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윤석열 사의 1시간 15분만 즉각 수용
지난 1월 "文정부 검찰총장…尹, 정치 염두 아냐"
尹 "헌법정신 파괴", "정의와 상식 무너져" 비판
靑-與, 윤석열에 격앙 반응…"사실상 정치 선언"
사의 수용 후 민정수석 인사…檢 갈등 봉합 의지
비검찰 민정수석 기조 복원…검찰개혁 드라이브
차기 검찰총장 인선 관심…친정부인사 등용할 듯
윤 총장의 사의 수용 뒤 문 대통령은 검찰 인사로 갈등을 일으킨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도 바로 수리했다. 후임 민정수석에 비(非) 검찰출신인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하면서 검찰개혁 추진을 둘러싼 갈등을 신속히 봉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당 주도의 '검찰개혁 2라운드'에 대통령이 굳은 의지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3시15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짧은 한 줄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윤 총장이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이뤄진 공개 발언을 통해 사의를 표명한 뒤 1시간15분 만이다. 임면권자가 사의 수용 의사를 밝힘으로써 면직이 된 상태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례적이게도 상당히 속전속결로 이뤄졌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윤 총장은 지난 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립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날 대구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선 "지금 진행 중인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게다가 전날 '보수의 텃밭' 대구를 찾은 윤 총장이 "고향에 온 것 같다"며 자신의 정치 의향 가능성엔 "이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 같은 행보들이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윤 총장을 향해 "정치하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의 정치 선언이었다", "대선 출정식 같았다"는 비난이 나왔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헌법을 끌어들인 데 대한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 조직에 충성한 것이 아니라 검찰 조직을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활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의혹 수사를 시작으로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수사,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군 복무 시절 휴가 특혜 의혹 수사 등을 이어온 윤 총장 행보 이면에는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는 게 그간의 정부·여당의 시각이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징계 결과를 수용하고 재가한 것 또한 기본적으로 검찰 조직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과였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사의가 불러올 파장을 염두에 둔 듯 즉각 추가 인사를 단행했다. 윤 총장 사의 수용 뜻을 밝힌 지 45분 만이다.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로 법무부와 갈등을 빚은 신 수석 후임에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새로 임명하면서 검찰개혁 추진을 둘러싼 갈등을 신속히 봉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부터 오늘로 민정수석 인사가 예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검 관계의 원만한 조율을 위한 검찰 출신이 아닌, 비검찰출신 민정수석 기조가 다시 복원되면서 정부·여당이 집권 후반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검찰개혁 2라운드'에 문 대통령도 뜻을 같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 사의 표명 직후 "검찰개혁은 흔들림 없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총장 사의 수용과 민정수석 교체로 검찰 갈등 이슈를 일단락 매듭짓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여전히 잠재적인 갈등 요인은 많다. 일단 윤 총장 뒤를 이을 검찰총장 후임 인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안정적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기 위해선 친정권 인사를 등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차기 총장 후보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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