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직원 잇단 사망에도 여론 싸늘…도넘는 비난·조롱도

기사등록 2021/03/13 14:30:00 최종수정 2021/03/13 22:42:07

13일 경기 파주 50대 LH직원 숨진채 발견돼

전날 분당서도 본부장급 50대 유서두고 사망

블라인드에 "자업자득", "어정쩡한 수사 안돼"

[화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가 전방위 조사로 확산되고 있는 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LH홍보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2021.03.05.jtk@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최근 신도시 투기의혹에 휩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원들이 잇따라 숨진채 발견되는 가운데, LH에 대한 비판여론은 계속되고 있다. 그 중에는 고인을 모욕하는 글들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3일 뉴시스 확인결과, 직장인들을 위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연일 100여건에 가까운 LH관련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글에 달린 댓글을 포함하면 LH에 대한 비판글들은 연일 몇 백건을 넘는 수준이다.

초반 블라인드에서는 LH직원들의 투기의혹과 일부 LH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아니)꼬우면 입사하든가, 차명으로 해뒀는데 어떻게 찾을거냐'등의 막말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또 정부의 수사 성과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지난 12일 LH본부장급 간부 A(56)씨가 숨진 채 발견된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50대 B씨가 변사체로 발견되자 블라인드에는 고인들에 대한 막말과 조롱성 글이 줄을 잇고 있다.

LH직원 사망에 대한 글에 한 회사원은 댓글로 "자업자득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은 "이럴 때일수록 발본색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회원은 "LH분들, XX하지 말고 자수해서 광명을 찾아라. 인정하고 사과하고 뱉어내면 되지 않느냐"는 조롱성 글도 있었다.

또 다른 회원은 "이걸로 동정론이 생겨서 수사를 어정쩡하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은 "죽은 사람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XX하면 모든 사건이 종결되는 법을 고쳐야한다"며 "본인이 XX하면 사건이 종결되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고 했다.

고인의 가족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과 막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 다른 회원들에게 비판받기도 했다.

또 투기일 경우 이익이 국가에 환수되느냐를 묻는 질문들도 올라오는 등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인신공격과 고인모욕이 이뤄지고 있다.

소수지만 "아무리 익명이지만 선을 넘지 말자", "아직 확인된 건 없다"는 글도 달렸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께 경기 파주시 법원읍 한 농장에 설치된 컨테이너 안에서 LH직원 B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지난 2019년 2월 법원읍의 한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뒤 고속도로 IC 등 해당 지역에 대한 개발이 이뤄졌다는 부동산 투기 첩보를 입수하고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도 경찰이 해당 내용을 파악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이날 새벽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메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도 50대 LH 본부장급 간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집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지역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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