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전원회의 전격 소집한 김정은…대미 강경노선 천명할 듯

기사등록 2019/12/04 17:08:00

金 '새로운 길' 구체화한 노선 발표될 가능성

북미협상 시한 임박…향후 대미전략 담길 듯

백두산 등정·자력갱생 강조…'강경노선' 시사

"북미협상 중단 및 핵보유국 지위 천명 예상"

ICBM 발사 등 北 군사 도발 수위에 시선집중

"국내정치 고려해 '협상판 깨기'는 어려울 것"

[평양=AP/뉴시스]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보도하며 촬영 날짜 미상의 사진들을 4일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날 백두산 등정 전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인 청봉숙영지, 건창숙영지, 리명수구, 백두산밀영, 무두봉밀영, 간백산밀영, 대각봉밀영 등과 대홍단혁명전적지 등도 시찰했다고 전했다. 2019.12.04.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새해 대내외 정책의 윤곽을 드러내는 신년사 발표 직전인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전격 소집했다.

진전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미국과의 협상을 정리하고 자력갱생과 대미 강경노선을 담은 '새로운 길'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식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조선혁명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결정하기 위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12월 하순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두 번째 전원회의로, 지난 4월10일 개최된 제4차 전원회의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앞서 제 3·4차 전원회의가 6개월 간격으로 열린 바 있어 이례적이지는 않지만, 김 위원장 집권 이후 12월에 당 전원회의를 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위원장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인내의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코 앞으로 다가와 있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북미협상 상황에 대한 평가 및 향후 방침이 한층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청봉숙영지를 방문했다고 4일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 2019.12.04.  photo@newsis.com
최근 김 위원장의 행보와 연결지어보면 북한의 내년 대미정책에는 강경노선이 담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위원장은 군마를 타고 군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에 올라 "제국주의자들의 전대미문의 봉쇄압박 책동"을 거론하며 미국의 대북제재를 비판하고, "자력갱생의 불굴의 정신력"을 강조했다고 중앙통신은 이날 밝혔다.

또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 역사를 강조하고 대미 항전 의지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리설주 여사와 조용원 당 제1부부장 등 간부들과 모닥불을 쬐는 모습은 김 주석의 빨치산 시절 일화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49일 전인 지난 10월16일에도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라 제재 책동을 가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적대를 표하는 한편 "웅대한 작전"을 언급하며 '새로운 길'을 향한 중대 결심을 예고한 바 있다.

[런던=AP/뉴시스]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런던에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일 아침 회의 개회에 앞서 런던 미대사관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시작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9. 12. 3. 
아울러 지난달에는 군 관련 행보를 재개하고 서해 접경수역 창린도에서 해안포 발사를 지시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 북한의 선(先) 비핵화를 강조해 북한의 대미 강경노선은 굳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군사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길 바라지만 그래야 한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는 미국도 대응하겠다고 밝힌 점에 비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던 2017년 이전 상황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1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기본 취지와 당의 입장을 밝히며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한 자립적 민족경제에 토대하여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9.04.1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북한은 전날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담화에서 북한의 선제적 중대조치를 언급하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압박했다. 북미협상 국면에서 유예했던 핵 실험, ICBM 발사 등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이 2013년 3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병진노선을 제시했고, 2018년 4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총력집중 노선을 제시한 것처럼 2019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새로운 길'을 구체화한 새로운 노선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연말 시한'을 강조해온 점에 비춰볼 때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개최되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 협상 태도와 남한 정부의 대북 태도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비핵화 협상 중단과 핵보유국 지위 강화 입장을 천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 본부장은 북한의 '새로운 길'과 관련해서는 "핵무기와 ICBM의 양적 확대를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완성을 통해 추가적인 핵억제력을 확보하며,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및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을 통해 사회주의부강조국을 건설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군사적 도발 수위가 북미협상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에는 유보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협상판을 깨고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국내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재선을, 김 위원장은 당 창건 75주년 경제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어느 쪽도 양보가 어렵다는 걸 서로가 잘 알면 판을 깨든 다음을 기약하고 현상유지를 하든 둘 중 하나인데, 북미 모두 내년의 내부 상황을 고려해 판 깨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2020년 대선국면에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다면 최소 싱가포르 합의로 형성된 북미 간 균형 상태는 현상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북한에 ICBM을 쏘아서 싱가포르 이전 과거로는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경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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