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총재 "전세값 상승, 금리 주요인 아냐...수급불균형 때문"

기사등록 2020/12/17 16:00:07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설명회 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0.12.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저금리가 전세가격에 영향을 주지만, 주 요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최근의 전세가격 상승은 전세시장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게 더 크게 기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전세가격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내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내외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국내외 경제의 성장과 물가 전망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가 코로나19 확산정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통화정책도 그 전개 상황에 맞추어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당시 전망은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를 전제로 했고,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3단계로 격상될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경제 충격 정도는 어느 정도로 보며, 지난번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앞으로의 경제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코로나 전개상황이다. 최근 코로나 전개상황을 보면 지난달 전망 발표시에 한은이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위중하고, 좀 더 심각하다고 보여진다. 그에 따라 사회적거리두기도 당초 예상보다 강화됐다. 그렇게 되면 소비, 특히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소비가 당초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확산세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광범위한 지역에 강도높게 시행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과거 코로나 확산시기보다 당연히 클 것이다. 결국 이렇게 되면 대면서비스가 불가피한 분야의 소비가 위축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등의 타격이 크다. 이 업종들은 고용 비중이 높다. 코로나 확산 충격이 이러한 부문에 집중되면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여 저희들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세가 이번 겨울을 넘어서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소비 위축이 내년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를 받쳐주는 수출을 보면 반도체 등 수출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세가 백신의 보급으로 빠르게 진정될 수 있다면 수출은 생각보다 호조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확산세로 지난번 전망 당시보다 전망의 불확실성이 훨씬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올 겨울에 코로나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본 다음 성장률 조정을 다시 말씀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우리 경제 앞날의 흐름, 회복세 강도는 코로나 확산세가 어떻게 전개되고 진정되느냐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설명회 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0.12.17. photo@newsis.com

-전셋값 폭등의 원인에 대해 놓고 정부는 장기간의 저금리를 요인으로 꼽았는데, 한은은 이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 공개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은은 금통위의 전셋값 상승 원인에 대한 질문에 대해 "금리와 전세가격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세가격은 주택 가격과 마찬가지로 금리도 영향을 준다. 그러나 금리 이외의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 수급 상황, 정부 정책 등 여러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물론 금리 하나만 놓고 보면 저금리는 금융비용 감소를 통해서 선호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저금리가 전세가격 상승의 요인 하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엄밀히 보면 전세가격이 6월 이후부터 상승폭이 확대됐다. 저금리 기조는 그 이전부터 상당기간 유지되어왔다. 저금리가 전세가격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주요인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의 전세가격 상승은 전세시장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게 더 크게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 저물가를 이어가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 하락)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물가 장기화에 대비해 어떤 정책을 취할 예정인지.

"지난 11월까지 보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년동기대비 0.5%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에 비해서 0%대 중반의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은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3가지로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올해 코로나 영향으로 수요측면의 물가 압력이 약화됐다. 둘째는 국제유가가 전년대비 큰폭으로 하락한 것을 들수 있다. 셋째는 고교 무상교육의 확대, 이동통신지원 등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 등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내년을 보면 이 세 가지 요인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내년에는 국내 경기가 글로벌 경기 개선됨에 따라 국내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도 완만하지만 상승으로 돌아설 것이다. 정부 정책 측면에서 하방압력이 내년에는 축소되기 때문에 금년보다는 높은, 1% 내외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위 디플레이션은 상품 서비스 전반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걸 말하는데, 내년에 상승세가 이어지면 디플레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더라도 내년에 하방 압력이 낮아지면서 금년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내외에서 안정되도록 하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시행 중이다. 코로나 영향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흐름이 많이 달라질 것이고, 언제 목표에 달성할 수 있는지 단정하지 어렵겠지만 내년에는 1% 내외, 그 다음에는 1%중반, 그러한 기조적 흐름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부 쇼크에 비해 추세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어 언제 2%에 도달한다고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 외부적 쇼크를 제외하면 1%대 중반으로 가지 않을까 본다. 한은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하는게 불가피하다. 코로나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물가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확대해왔고, 그야말로 불가피한 상태였다고 본다. 앞으로도 저희들은 경기와 물가 상황을 감안할 때 완화적인 통화 정책 운용을 통해서 성장세를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에 따라서 중기적인 시각에서 물가 목표 수준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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