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영창 제도, 역사 속으로…복무 기간 연장도 사라지나

기사등록 2019/12/22 14:03:35

정경두 "군 영창 제도, 12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군인사법 개정안에 영창 대신 감봉, 휴가 단축, 군기 교육

영창 제도, 영장주의 위배-인권침해 등 비판 거듭 제기돼

이철희 "영창 제도는 각 처벌 과도하게 중첩돼있는 형태"

이정현·백승주, 영창 제도 폐지 따른 부작용에 우려 표명

국방부, 군기 교육 제도 개편해 징계의 효과 확보할 예정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개혁2.0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20.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오랜 기간 일선 군 부대 병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영창(營倉)'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영창에 갇힌 기간만큼 복무기간이 길어지는 점도 병사들에게 두려움이 대상이었는데 이제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다만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영창과 함께 복무기간 연장 징계까지 없어질 경우 징계 효과가 약화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20일 국방부 청사에서 '국방개혁 2.0/스마트 국방혁신 추진점검회의'를 열고 "현재 국회 본회의에서 계류 중인 군인사법 개정안이 의결되면 구한말 고종 시대에 시작된 군 영창제도가 12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고 장병의 인권 보장도 개선되는 획기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본회의에 올라가있는 군인사법 개정안에는 병사 인권 신장을 위해 영창을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는 군기 교육, 감봉, 휴가 단축, 견책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이 통과되면 부대나 함정 내의 영창, 그 밖의 구금 장소에 최장 15일간 감금하는 영창 징계가 없어진다. 대신 군기 교육이 도입된다. 군기 교육이란 군인 정신과 복무 태도 등에 관해 15일간 교육·훈련을 받는 것이다.

영창 제도는 그간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지휘관이 징계 차원에서 병사들을 영창으로 보내면서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거듭 제기돼왔다. 일부 부대 영창의 화장실에 가림막이 없어 용변을 볼 때 신체 부위가 노출되는 인권 침해 사례도 지적돼왔다.

실제로 영창에 관한 위헌 법률 심판이 이뤄지고 있다. 광주고법 행정1부(이창한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박모씨가 제기한 군인사법 중 영창 부분에 대한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병사에 대한 영창 처분을 함에 있어 법관의 관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군 조직의 특수성을 이유로 (헌법상 영장주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회 역시 이 부분을 감안해 영창 폐지를 추진했다. 법안을 발의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 제안 설명에서 "군은 영창 처분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실제 구금 자체의 효과보다는 영창 기간의 복무 기간 불산입이라는 불이익을 예고함으로써 얻는 예방의 효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영창 처분을 받은 병사는 통상 타 부대로 전출되는데 결국 영창 처분에 신체 구금, 타 부대 전출, 복무 기간 연장이라는 각 처벌이 과도하게 중첩돼있는 것"이라며 "더구나 형사 처벌 대상을 영창 처분으로 대체해 군대 내 범죄를 방기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영창 구금에 따른 복무 기간 연장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영창을 없애는 대신 15일~2개월간 복무 기간을 연장하는 징계를 마련했지만 최종안에서는 이 내용이 빠졌다. 복무 기간 연장을 징계의 수단으로 삼을 경우 군 복무 자체가 처벌로 인식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군 외부에서도 복무 기간 연장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1월 영창 대신 도입되는 군기 교육을 복무 기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는 영창 폐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복무 기간 연장 징계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2017년 9월20일 국방위 회의 당시 "정말 사소한 것도 막 영창 보내고 남발하는 것은 정말 나쁘다고 보지만 중범죄 때 군기 유지가 잘 안 될 우려는 없는지 군 내부에서 검토했냐"고 따졌다.

국방부 차관 출신인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도 같은 회의에서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송영무 장관에게 "(군기 교육이) 영창 제도처럼 복무 기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된 것인지 명확히 해야 된다.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군기 교육을 받은 만큼 복무 기간이 늘어나게 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징계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이는 가운데 국방부는 군기 교육 개편을 통해 징계 효과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경두 장관은 20일 "영창 폐지로 인해 군 기강이 약화되지 않도록 군기 교육 제도를 개선하는 등 관련 후속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