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12일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본경선에 돌입한 가운데 선두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한 이낙연 전 대표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9~10일 전국 성인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1%포인트), 윤석열 전 검찰총장 29.9%, 이재명 경기지사 26.9%, 이 전 대표 18.1%로 조사됐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주와 비교해 5.9%p 올랐다. 반면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지지율은 각각 1.5%p, 3.4%p씩 빠졌다. 이 전 대표의 상승세, 이 지사의 하락세로 지지율 격차는 19.2%p에서 11.8%p로 좁혀졌다.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29.7%를, 이 전 대표는 20.6%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1위를 지켰지만 30%대가 무너졌고, 이 전 대표는 20%대로 올라섰다. 두 후보 간 격차는 한자릿수대(9.1%p)에 진입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성인 남녀 1006명을 상대로 실시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서도 19.4%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지지율 변화는 민주당 예비경선 토론회를 거치며 나타났다. 1위 주자인 이 지사에게 검증이 집중됐고 이 지사는 기본소득 공약 논쟁에서 방어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고, 여배우 스캔들 관련 돌출 발언으로 연속 실점했다.

이 지사가 당내 예선전에서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이 전 대표 쪽으로 일부 민주당 지지층이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지사에 대한 반감이 남아있는 '친문' 지지층이 표심 결집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캠프는 앞서 예비경선 토론 이후 몇개의 여론조사에서 상승세가 감지되자 "판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조만간 당내에서 '2강' 구도, 여야를 아울러서 '3강' 구도를 이룰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 전 대표는 향후 본선에 대비해 '중도 확장성'을 내세우는 이 지사와 각을 세우며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 검증은 가급적 본인 문제로 제한해야 한다'는 이 지사를 향해 "그런 식의 논리라면 대통령 되기 전의 일은 묻지 말자는 얘기와도 통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친문 구애에도 한층 공을 들이고 있다. 윤영찬 정무실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가 만드는 차기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계승이냐, 아니면 '이재명 1기'냐 의구심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넓게 펴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친문 '적자'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추격에도 이 지사 측은 아직까지 대세론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두 주자의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본선에서 캠프 간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역공을 자제하고 있지만, 당내 경선에서 계속 실점하다가는 압도적 1위의 위상이 흔들려 본선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이 지사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손발 묶인 권투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추후 본경선에서 이 전 대표로의 단일화 가능성을 기대하는 시각도 나온다. 결선투표에서 이 전 대표가 나머지 후보들과 연대해 이 지사와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대세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은 아직 발광체 보단 반사체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사의 실점으로 인한 반사 이익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2강 구도'를 안착시키고 역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체 경쟁력을 더 보여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반사 이익을 보고 있는 건 분명한데, 지지층 여론이 이 지사는 싫지만 그렇다고 이 전 대표가 좋다까지는 못 간 것 같다"며 "야당 후보를 상대할 경쟁력이 있는지 보여줘야 성과가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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