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한에 사상 첫 전세기 급파…"국민 어디에 있든 보호"

기사등록 2020/01/28 18:16:04

정세균 "재외국민 보호에 한치의 소홀함 없도록"

"우한 봉쇄령에 자력 귀국 불가능, 의료시설 포화"

우한 폐렴 치사율 낮지만 전파 속도 가팔라 우려

귀국 희망자 700여명, 전세기 4대 투입할 예정

30~31일 전세기 파견 결정…중국 정부와 협의 중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1.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정부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에 체류하는 교민 철수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전세기를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전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한 봉쇄령'이 내려지며 한국인들이 자력으로 귀국이 불가능한 데다 현지에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한 결정이다.

28일 정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우한시에 전세기 4편을 투입해 우한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과 유학생 귀국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귀국 희망자는 700여명으로 추산되며 오는 30일, 31일 우한시에 전세기를 파견키로 하고 중국 정부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날짜는 협의 결과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 당시 중국에 의료기자재와 마스크를 지원했다. 2015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는 30명 규모의 의료진이 포함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를 시에라리온에 지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세기까지 투입해 교민들의 귀국을 지원하는 초강경 대응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관계장관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며 중국 정부가 우한시 및 주변 지역에 항공기 및 대중교통을 차단해 우리 국민들이 자력으로 귀국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지 의료기관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 받기가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국민이 어디에 있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정부는 국민 안전의 최우선 확보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우한 폐렴에 의한 사망자가 하루 사이 24명 급증한 106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후베이성에서만 우한 폐렴 확진자가 1291명이 추가돼 전체 확진자 숫자는 2714명으로 급증했다. 국가위건위는 중국 전체 30개 성·시·자치구에서 신규 확진자 1771명이 추가돼 전체 확진자는 4515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한시가 지난 23일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봉쇄하며 교민들의 발이 묶인 상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기차와 항공기,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의 운행이 모두 중단됐다. 결국 고립돼 있는 교민들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으며, '재외국민 보호' 차원에서 전세기 투입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 통해 "중국 정부가 우한시와 그 주변 지역을 사실상 봉쇄했고, 고립돼 있는 우리 국민들께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해 왔다"며 "재외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에서 입국하는 여행자들의 전수발열검사가 이어지고 있는 28일 인천국제공항 검역담당자들이 중국 항저우발 항공기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2020.01.28. photo@newsis.com
특히 우한 폐렴의 위험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의료기관이 포화상태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우한 폐렴 감염자 증가 속도는 2002~2003년 사스 때보다 빨라 전염병 대유행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사스 확진자 수는 1000명에 도달하는데 4개월이 걸린 반면 우한 폐렴 확진자는 한 달도 안 돼 4000명을 넘었다.

우한 폐렴의 치사율은 아직 3% 수준으로 사스(9.6%)나 메르스(34.5%)보다 낮은 편이다. 하지만 많은 확진자가 치료를 받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치사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WHO는 우한 폐렴의 전파력이 감염자 한 명당 1.4~2.5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메르스(0.4~0.9명)보다는 높고, 사스(4명)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우한 체류 국민들의 대규모 귀국과 함께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이태호 차관은 "전세기 편으로 귀국하는 국민들은 바이러스 증상은 없으나 임시생활시설에 일정기간 동안 머물러 있는 동안에 외부와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 만에 하나 잠복해 있을 수 있는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전파되거나 확산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 및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가 긴밀한 협조를 통해서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행정안전부는 우한 교민의 이송과 거주 임시생활시설의 관리를 전담하는 '정부합동지원반'을 구성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의료진이 포함된 정부합동지원반은 우한 교민이 귀국하는 즉시 국가가 지정한 임시생활시설로 이송을 돕는다. 14일간 격리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재해구호비 지급과 임시생활시설도 관리할 계획이다.
[우한=AP/뉴시스] 중국 우한의 한 보건소에서 27일 환자로 보이는 한 여성과 의료진이 나란히 서있다. 2020.01.28
한편 프랑스, 미국,일본 등 각국이 중국 우한에서 자국민들을 본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 전세기는 이날 우한에 도착해 승객들을 태우고 캘리포니아로 향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탑승자 미국 외교관 및 가족들이 대부분으로 230여명 규모다. 민간인은 극소수이며, 우한에 남아있는 미국인은 1000명으로 추산된다. 

일본 정부는 이날 밤 전세기 1편을 보내 자국민 200여명의 귀국을 돕는다. NHK,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 측이 전세기 1편을 수용할 준비가 됐다고 연락해 공항으로 이동수단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전세기는 29일 새벽 현지에서 출발해 같은 날 아침 일본에 도착할 전망이다.

프랑스 정부는 26일(현지시간) 우한 내에 있는 자국민 수백명을 전세기 편으로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귀국조치는 이번 주 중에 이뤄질 예정이며, 귀국한 사람들은 14일간 격리된 시설에 머물면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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