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 불발

기사등록 2018/11/30 23:14:28 최종수정 2018/12/01 11:13:26

예결위 11월30일까지 가동…2일 자동 부의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자유한국당 김성태(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9년도 예산안 합의 관련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2018.11.30.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국회가 2019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국회법에 따르면 위원회는 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예산안등)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 심사를 매년 11월30일까지 마쳐야 한다.

하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는 이날 밤까지도 감액 심사를 진행하고 있고, 국회 관행상 예결위 여야 간사 등이 진행하는 소(小)소위 증액 심사는 시작도 못한 상태다.

당초 지난 15일부터 시작됐어야 할 예산소위가 일주일이나 늦은 22일부터 지각가동한 데다 여야가 4조원의 세수 결손을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심사 일정이 지연된 탓이다. 

특히 올해는 여야가 시간 부족을 이유로 예산소위에서 결정을 보류하고 소소위로 넘긴 사안이 많아 소소위 역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12월6일 처리됐던 올해 예산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2015년도 예산은 2014년 12월2일 통과됐다. 2016년도와 2017년도 예산이 각각 2015년 12월3일 0시48분과 2016년 12월3일 오전 3시58분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기술적인 이유로 법정시한을 지킨 것으로 국회는 간주한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 협의를 위해 두차례 만났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야당은 이날로 활동시한이 끝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여야 합의로 연장해 예산안 졸속심사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여야 합의가 헌법보다 우선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오후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정부 원안을 고수하기 위한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국회 패싱' 전략으로 사실상 제대로 된 예산심의 없이 정부안만 강요하고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를 개의하고 있다. 2018.11.29.since1999@newsis.com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야당이 '자동 상정을 조금 미루더라도 밀실심사, 졸속심사를 막기 위해 예산소위 기능을 좀 더 연장하자'고 제안했음에도 여당은 오늘 자정부터 예산소위 기능을 정지하자는 주장만 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협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기한까지 예산안 등 심사를 마치지 아니했을 때에는 그 다음날 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치고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다만,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반면 민주당은 법정 처리시한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예산소위 연장은) 헌법에 정해진 기한을 지키지 않는 문제로 여당으로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여야) 원내대표 합의가 헌법보다 우선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결국 소(小)소위든 뭐든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예산소위 시한을 늘려주면 문제가 매년 (나쁜) 관계가 되게 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심사를 해야 내년에는 이런 식으로 파행을 안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여야간 합의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장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본회의가 무산된 후 입장문을 내어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사과했다. 여소야대 정국을 고려하면 문 의장이 자동부의된 예산안을 상정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정부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고, 표결에서 부결되면 일사부재의 원칙(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안건으로 올리지 못함)에 따라 정부는 새로 예산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예산안 편성과 심사 과정을 고려하면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

만일 12월31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헌정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가 불가피하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신규사업은 모두 중단되고 기존 경직성 경비와 계속사업 지출만 가능하다. 사실상 정부 기능이 멈춰서게 돼 여야 모두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여당은 정치적 협상력 부재라는, 야당은 정권 발목잡기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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