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소진시점 2060년→2057년으로 단축
노후소득보장 수준 놓고 자문委 이견 '팽팽'
가안, 소득대체율 45% 유지·내년 2%p 인상
나안, 40%로 낮추되 보험료 10년간 단계조정
직장인 월보험료 최대인상폭 '가안' 4만6800원
나안 선택될 경우 10년간 10만5300원 인상 전망
복지부, 사회적논의 거쳐 9월말 정부안 마련 예정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저출산과 고령화, 저성장이 맞물리면서 국민연금 적립금이 당초 예상보다 3년 빠른 2057년 바닥남에 따라 20년 만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소득대체율 수준에 따라 현재 9%에서 내년부터 즉시 2%포인트 올리거나 10년간 4.5%포인트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상공회의소에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 등 3개 위원회 자문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통해 재정 상태를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국민연금 제도 및 기금운용 등 전반적인 국민연금 발전방향)'을 수립한다. 올해로 4번째 종합운영계획이 세워진다.
◇소득대체율 '45% 고정' vs '2028년까지 40%로 인하'
재정추계위원회는 장기재정 전망 결과 국민연금이 현행 보험료율(소득의 9%)과 소득대체율(2018년 45%→2028년 40%)을 유지할 때 2057년 기금이 소진돼 124조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적립기금은 2041년 1778조원까지 증가했다가 2042년부터 지출이 수입보다 앞서면서 수지적자가 발생한다.
2013년 제3차 재정계산 때 예상했던 기금소진 시점보다 3년 빠르고 적자액은 157조원 늘어났다. 최대적립기금 적립 시점은 2년 앞당겨졌고 규모도 783조원 줄었다. 수지적자 시점도 2년 빨라졌다. 출산율 저하(2040년 합계출산율 1.42명→1.38명)와 기대수명 상승(2040년 남성 83.4세·여성 88.2세→남성 84.7세·여성 89.1세), 낮아진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전망이 국민연금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위원회는 분석했다.
제도발전위원회는 두 가지 재정 안정화 방안을 제안했다. 노후소득보장 수준인 소득대체율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우선 재정목표를 향후 70년간 적립배율 1배로 설정하는 데엔 합의했다. 적립배율 1배란 올해를 기준으로 2088년에 도달했을 때 1년치 지급분이 있어 재정이 안정하다는 뜻이다.
이른바 급여-재정 패키지 '가'안은 신뢰 형성을 담보하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올해 수준인 45%로 고정하는 게 골자다. 2007년 제2차 제도개혁 때 2008년 50%에서 매년 0.5%포인트씩 2028년까지 40%로 낮추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득대체율 5%포인트 인상에 상당하는 보험료 2%포인트를 내년 즉각 인상한다. 소득의 9%(직장가입자 본인부담금 4.5%)인 보험료율이 내년부터 11%(본인부담금 5.5%)로 올라가게 된다.
이후부턴 5년마다 재정계산을 할 때 30년간 적립배율을 추산해 1배를 유지하면 보험료를 유지하고 그보다 내려가면 보험료를 올리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다음 보험료 인상 시점은 2034년이며 보험료율은 12.31%다.
다른 하나인 '나'안은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 40%로 인하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자는 방안이다. 기금고갈 시점이 빨라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소득대체율을 예정대로 낮춰가면 즉시 인상이 아닌 단계적 인상이 가능하다.
'나' 안은 두 단계로 나눠 추진된다. 1단계에선 2019~2029년 10년간 보험료율을 9%에서 13.5%(본인부담금 6.75%)까지 4.5%포인트 조정한다.
1단계가 끝난 2단계부턴 연금 지출을 조정해 3.7%포인트 상당의 보험료율 인상 효과를 기대한다. 2013년 60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늦추기로 한 국민연금 수급연령을 2043년 67세까지 늦추는 방안이 이때 논의된다. 기대여명계수 도입으로 급여율까지 하향했는데도 재정목표 달성이 어려울 경우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토록 했다.
동시에 국민연금 중심 보장체계를 '한국형 다층연금체계'로 전환한다. 국민연금과 함께 법정 의무연금인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3층 연금체계를 활용한 방안이다. 이로써 중하위계층은 급여수준이 강화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중상위계층은 일시금을 연금화한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으로 노후소득을 보장한다는 계산이다.
두 가지 급여-재정 패키지안 적용 시 실제 오르는 국민연금 보험료는 얼마나 될까.
국민연금 보험료는 월소득 468만원을 부과소득 상한으로 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내는 보험료 최고액은 468만원에 보험료율 9%를 곱한 42만1200원이다. 직장가입자는 이중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므로 21만600원을 낸다.
가안처럼 보험료율이 내년 11%로 오르면 보험료 최고액은 51만4800원으로 9만3600원 더 내고 직장인(25만7400원)은 4만6800원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한다.
나안은 2029년까지 10년간 장기 인상안만 내놓은 상태다. 따라서 10년 뒤 63만1800원(직장인 31만5900원)까지 인상돼 지금보다 21만600원(직장인 10만5300원)을 더 부담한다. 매년 균등하게 오른다고 가정하면 2만1060원(직장인 1만530원)씩 오른다고 추정할 수 있다.
◇급여보장 명문화 검토…가입기간 5년 늘려 수급연령과 맞춰야
이외에 제도발전위원회는 급여제도와 가입제도 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급여제도와 관련해 적자 발생 시 급여지급을 정부가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명문화자는 의견에 대해선 현행을 유지하되, 국민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급여의 안정적·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한다' 등 추상적인 규정 반영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유족·장애연금 급여수준은 20년 가입한 것으로 간주(의제가입기간)해 지급하던 연금을 사망·장애 발생 시점부터 평균 연금수금연령까지로 확대하거나 지급률을 일괄 60%로 인상하는 등 정책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혼에 따른 분할연금 수급을 위한 혼인기간을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바꾸고 분할 시점도 노령연금 수급부터가 아닌 조기분할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토록 했다.
기초연금 연계감액 폐지와 급여수준 물가연동 방식변경여부, 직역연금 수급자 포함 등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가입제도를 놓고선 국민연금 가입연령을 현행 60세에서 수급연령인 65세로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60세 이후에도 직장에 일하는 사람은 직장으로부터 보험료 절반을 보조받을 수 있는데도 이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독일과 덴마크, 영국 등에서 공적연금 가입연령과 수급개시연령을 맞추고 있다.
둘째부터 인정하던 출산 크레딧은 첫째부터, 전체 군복무기간 중 6개월만 인정하던 군복무 크레딧은 전체기간으로 각각 확대한다.
현재 468만원인 부과소득 상한에 대해서도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직장인처럼 일하는데도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등 220만명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사업장 가입 전환은 고용노동부 등 관련부처 정책 추이를 참고해 단계적으로 검토토록 했다.
최소가입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은 도덕적 해이와 낮은 급여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다.
복지부는 위원회 자문안을 기초로 이해 당사자들과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처 협의 등을 거쳐 다음달 말까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마련, 10월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권덕철 복지부 차관은 "국민연금 제도를 비롯한 공적연금제도의 목적은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이나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 45.7%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며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기초연금 그리고 퇴직연금이 아직 제도가 미성숙되어 있고 넓은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차관은 "노인빈곤을 해소하고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기 위해선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전체를 망라하는 종합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각 공적연금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기능을 강화하며 공적연금 간 연계를 통해 국민 노후소득보장을 튼튼히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lim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