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바람, 2030서 5060으로 확산
선거도 '캠프·홍보문자' 없이 치러내
전례 없는 정책?…당내 갈등 이어질 수도
변화와 쇄신을 향한 보수 당원들의 갈망은 이 대표의 당선 동력이 됐다. 더 정확하게는 새로운 얼굴을 한 보수가 이뤄낼 '정권 교체'의 열망이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었다. 이제 이 대표의 과제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잡음은 최소화해야 한다.
핵심은 자신이 원하는 변화와 기존 체제 사이에서의 조화다.
2030에 인정받은 '이준석' 스타일…이젠 방향성 제시해야
바람이 시작된 건 지난 4·7 재보궐선거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은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선거 유세차에 세워 직접 마이크를 잡을 수 있게 했다. 청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에 힘입어 전당대회에 나선 그는 청년 정치인만의 독특한 길을 걸었다. 캠프 사무실은 차리지 않았다. 메시지는 본인이 직접 구상했다. 대중교통을 타고 유세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SNS에 종종 올라왔다. 홍보용 문자 메시지 역시 발송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전당대회에서 찾아볼 수 없던 획기적인 선거 운동이었다.
홍형길 한길리서치소장은 "2030세대 역시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다"며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은 자신들을 대표할 위상은 안 된다고 봤는데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그가 우리를 대변해줄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젊은층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시작된 바람은 5060세대를 거쳐 돌풍을 만들었다. 홍 소장은 "2030세대의 지지를 받는 이준석을 통해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다는 (기존 보수층의) 전략적 판단이 결합된 것"이라며 전연령대로 확산된 돌풍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기성당원들에 급속도로 호감을 얻었다"며 "정치적 감각, 대처 능력도 생각보다 괜찮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젠 실전이다. 개인기와 바람으로 자리에 오른 이 대표가 더 구체적인 비전을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뭐가 됐든 정치인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당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게 있어야 돌파가 되는데 지금 이 대표에는 그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와 쇄신을 하겠다는 데 변화를 해서 어디로 가겠다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공천 기초능력 평가시험' 등 갈등 예고…구세대와 타협점 찾아야
그는 전당대회 공약으로 '공천 기초능력 평가시험' 도입안을 제시했다. 당에서 만든 ▲자료 해석 ▲독해 ▲표현 ▲컴퓨터 활용 능력 등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만 공천을 주겠다는 것이다.
선거 운동 기간 전국의 당원들이 그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쏟아낸 부분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강원도당 당원간담회에서 "만약 60대, 70대 엑셀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지원자가 지방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엑셀을 배우고 '시민, 혹은 도민 여러분, 제가 시험에 합격해 공천받았습니다'라고 했을 때의 감동이 선거에서 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감동'에 동의하는 이들은 여전히 소수다.
함께 당권 경쟁을 하던 주호영 의원은 이 대표가 주장하는 '실력주의'는 엘리트주의적 발상이라며,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는 국민의힘과 맞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공천 기초능력 평가시험'과 비슷한 수준의 전례 없는 제안들을 밀어붙인다면 당내 갈등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선이 된 것과 실제 당대표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라며 당내 반발을 예고했다. 이 교수는 "정치 9단이라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4월 재보선 때 물러나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다. 굉장히 어려운 가시밭길에 놓여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 체제에서 국민의힘은 양쪽의 갈림길에 있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변화의 물꼬로 당이 새롭게 재건할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자칫 잘못하면 당이 정치적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있다"며 "혁명이 지나치면 반혁명이 된다. 프랑스 대혁명의 깃발을 들었지만 로베스피에르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충돌하는 과제 속에서 이 대표가 어떻게 리더십 발휘할지, 그리고 여기에 당의 중진, 혹은 주류가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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