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공단 사고 빈발①]롯데, 한화 등 대형화학사들 누출·폭발사고 잇따라…’재발방지’에도 증가세

기사등록 2020/08/19 10:13:28 최종수정 2020/08/19 10:13:55

롯데케미칼 3건 포함 한화토탈 LG화학 현대정유 등 작년 이후 9건, 이전 5년간 5건比 급증

관리미흡 등 인재 ‘반복’에 신뢰성 타격, 주민들 ”대기업들 안전투자 도대체 어디에 했나”

“롯데케미칼 사고 시 모든 것 해줄 듯 해놓고 주민들과 마찰” …국가산단화 필요성도 제기돼

[서산=뉴시스]지난 3월 4일 롯데케미칼 서산 대산공장 나프타 분해 센터 폭발 여파로 인근 상가 유리창이 부서졌다. 2020.03.04. ssong1007@newsis.com
[서산=뉴시스]송승화 기자 = 충남 서산 대산공단에 최근 수 년간 대형 폭발사고 및 가스누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안전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으나 뚜렷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뉴시스는 이에 대한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4차례로 나눠 집중 점검해 본다.

정유회사를 비롯해 국내 주요 화학업체 등이 대거 입주해 있는 대표적인 화학산업단지인 서산 대산공단에서 화학물질 누출과 폭발 사고가 최근 들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빈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형 사고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현대오일뱅크 등 대기업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이들 기업은 재발 방지 및 대책 마련을 언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그동안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의 신뢰성에 큰 타격이 불가피한 상태다.

화학 업종 특성상 한 번의 사고도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의 불안과 반발이 커지고 있지만, 뚜렷한 개선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 사안이 심각하다.

환경부 공개 자료 등을 토대로 19일 뉴시스가 집계 분석한 서산 대산공단에서 지난 2014년부터 올해 최근까지 6년여간 발생한 화학누출 및 폭발사고 건수는 모두 14건으로 한해 평균 2건 이상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만해도 2월 한화토탈 용제운반차 전복, 3월 롯데케미칼 나프타 분해공장 폭발, 4월 현대오일뱅크 플레어 스택 악취 발생, 5월 LG화학 폭발사고 등 사고가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화학물질 누출과 폭발사고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고, 사고 원인이 대체로 관리 미흡 등 사실상 인재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상반기 사고 발생 건수는 모두 9건이다. 이는 정부가 사고 통계 파악을 시작한 2014년부터 2020년 6월까지 14건 중 절반이 넘는 9건(64.2%)이 최근 2년도 안 된 기간 동안 대형 사고가 터진 셈이다.
[서산=뉴시스]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서산시 대산공단에서 발생한 누출 및 폭발 사고 현황(자료=화학물질안전원)
이 기간 사고를 가장 많이 낸 기업은 롯데케미칼이다. 지난 2015년과 2018년에 각각 1건, 2020년 3월 1건 총 3건의 화학 누출 및 폭발 사고를 냈다.

뒤를 이어 한화토탈 2건(2019년5월, 2020년2월), 현대오일뱅크 2건(2019년4월, 2020년4월), LG화학 2건(2014년7월, 2020년5월) 그리고 그린케미칼(2019년5월), 로비스(2019년4월), 한국특수가스(2019년3월), 한국화공(2016년1월), 서부물류(2015년6월) 등이 각각 1건 순이다.

올해 발생한 사고만 보면, 지난 2월 21일 한화토탈 운반 차량이 전복되면서 용제 9t이 누출됐다. 또 3월 4일 롯데케미칼에서는 나프타 분해 센터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 인근 주민 60여명이 부상을 입고 주변 지역이 전쟁터와 같은 아수라장이 됐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4월 7일에는 현대오일뱅크에서 플레어 스택에서 악취가 발생 70여명이 병원에 이송됐다. 다시 한 달 뒤인 5월 19일에는 LG화학에서 폭발 화재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문제는 사고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가 공개한 관련 통계를 분석해보면 지난 2014년 1건(LG화학), 2015년 2건(롯데케미칼, 서부물류), 2016년 1건(한국화공), 2017년 0건, 2018년 1건(롯데케미칼)이다.

하지만 2019년 5건(한국특수가스, 로비스,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그린케미칼)으로 사고가 급증했다. 또 2020년에는 지난 5월까지 한화토탈(2월), 롯데케미칼(3월), 현대오일뱅크(4월), LG화학(5월)에서 돌아가며 한 달에 한 번 꼴로 사고를 내고 있다.

대산공단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이처럼 사고 주기가 최근 잦아지는 추세에 큰 우려를 나타내면서 사고 재발 우려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민들은 당국의 적절한 대응조치를 요구하면서 대기업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산=뉴시스]지난 5월 19일 서산 대산공단 내 LG화학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진 현장
서산 대산읍 독곶2리 주민은 “올해만 벌써 한화토탈, 롯데케미칼, 현대오일뱅크, LG화학에서 4건의 사고가 났다”라며 “지난해 8월 5년간 안전·환경 분야에 807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도대체 어디에다 투자했길래 계속 사고가 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충남도, 서산시 그리고 사고 기업들은 사고만 나면 앵무새같이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공식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라며 “지난 3월 엄청난 폭발 사고를 낸 롯데케미칼은 사고 당시 모든 것을 해줄 것 같이 언론 플레이를 했지만, 잠잠해진 이 시점에서는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산단지는 국가산업단지가 아닌 사실상 민간이 운영하는 자유입지형 단지라는 특성상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 감독에도 한계가 있어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신현웅 충남 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일과건강 대표는 “사고 주기가 짧아지는 이유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지목되는 노후화된 설비이며, 이에 대한 투자를 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특별법을 제정해 화학사고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산공단은 국가공단이 아니라 기업들이 조성한 민간 산업단지에 불과해 사고가 일어나면 정부나 지자체들이 먼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기업의 뒷수습만 기다리는 실정이다”라며 “국가가 소유한 산업단지로 지정해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게 국가산단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단 관계자는 “대산공단 입주기업이 한해 내는 세금만 5조원에 달하는데 민간 산업단지란 이유로 아무런 혜택이 없다”라며 “대산단지를 국가산단으로 지정해 관·민이 함께 기반시설과 안전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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