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판사 "경찰, 바이러스 확산 경고한 의료진 체포했다"
시진핑, "여론 지도 강화하라" 지시…언론 통제 강화되나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내 민심도 악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CNN,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중국인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에 대한 정보를 제때 공개하지 않은 중국 당국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 연구진이 지난달 29일 국제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게재한 논문에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의) 접촉자 사이에 사람 간 전염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힌 것이 알려지며 반감은 더욱 짙어졌다.
초기 확진 환자 425명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한 이 논문은 "이미 1월11일 전 확진환자를 치료한 우한의 의료진 7명이 전염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 논문은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와 후베이성 질병예방통제센터 등 중국 유수의 연구진이 함께 작성했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그러나 지난해 12월 31일에 이어 지난달 5일과 11일, 세 차례에 걸쳐 "사람 간 전염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한시 위건위는 1월 중순까지 "사람 간 전염은 의료진의 감염으로 가장 먼저 확인된다. 그러나 아직 감염된 의료진은 없다"며 선을 그어왔다.
사람 간 전염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중앙정부의 엄격한 통제, 병 키웠다
저우셴왕(周先旺) 우한시장은 중국중앙(CC)TV에 출연해 "대중들이 우리의 정보 공개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이해하길 바란다. 전염병에 대한 정보는 법령에 따라서만 공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가 관련 내용을 알고 있어도 중앙정부가 허가하지 않는다면 밝힐 수 없다는 뜻이다.
CNN은 더불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에서 언론과 온라인에 대한 통제가 강화됐으며 정부에 대한 반론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신종 코로나의 확산세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국의 언론 통제는 논란의 여지를 없애 결국 집권당에 이익이 되는 식으로 돌아가지만, 우한의 신종 코로나의 경우 정반대의 상황이 도래했다고 전했다.
우한시 고위급 관리자들도 당국의 정보 통제를 비난하고 나섰다.
우한시의 한 부장판사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벌어진 후 경찰이 가짜뉴스 유포자를 잡아들였다"며 "그들은 단지 바이러스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나선 의료진일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판사는 "당시 일반 시민들이 정부가 '가짜뉴스'라 주장하는 이야기를 듣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독을 강화하고, 야생동물을 파는 시장에 가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됐을 일이다"고 덧붙였다.
◇변하지 않는 시진핑 "여론 지도 강화하라"
CNN은 현재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부의 언론 통제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시진핑 행정부의 더 큰 통제가 임박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시 주석은 지난달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며 "여론 지도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최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최대규모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위챗은 가짜뉴스를 단호하게,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내 인터넷 검열을 감시하는 국제민간기구인 그레이트파이어(en.greatfire.org) 설립자는 "정부를 보호하는 것보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통제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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