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철수 아니라 재배치…다른 지역 공격 대비해야"
국방부 "키이우, 러시아 핵심 목표…위협 끝나지 않았다"
'권력 유지' 발언 재차 해명…"난민 직접 만나고 도덕적 분노 말한 것"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2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누구도 러시아의 발표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라며 "우리는 키이우(키예프)를 둘러싼 모든 병력 움직임이 철수가 아니라 재배치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철수가 아니라 재배치라고 믿는 근거를 묻는 말에는 "우리가 오직 그들이 말하는 걸 믿기 전에 러시아 측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베딩필드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이 충돌의 시작부터 그들(러시아)은 키이우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을 했다"라며 "우리는 그들이 이 전략을 조정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와의 5차 휴전 협상 이후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 간 협상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후 러시아 측 진의와 실질적 협상 진전에 거리를 뒀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그들의 행동이 어떤지 보기 전까지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베딩필드 국장은 이런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지목, "그들의 행동이 말과 일치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대통령의 말을 들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명확히 지켜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계는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 대한 중대한 공격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라며 "모두는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계속 공격을 보게 되리라고 예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취지로 거듭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그들의 말을 믿는 게 아니라 그들의 행동이 어떨지 보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의도는 우크라이나 역내·국내 지휘권을 교체하고 소위 '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이라며 "전쟁 초기 키이우를 향한 신속한 진군은 키이우가 러시아의 핵심 목표라는 점을 매우 명백히 보여줬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누구도 갑작스레 그냥 키이우 근처에서의 군사 공격을 줄이겠다는 크렘린의 최근 주장이나 그들이 모든 병력을 철수하리라는 어떤 보도에도 속아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를 보냈다.
그는 같은 취지로 "키이우에서 최근 며칠 동안 일부 러시아 군단이 물러나거나 움직임이 있었는가"라고 자문한 뒤 "그렇다"라고 답하면서도 소규모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를 철수가 아니라 재배치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서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는 키이우를 향한 위협이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러시아는 키이우를 함락하겠다는 목표에 실패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예속시키겠다는 목표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나라에 엄청난 만행을 가할 수 있다"라고 했다.
베딩필드 공보국장은 이날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거론, 현재 상황이 자국을 비롯한 동맹·파트너국가가 강한 결의를 유지해야 할 장기적 고투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러시아의 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도 재차 거론됐다. 베딩필드 국장은 러시아의 화학 무기 사용을 여전히 우려하는지 질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라며 "우리는 광범위한 일련의 잠재적 선택지를 확실히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정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을 매기지 않겠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러시아가 취한 모든 행동에 가혹한 결과로 대응했듯, (화학 무기 사용에도) 가혹한 결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베딩필드 국장은 정상회담을 위한 특정 조건을 묻는 말에 "선제 조건을 설정하지는 않겠다"라면서도 "대통령이 그런 종류의 대화에 임하려면 러시아 측의 실질적인 긴장 완화 조치와 명확하고 진실한 외교 약속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권력 유지' 발언에 관한 해명도 재차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 26일 폴란드 연설 중 푸틴 대통령을 겨냥, "그는 권력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이른바 '레짐 체인지'를 시사한 게 아니냐는 거센 논란이 일었다.
베딩필드 국장은 "대통령의 말은 굉장히 영향력이 있다"라면서도 "그(바이든 대통령)는 자신이 느낀 도덕적인 분노를 개인적으로 말한 것"이라며 "이는 전 세계 국민이 공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그(바이든 대통령)이 정책 변화를 표현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는 그가 미국의 정책 변화를 열거한 게 아니다"라며 "그는 (우크라이나 출신) 난민을 만났었고, 푸틴이 사람들에게 고통을 직접 봤다"라고 말했다.
베딩필드 국장은 이런 취지로 "이는 정말로 개인적이고 강력한 도덕적 분노의 발언이었다"라고 재차 말했다. 베딩필드 국장은 아울러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 간 통화에서도 해당 발언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지난 18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은 러시아에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를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건 우리와 관계된 일이 아니다"라며 "러시아 국민의 결정"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imz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