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시냅스, 메타 광학 물질…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연구진이 맺은 ‘결실’

기사등록 2020/11/26 00:20:00

삼성전자, 2013년부터 1조5000억원 출연

지금까지 634개 과제에 8125억원 집행

국제학술지 총 1294건 논문 게재 등 성과

[서울=뉴시스] 서울대 남기태(오른쪽 하단) 교수와 이윤식(왼쪽 하단) 교수, 연세대 권장연(왼쪽 상단) 교수와 연구팀. 사진 삼성전자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뿌린 씨앗이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이번에는 뇌공학과 메타 광학 물질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효율적인 시냅스 따라잡기, ’이온’의 이동과 제어가 열쇠

2014년부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은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남기태 교수는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이윤식 교수,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공학부 권장연 교수와 진행한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 펩타이드로 인공 시냅스 구현에 성공했다. 뇌의 정보 처리 방식에 가까운 인공 시냅스를 만들어낸 남기태 교수의 이번 연구 성과는 11월 19일(영국 현지시간) 세계적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몸속에서 자극과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 세포를 뉴런이라 한다. 인체의 신경섬유인 ‘시냅스’는 이런 뉴런과 뉴런 사이의 접합부로, 뇌로 들어오는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연산 기능을 담당한다. 순차적으로 하나씩 진행되는 직렬 연산 대신, 동시에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병렬 연산이 가능한 것이 시냅스의 특징. 덕분에 매우 적은 에너지로도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 예컨대,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국을 진행한 알파고는 약 56kW의 전력을 소비했지만,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인간의 뇌는 2,800분의 1 수준인 20W만 소비한다.

최근 이와 같은 시냅스의 효율성을 모방해 인공지능 반도체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전기’로 작동하는 전자 소자로 ‘이온’의 움직임이 중요한 시냅스의 연산 메커니즘을 모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시냅스와 같은 효과를 내려면 전자 소자 내부에서도 이온의 이동이 원활하고 움직임 제어도 가능해야 하지만, 기존 전자 소자에 사용되는 물질들은 이온의 움직임을 통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미노산 조합 ‘펩타이드’로 인공 시냅스 소자 구현

남기태 교수 연구팀은 인체를 구성하는 생체 물질인 ‘펩타이드’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펩타이드는 생명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로, 20가지의 아미노산이 어떤 조합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전기·화학적 기능이 달라진다.

연구진은 아미노산을 특정 방식으로 조합해 이온-전자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모사할 수 있는 펩타이드를 개발했고, 이를 가지고 인공 시냅스 소자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해당 소자는 전기를 사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연산하는 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전기 없이 수소이온만으로도 기능 수행이 가능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남기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펩타이드의 재료적 우수성을 활용하여 생명체의 효율성을 정밀 모사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연구의 기반이 될 기술을 마련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금속에서 비정질 실리콘으로’ 메타 광학 물질, 성능 3배 향상

포스텍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는 메타 광학 물질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배치가 불규칙하게 배열된 규소, 즉 비정질 실리콘에 수소를 주입하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 2019년부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이번 연구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22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ACS)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인 ‘ACS 나노(ACS Nano)’에 게재됐다.

메타 광학 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광학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물질로, 영화에 등장하는 투명망토가 대표적인 사례다. 메타 광학 물질은 가시광선의 파장과 비슷한 크기의 나노 구조체를 이용해 제작하며, 보통은 구조가 일정한 패턴으로 배열되어 있다. 구조체의 간격 배열에 따라 광학 성능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으나 그 원리는 미궁 속에 빠져 있었다.

과거 금속을 원료로 광학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이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금속 표면에 있는 많은 수의 전자들이 메타 광학 물질의 주요 요소인 빛의 굴절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 최근 금속 대신 비정질 실리콘 등 유전물질을 이용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으나, 광학 성능은 입사광 대비 반사광 비율이 25%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었다.

[서울=뉴시스] 포스텍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사진 삼성전자
◇수소 주입해 더 많은 빛 통과하게…광학 성능 급격한 증가

노준석 교수팀은 나노 구조체가 특정한 간격에 있을 때 그 안에 빛이 갇히게 되어 광학 성능이 급격히 증가함을 발견했다. 나노 구조체의 크기와 간격을 조정해서 빛의 반사와 투과 정도를 임의로 제어할 수 있음을 이론으로 정립한 것. 이들은 비정질 실리콘 내부에 수소를 주입해 빈 공간을 확보하면 가시광선이 더 많이 통과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광학 성능이 높아질 것이라는 아이디어에 주목했다. 즉, 메타광학 물질에 관한 새로운 이론에 신규 재료를 도입함으로써 메타 광학 물질의 성능을 기존 대비 3배 이상 향상시킨 것이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이론은 나노 구조체를 이용한 메타 물질 설계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라며 “이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초박막 컬러 필터, 위변조 방지 장치 등에 활용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 기술 육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사업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지금까지 634개 과제에 8125억원을 집행했으며, 국제학술지에 총 1294건의 논문이 게재되는 등 활발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중 네이처(4건), 사이언스(5건) 등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논문도 104건에 달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CSR 비전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 아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협력회사 상생펀드, 스마트공장, C랩 아웃사이드 등 상생 활동과 청소년 교육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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