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평가 엇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산업화 성과"
"전두환, 경제 성과…국민 맡긴 총칼로 국민 해친건 중대범죄"
"이승만, 농지개혁 칭찬 받을 만…양극화 심할 때 배워야할 경험"
"이명박·박근혜, 잘못 인정하고 사과 발언 없어…사면시기 상조"
"文 정부와 정책 차별화도 지속…"민주당, 明 철학 맞춰 변해야"
[서울=뉴시스] 이재우 여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구경북(TK)에서 이틀 연속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보수 표심 잡기에 나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약체인 TK를 집중 공략해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광주·전남에 이어 두번째로 3박4일 일정으로 TK 매타버스행에 나섰다. 그는 11일 금오공대 방문에 이어 12일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내 경부고속도로 완공 기념탑 헌화, 다음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10주기 추모행사 등 박정희 유산 포용에 나선다.
이 후보는 12일 오전 경북 구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금오공대를 찾아 '지역 대학생과 함께 나누는 대구경북의 미래 비전'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는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금오공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것이죠"라며 "구미전자공단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만든 것이죠. 과거에는 경북 대구 경제가 활력을 받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축이었는데 지금은 수도권에 집중돼 활력이 잃어가는 것 같다"고 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아울러 성장 모멘텀(동력)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팬데믹을 활용해 국가의 대대적 투자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이 한 것처럼 강력한 경제 부흥 정책을 취하는, 그를 통해서 새로운 산업을 대대적으로 창출해내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같은날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인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은 뒤 즉석연설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등 보수 진영 출신 대통령의 공과를 언급하면서 "유능한 대통령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대구 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 있었다. 박정희다. 모든 정치인은 공과가 병존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러나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 범죄다"며 "그래서 그는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며 "6.25 전쟁 당시 자기만 먼저 기차타고 대구까지 도망을 갔다가 대전으로 되돌아와서는 서울에다 대고 '국민 여러분 제가 서울을 사수하고 있다'고 방송했다. 그걸 믿고 서울 시민은 피난을 못가서 인민군 치하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민군이 총 들고 협조하라고 하는데 안 할 도리가 있느냐. 참호 파라면 파고 노역하라면 하고 했는데 서울 수복한 다음에 부역했다고 전부 총살했다"며 "국가 지도자가 할 짓이냐 역시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했다.
다만 "제가 볼 때 칭찬받을 만한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농지개혁을 한 것"이라며 "농지개혁을 통해 당시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생산수단인 논밭을 진짜 농사 짓는 사람들이 가지도록 만들었고 경자유전 법칙을 헌법에 썼다. 그래서 그 이후에 대한민국 경제가 정말 급속하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하고 경제가 침체될 때 배워야 될 역사적 경험이다. 그 점에서는 인정을 할 만한 부분도 조금은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같은날 경북 안동시 중앙신시장에서도 "대구 경북 영남이 낳은 한 지도자가 있었다. 인권 침해, 민주주의 파괴, 불법정치, 명백한 과오가 있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을 산업화를 통해서 경제 대국으로 만든 공이 있는 사람이 있다"며 "박정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진영을 나눠서 네 편은 무조건 나쁘고 내 편은 무조건 옳고 할 것이 아니라 모든 일에는 공도 있고 과도 있고 그늘도 있고 양지도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잘한 부분은 칭찬하고 잘못된 부분은 책임을 물어야 정치인들이 내 편이 다 옳다고 무조건 의지하고 상대편이 틀렸다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비록 진영이 나뉘어 싸워왔고, 또 상대 진영이 돼 비난하더라도 잘한 부분은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은 지적해서 다시는 그런 잘못이 반복되지 않게 하되 잘한 것은 계승해서 더 키우자"라고 제안했다.
그는 "대구 경북이 키워준 이재명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들었던 산업화의 성과를 넘어서서 기후위기와 디지털 전환, 팬데믹의 위기라는 거대 위기 앞에 서 있는 대한민국을 국가의 대대적 투자를 통해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을 통해 앞으로 더욱 성장하는 성장 국가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전날 부인 김혜경씨와 대구 동성로를 찾아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의 성과를 냈다"며 "물론 박 전 대통령이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지체시킨 것에 대해서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산업화의 공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이 후보가 주창하는 실용주의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길을 열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경제 성과를 호평했다.
같은달 5일 대구를 찾아서도 "박정희의 고속도로가 산업화의 뿌리가 됐고, 산업화란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가 김대중 정책이든, 박정희 정책이든 '좌 정책'이나 '우 정책'이나 따지지 않고 정말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해나가야 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같은날 28일 전남 나주를 찾아서는 "이승만 정부가 나쁜 짓만 한 게 아니다. 최대의 성과는 농지개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 후보는 11일 안동MBC 앞에서 열린 전현직 지방의원 지지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 사법적 판단을 받고 복역 중인 분에 대해서 공과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사면은 결국은 대통령의 통치권 행사에 해당되는 부분이고 국민적 합의에 따라야 할 부분인데 본인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는 발언도 없는 상태에서 시기상조가 아닌가라는 생각은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도 이어갔다. 이른바 '이재명의 민주당' 전환 가속화 의지도 거듭 천명했다.
이 후보는 11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열린 대학생 간담회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은 어떻게 달라지느냐'는 질문을 받고 "민주당이 압도적인 주류 세력이 현재 됐지만 밀려나게 생겼다", "민주당도 저를 (대선 후보로) 뽑았으니 제 철학과 가치, 비전에 맞추어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탓하지 말고 핑계 댈 수 없다. 국민이 필요한 일에 발목을 잡으면 토론, 논쟁, 설득하되 안 되면 '발목 잡는데요' 하면서 세월 보내면 안 된다. 뿌리치면 된다"며 "그것 하라고 의석 준 것 아닌가.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후보는 원전 정책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원정 정책 이름을 '탈(脫)원전'이라 했는데 '감(減)원전' 정책으로 표현을 바꿔야 한다. 원전을 줄인다고"라며 "어떻게 줄이느냐. 만드는 건 다 만들고 운영하는 건 그대로 운영한다. 쓸 때까지 쓰고 그사이 수십년 여유가 있으니 재생 에너지로 다 전환해가자"고 주장했다.
이어 한울 3·4호기 논란에 대해 "정책 결정의 두가지 요소가 있는데 하나는 정책 결정 당시 상황, 예측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두번째는 주권자의 의사다"며 "국민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재평가 해볼 필요가 있겠다. 일단 안 하기로 했으니 끝까지 안한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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