러시아군의 포격과 미사일 발사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흑해 연안의 이 항구는 러시아군의 이스칸데르 미사일도 목표지점을 맞추지 못해 아직 치명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다고 우크라이나 군은 밝혔다.
 
러시아대표와 협상중인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다비드 아라카미아 단장은 우크라이나 TV에서 러시아 측과 터키 이스탄불에서 직접 대면해 대부분의 초안엔 비공식적으로 합의에 이르렀지만 공식적인 합의문은 작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합의안이 빨리 제대로 만들어져서 두 나라 대통령이 직접 만나 회담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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