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가 원서 써줘…아이들 눈에 선해" 눈시울
"학교생활 착실…그건 고생했다고 현장학습 보내"
"선생님들, 아이들 맡기 싫어 보낸 것 절대 아냐"
긴급회의 마친 교사들…학교에서 밤 새울 듯
"집에 간다고 마음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겠나"
"전교가 충격…놀랐을 아이들 챙기는 것 우선"
이날 은평구 소재 대성고에서 뉴시스 기자와 만난 한 교사는 "(피해 학생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다 내가 대입 원서를 써 줬던 아이들"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다들 학교생활도 착실히 해 대부분 이미 대학에 합격한 상태였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그동안 고생했다는 의미로 학교운영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 아무 문제없이 체험학습을 보낸 아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사건이 제3자들에게는 그저 이야깃거리로 소비되겠지만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절대 아이들을 맡기 싫어서 (체험학습으로) 내보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학생들을 잃은 대성고는 이날 1, 2학년 학생들의 기말고사 시험날인 탓에 텅 비어 있었다. 굳게 닫힌 교문 앞에 취재진만 진을 쳤다.
대책회의를 위해 학교에 남은 교사들은 장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친 뒤에도 학교를 떠나지 못했다.
학교 관계자는 사고 소식이 처음 전해진 후 약 6시간이 지난 오후 8시께 "회의에 참석한 행정실장이 학교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회의는 끝난 것 같다"면서도 "선생님들이 집에 간다고 해서 마음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겠냐. 학교에서 밤을 지새울 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후문에서 만난 한 교사는 "학교의 입장 표명을 위해 회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교가 충격에 빠졌고 남은 선생님들은 그 뒷수습, 놀랐을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 역시 "학교에 있는 교사들은 오늘 밤을 새울 것"이라며 "안 갈 각오로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을 이과반 학부모라고 밝힌 한 여성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엄마라서 걱정돼서 와 봤다. (학교 측의 대책에 대해) 우리도 잘 모르고 답답해서 왔다"고 말했다.
오후 4시35분께에는 서부교육청 관계자들이 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초 뒷문으로 학교 진입을 시도한 이들은 "정문에서 명함을 보여주고 정식 절차를 밟아 들어가라"는 경비의 제지를 받고 다시 정문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문의가 많아 사태를 파악하러 왔다"면서도 "대성고는 자립형사립고라서 서부교육청 관할이 아닌 시교육청 관할"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1시12분께 강릉시 저동의 한 펜션에서 올해 수능을 마친 대성고 3학년 남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강릉소방서에 따르면 사망자 3명 중 1명은 강릉아산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숨졌고, 나머지 2명은 강릉고려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숨졌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7명의 학생들은 강릉아산병원, 원주기독병원 등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해당 펜션 업주는 이날 오후 1시15분께 대성고 학생 10명이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을 잃은 채 쓰러진 것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학생들이 펜션 거실과 방 여러 곳에서 쓰러져 있는 채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학생들은 고등학교 1, 2학년 후배들의 기말고사 기간을 맞아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해 강릉으로 여행을 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 학생들이 지난 17일 오후 4시께 펜션에 입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가스 보일러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중독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일러 배관 분리 여부와 업주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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