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이기고 나니 행복감보다 책임감 더 무거워"
"美서 발달장애 딸 키우며 현실 정치 꿈꾸게 돼"
"n번방 피해 대책 부족…과하다 싶게 세분화해야"
"오거돈 사건은 상식 문제…허탈할 정도로 실망"
"여성이자 청년으로서 더 성과 내고 실천할 것"
강서갑은 '조국 백서' 저자 중 한 명인 김남국 변호사가 현역인 금태섭 의원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조국 대전'이 한바탕 휩쓸고간 지역이기도 하다. 강 당선인 역시 금 의원을 겨냥, "당인(黨人)으로서 부적절한 태도를 취하고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경선에서 현역인 금 의원을 꺾고 본선 승리까지 거머쥔 강 당선인은 "오히려 당선되고 나니 행복한 감정들은 막상 생기지 않더라"라며 "본선 결과를 받고 나니 마음이 무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역 의원은 큰 산 같은 존재"라며 쉽사리 당선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강 당선인은 시종 "강선우라서 당선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치에 입문한 계기만큼은 누구보다 확고하다. 이번 총선에서 그는 '강한엄마 강선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그는 미국에서 발달장애 딸을 키우면서 정치를 꿈꾸게 됐다. 발달장애 아동을 키울 수 있게 한 미국사회의 시스템을 한국에도 뿌리내리게 하고 싶었다.
"정치밖에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후에는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입당원서를 쓰고 자진해 민주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정치 도전 4년 만에 지역구 의원 타이틀을 얻게 된 그의 어깨는 요즘 더욱 무겁다. 여성이자 청년인 그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래, 그럴 줄 알았지'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 책임감을 느낀다.
강서 지역 과제를 묻는 질문에 순식간에 5~6개 과제를 읊을 만큼 '지역구 의원'으로 착실하게 변모하고 있는 강 당선인을 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당선 소감이 어떤가.
"떨어졌을 때 짊어졌어야 할 짐과 비판을 생각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감정은 적고 행복한 감정이 안 생기더라. 경선에 이겼을 때는 기뻤는데 오히려 본선 결과를 받아드니 마음이 무거워지더라. 이길 거라는 생각을 정말 하지 못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강서갑에 출마하지 못하게 되고, 김남국 변호사가 이 지역에 출마하려 할 때 막 두들겨 맞는 걸 보면서 '나라도 나서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 강서갑을 선택하게 됐나.
"2016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신청을 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이번에는 지역구에 굉장히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저는 영입인재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뚜렷한 게 있는 사람도 아니고 집중받는 사람도 아니니 고민이 컸다. 주변에서 만류도 많았다. (현역인 금 의원은) 큰 산 같은 존재였다. 선배 의원들께 말씀드리면 반대하실 것 같아서 오히려 말씀을 안 드리고 추가 공모 때 결심했다.
강서갑 지역을 보면서 지역구민들이 의사 표시를 해볼 만한 그릇이라도 만들어 드려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큰 용기가 필요하긴 했다. 잘 안 됐을 때를 생각해보면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대처에 대한 평가를 잘해주신 덕분에 이 자리에 서게 됐다."
-현역이 있음에도 지역구에서 강 당선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를 선택하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쉽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우리 지역을 대표할 만한 사람에 대한 강서갑 지역 주민들의 열망은 읽었다. 지역을 돌고 여러번 인사드리고 나니 지역 어른들께서 제 이름을 불러주시고 하더라. 그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 중 하나였다. 그런 면에서 제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렇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친근하게 다가간 게 승리 전략이었던 건가.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지역에서 빨리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어디 가자며 손을 불쑥 잡고 데려가주시고 했는데 그런 것들이 상당히 감사했다. 아마 그렇게 편하게 (지역구 의원을) 대하고 싶은 마음이 많으셨던 것 같고, 제가 거기에 부응했을 뿐인 것 같다. 시장에서 같이 장보고, 수다떨고 싶었던 마음이 있으셨던 것 같고, 제가 거기에 숟가락을 얹은 것 같다. 지역에서 8살, 10살 어린이들까지 부모님에게 '강선우 보러 가자'라고 이야기 했다더라."
-미국에서 교수까지 하다가 정치를 입문하게 된 계기는 뭔가.
"제 딸이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발달장애가 있다. 혼자 딸을 데리고 미국에 갔다. 미국에서 황인종, 발달장애인을 가진 아이 엄마, 동양인 등 전 소수이지 않나. 그런데 제가 공부를 하고, 사우스다코타주립대 교수가 될 수 있었던 이면에는 뭐가 있을까 보면 결국 보육, 교육, 의료 시스템, 또 시스템이 이끌어온 문화가 있었다. 그런 시스템을 한국에서도 만들고 싶었다. 그걸 이루려면 정치밖에 없느냐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했고, 수백번 질문에 대답은 항상 '예스'였다. 그때 가장 가까운 정치 일정이 2016년 총선이었고, 도전하게 됐다."
-민주당에 스스로 입당 신청서를 내고 비례대표에 도전했다고 들었다.
"스스로에게 이런 일을 하고 싶으냐, 현실 정치만을 통해 가능하냐고 수백 번 물어봤다. 정치가 가장 빠른 길이고, 또 깊이 시도할 수 있는 길이라는 확답이 있었다. 2016년 총선 도전을 결심하고 나서 그해 1월부터 매일 민주당 홈페이지에 가서 하루에 세네 번씩 비례대표 공모를 확인했다. 공고가 2월 말에 떴는데 3월4일 새벽 5시에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4일에 관공서를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서류를 떼고 당에 제출했다. 입당 원서도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적어서 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렇게 압승을 거둘 거라 생각했나.
"선거운동 기간에는 상대 후보를 안 보고 유권자만 봤다. 선거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일이지 않나. 강서갑 주민들이 저에게 기회를 주셨다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조금 더 해보라'는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한다. 저는 거기에 딸려 있어 기회를 얻은 것일 뿐이다. 이제 주민들께서 지켜보시기에 '강선우가 성과도 내고, 공감할 만한 일을 차근차근 해내네'라는 말씀을 듣는 게 목표다. 결과적으로 저에게 기회를 주신 게 잘했다는 말씀을 듣고 싶다."
-20대 국회에 대한 평가와 함께 21대 국회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20대 국회에 중요한 법안도 많이 처리했고 굵직한 이슈들도 많았다. 하지만 법안 처리율이라는 숫자가 나타내고 있지 않나. 18대나 19대 국회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떨어진다고 한다. 정량평가만을 할 수는 없겠지만 폐기될 위기에 놓인 법안 중 민생법안들도 있는 것을 보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순 없다. (국회의원은) 입법 노동자이지 않나. 임금 받으려면 일을 해야 하는 거다.
21대 국회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일종의 선과 함께 출발하는 국회다. 개인, 사회, 국가, 국제사회가 코로나19로 정말 큰 변화를 만들게 됐다. 변화하게 되면 비어 있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관련된 법안, 정책, 시스템이 비어있고, 이를 채우기 위해서는 국회가 일을 안 할 수 없다. 코로나19를 생각하면 더욱 일을 하지 않을수 없는 국회다."
-그 일을 앞장서 해나가야 할 사람이 1기 원내대표인데 어떤 원내대표가 적임이라고 보나.
"정치는 결국 유한적인 자원인 에너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 그러려면 선후 관계와 경중이 중요하다. 결국 어떻게 완급조절 하느냐가 중요하다. 모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완급과 속도를 조절 할 때 어떤 가치나 비전에 있어서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분이 되는 게 좋을 것 같다."
-최근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어떻게 봤나.
"가해자 관련 처벌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피해자의 삶에 있어서 법적, 정치적으로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나를 A부터 Z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피해자 역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런 사건일수록 세분화해야 한다.
또 피해자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국가가 마땅히 해줘야 할 일이 있는데 현재는 너무 없다. 법을 개정할 수도 없다. 뜯어 고치는 게 아닌 아예 없어서 새로 만들어야 한다. 여성 의원들이 나서서 피해자 관련해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세분화해서 법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 문제와 관련해 최근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관련 문제도 있었다.
"공직자 윤리 기준까지 갈 문제도 아니다. 상식의 문제이고, 인권의 문제다. 사건이 보도되고 난 뒤 오 전 시장의 행적에 대해서도 허탈할 정도로 실망스럽다. 멍하고 허탈할 정도로 실망스럽다."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보나.
"그건 당내에서 민주당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성이자 청년 정치인이다. 어떤 부분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나.
"여성이나 청년이 우리 정치 지형에 있어서는 모두 약한 부분이다. 규칙이 문제일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공직선거법상 이미 지역구 여성 공천을 30% 이상 하게 돼 있다. 청년 관련 해서도 규칙이 이미 정해져 있다. 실천의 문제다. 실천은 정치인이 하는 게 아니라 유권자가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다. 여성 정치인이 일 잘하네, 청년이 잘하네 라는 선례가 늘어나면 실천은 절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 두 가지가 모두 겹쳐진 여성이자 청년이기 때문에 더 성과를 내고 결과를 내야 한다. 그래서 실천하고 싶고, 표심을 움직이고 싶다.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어떤 상임위에서 활동해보고 싶나.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해보고 싶다. 질병으로부터의 안전, 기후변화, 재난, 경제·사회적 안전 등 안전 이슈가 많다. 안전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예측 가능성이다. 예측 가능성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여주는 것이고, 결국 가장 쉽게 떠오르는 건 복지 문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경험했지만 이웃이 아프지 않아야 내가 아프지 않을 수 있고, 이웃국가들이 질병으로부터 안전해야 대한민국도 안전할 수 있다. 결국 다 연대하고 맞물려서 돌아가는 문제다. 보건 이슈는 국제사회와 직접 소통하고 공동 협력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에 있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역구인 강서갑 발전을 위해선 어떤 것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나.
"강서가 서울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구이고, 면적도 두 번째로 크다. 교통 문제가 많다. 또 아이들이 굉장히 많은데 자연스레 교육과 복지 문제가 제기된다.
강서갑 지역은 김포공항으로 인해 발전이 묶여 있고, 2026년 고도 제한이 완화되게 돼 있지만 아직도 6년이나 남아 있어서 조금 앞당겨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토부와도 이야기해야 한다. 또 서부광역철도 역시 교통 문제인 동시에 삶의 질 문제다. 서울시립 과학·환경 도서관 부지도 선정돼 있는데 이를 복합시설화 하는 부분도 잘해보고 싶다. 욕심나는 게 많은 지역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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