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들 "밤참 설쳐가며 방역 등 예방활동에 온 힘 다했는데"
ASF 확진 농장 최근 정밀검사, 혈청검사 모두 음성에 '충격'
24일 오전 국내 4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양돈농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만난 돼지 농장주는 먼 산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파주시는 전날 오후 ASF 의심신고가 접수된 적성면 자장리 양돈농장이 확진판정 됐다고 밝혔다. 파주시는 이날 확진 판정 4시간 전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했다.
살처분 대상은 해당 농장에서 사육 중인 모돈 200마리와 육성돈 2100마리 등 총 2300마리로 기존과 같은 FRP 방식으로 처리된다.
확진농장 반경 3㎞ 내에는 17개 양돈농장에서 2만9720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언론 등을 통해 ASF 확진 소식을 접한 주변 농장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농장주 이출진(72)씨는 "구제역 때도 견디고 이번 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부터 온 힘을 다해 방역을 했는데 이제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며 "일주일 새 두번째 돼지열병이 발생했다면 퍼지는 건 시간문제 아니겠느냐"고 한탄했다.
이어 "정말 밤잠을 설쳐가며 정부가 알려주는 방역과 예방을 위해 온 힘을 다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 19~22일 혈청검사에서 이상이 없던 농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농장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데다 혈청검사는 물론, 정밀검사도 무의미해 진 지금 상황에서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고양시에서 2200마리 돼지를 사육하는 이모(56)씨도 "파주시와 가까워 불안감이 크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방역을 소홀히 한 것도,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도 아닌 농장에서 확진 판정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관계자도 "정밀검사까지 했던 곳이라 우리도 당황스럽다"며 "감염 극초기에 검사를 진행했을 경우 바이러스가 미미해 검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며칠 전 예찰 혈청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온 농장에서 양성으로 확진판정 됐다"며 "아직까지 감염경로가 불명확하지만 원점에서 다시 점검해 매뉴얼 보다 더욱 강력하고 과잉대응할 정도로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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