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한달⑤] 전문가들 "증시 폭락은 기우"…전면재개는 '갑론을박'

기사등록 2021/06/06 05:00:00
[서울=뉴시스] 정옥주 최현호 기자 = 전문가들은 지난달 3일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 당초 우려와는 달리 시장에 큰 충격은 없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시장에서는 14개월이라는 최장 기간 이어진 공매도 금지 조치가 부분 해제될 경우, 주가 폭락 등 시장 내 변동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기업실적 개선, 개인 매수세 지속 등으로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추세를 나타냈다는 평가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지난 3일 내놓은 '공매도 재개 후 한 달간 주식시장 동향 점검' 자료에 따르면, 국내증시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추세를 보였다. 이에 따르면 지난 2일 종가 기준 주가지수는 공매도 재개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대비 코스피는 2.4% 상승, 코스닥은 0.2% 하락했다.

무엇보다 공매도와 주가 간 유의미한 관계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6527억원으로 가장 많았던 삼성전자(지난 4월30일 종가 대비 6월2일 종가 기준)의 주가는 0.9% 하락하는데 그쳤다. 그 다음으로 공매도 거래가 많았던 HMM(5677억원)은 오히려 주가가 20.5% 상승했다. 공매도 재개에 따른 타격이 예상됐던 대표적인 바이오주, 셀트리온도 공매도 거래대금이 3374억원으로 4번째로 많았지만 주가는 0.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제도로 인해 시장이 차곡차곡 다져지고, 투자자들을 쿨다운(cool down)하는 역할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 아직까지 공매도 재개로 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재개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좀 더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에도 드러났듯이 (주식)가격변동은 실제 매수매도에 따른 부분이 주요인이고 공매도 자체가 변동시킨다고 보긴 어렵다"며 "그런 관점에서 위기 등 특별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시킬 수 있지만 일반 거래수단으로서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을 교란시키고, 시장을 디스카운트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공매도 재개 이후 시장에 별 영향이 없다는 의견과 아직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을 뿐 언젠가 큰 피해가 올 것이라고 걱정하는 시각으로 나뉜다"고 짚었다.그는 "공매도라는 것이 아무래도 악재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인데 지금은 대외악재가 크게 돌출되는 부분이 없지만 순간적으로 닥쳤을 때 (공매도 세력이 이 악재를 이용해 순식간에 시장을 폭락시킬 수 있어 겁나는 것"이라며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면재개에 대해서는 '조속한 재개'와 '신중론'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먼저 주가가 3000선을 넘어서는 등 오히려 주가 버블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규제라는 주장이다. 전면재개 시 제약·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나타나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란 예상도 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금지는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공포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여러 조치 중 하나로, 이제 시장이 어느정도 회복이 됐으니 원상태로 복귀하는 것이 맞다"며 "무엇보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가면서 버블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굉장히 불필요한 규제이며, 조속한 전면재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전면 재개시 약간의 하방압력이 있을 순 있지만, 이는 오히려 자산시장의 버블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교수도 "공매도를 계속 금지할 경우 오히려 중소형주들에 유동성 위기가 생길 수도 있어 결국 해당 주식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상황을 봐서 전면재개하는 것은 맞다는 의견이며,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들에 비해 공평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제도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전히 시장에 불안요인들이 남아있는 만큼, 경제회복세와 불확실성 완화 등을 충분히 확인한 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거세게 나오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현재 공매도가 재개된 코스피200·코스닥150 대형주는 과거에도 공매도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었다"며 "하지만 제약·바이오 업종과 소형주들은 향후 공매도 전면재개시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전면재개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지만 아직은 금리인상, 도쿄 올림픽, 코로나 백신 접종 상황 등 아직 경제 위기 징후들이 많이 남아있다"며 "올 하반기 이후 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완화된 것이 보이면 코스피를 먼저 해보고 추후 코스닥으로 확대하는 등 단계적인 전면재개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전면 재개를 논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며 "오는 11월 이후 백신 접종과 인플레 등 경제상황을 지켜보고 난 후 신중하게 재개에 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차입 공매도 관련 처벌을 강화한다고 사전 예고를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고, 상환기간도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현재 외국인과 기관은 구두로 합의하면 계속 연장이 가능한데, 60일 이내 무조건 상환하도록 개인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는 방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도 "시장에서 전면재개에 대한 요구가 있으면 논의를 해볼 순 있겠지만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현재 재개된 코스피 200·코스닥 150이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어서고 있는데 굳이 서둘러서 전면재개를 논해 시장에 혼란을 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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