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찬반 팽팽]②섣부른 전환 시 유행 심화…의료체계 붕괴 우려

기사등록 2021/08/29 12:00:00

정부, 9말10초에 위드코로나 논의…1차접종 70% 이후

"10~11월 이후 논의해야…방역완화 메시지 전달 우려"

성인 접종률 80% 이상 시 전환 가능…"달성 쉽지 않아"

전환 시 중환자 증가 우려…단기 의료체계 개선 어려워

"시나리오별 위험도 평가 후 택일…큰 관점서 출구전략"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메쎄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유아교육전'에서 행사 관계자가 거리두기 동참을 알리는 안내판을 들고 있다. 2021.08.27. jtk@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코로나19 중증화율과 치명률을 기준으로 방역 체계를 정비하자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논의가 너무 빠르게 전개되면 자칫 방역 완화 메시지로 이어져 유행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더라도 중환자가 급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의료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의료체계 개선은 단기간에 쉽지 않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오는 9월 말부터 위드 코로나 전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9월 말은 전 국민 1차 접종률 70%를 달성하는 추석 연휴(9월18~22일) 전에서 2주 뒤다. 면역력이 어느 정도 형성되면 위드 코로나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논의하는 시간대로 9월 말은 이르다고 평가했다. 9월 말에는 접종 완료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방역 완화를 언급할 경우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내부적으로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고 검토하더라도 이를 이론화하고 공론화하는 시점은 적어도 접종 완료율이 높아지는 10~11월 이후여야 한다"며 "자칫 지난 6월 접종률이 올라갈 때 거리두기 완화 신호를 잘못 주면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역 당국은 예방접종을 통해 위·중증률과 치명률을 낮춰 의료체계 대응 부담을 줄이는 수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을 위드 코로나로 보고 있다. 접종률에 따라 방역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조처로 볼 수 있다.

위드 코로나를 주장하는 전문가 사이에선 위드 코로나 전환에 필요한 접종률에 이견이 있다. 당국은 고령층의 90% 이상, 일반 성인의 80% 이상이 접종을 마쳤을 때 가능하다고 봤다.

엄 교수는 "델타 변이로 인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은 예방 효과가 80~90%에서 60% 중반대로 감소한다는 데이터가 나온다. 접종률은 80%를 넘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델타 변이는 거리두기를 안 할 경우 감염재생산지수가 5~8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인구의 80~85%가 접종해야 하나, 임산부, 소아를 제외한 성인 100% 접종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4일 오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관계자가 모니터로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한 격리병동을 살펴보고 있다. 2021.08.04. jtk@newsis.com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경우 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면역력이 약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중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코로나19 봉쇄를 풀고 '자유의 날'을 선언했지만,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연일 100명대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8월16~22일 1주간 영국의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는 3240명, 사망자는 10.3명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이 다시 증가하면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늘어나는 인명 피해를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며 "위드 코로나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조치 결과도 정확히 나온 게 없다. 영국의 조처가 위드 코로나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중환자 증가로 발생할 수 있는 병상 문제에 대해 "백신은 80% 이상 접종이 가능하지만, 병상 확보 문제는 비탄력적이다. 짧은 시간에 확보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은 영역"이라며 "중환자 병상은 확보할 수 있지만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운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를 논하기 이전에 시나리오별로 위험도를 평가한 뒤 감당 가능한 시나리오를 택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방역 완화만이 아닌 사회 전반적으로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엄 교수는 "단순히 위드 코로나를 하냐 안 하냐의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과 같은 거리두기를 유지했을 때 우리 사회의 경제·사회적인 손실이 더 큰지, 위드 코로나를 했을 때 손실이 더 큰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더 큰 유행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 생기는 피해가 큰지, 지속적인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가 큰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핵심은 백신 접종이지만 코로나19로 흐트러진 일상을 정상화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큰 관점에서 보건의료, 사회, 문화, 교육, 종교 등 전 사회적으로 정상화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위드 코로나 논의만으로는 큰 관점을 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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