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 일본인 모델로 한 것이라고 주장
법원 "일본인 참조했다는 점 소명 어려워"
"힘든 삶 살던 노동자 상상할 수 있는 형상"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노동자를 표현한 조각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인터넷 매체 대표에게 법원이 조각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22단독 황순교 부장판사는 평화의 조각상을 만든 조각가 김운성·김서경 부부가 모 인터넷매체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각각 700만원, 500만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씨 부부는 지난 2014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연맹의 의뢰를 받아 2년의 제작기간 끝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일본 교토 단바지역의 망간광산 갱도 부근에 설치했다. 이후 서울 용산역 앞, 제주항 제2부두 연안여객터미널 앞, 부산 일본 총영사관 인근, 대전시청 앞 공원 광장 등에 순차로 설치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지난 2019년 3월, 김씨 부부가 조각한 노동자상은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인터넷신문 사이트에 "일부 민간인 범죄자에게 납치당해서 노동을 하던 일본인들이 경찰 적발에 의해 풀려난 모습"이라며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이다"고 적었다.
이에 김씨 부부는 피고인들이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두 사람에게 각각 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황 부장판사는 "피고인들 주장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강제징용 노동자 사진이 일본인으로 밝혀져 이후 삭제되는 등 시정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며 "그러나 원고들이 조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사진 속 인물을 모델로 하거나 참조했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교과서 등에 실린 사진 속 인물과 이 사건 노동자상은 야윈 체형과 상의 탈의, 짧은 옷차림이라는 것 외에 별다른 유사점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강제로 동원돼 탄광 속에서 거칠고 힘든 삶을 살았던 노동자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형상"이라고 덧붙였다.
황 부장판사는 "원고들의 명예가 상당히 훼손된 것으로 보이고 위법행위가 반복적이고 지속해서 이뤄졌다"며 "앞으로 이와 같은 행위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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