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두 차례 평가전은 여건이 안 됐다. 지난달 28일 온두라스전에서는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이재성(전북)이 컨디션 난조로 빠졌고, 출정식을 겸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도 스리백에 여러 선수를 실험했다. 수비의 핵으로 꼽히는 장현수(FC도쿄)는 소속팀에서 입은 발목 부상 탓에 두 경기를 모두 건너뛰었다. 최종엔트리 발표 직전 공정한 기회를 줘야했기에 모든 선수들을 두 경기에 고루 기용해야만 했다.
23명을 추려 입성한 오스트리아에서는 베스트 11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였다.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손발을 맞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감독은 감추기를 택했다. 볼리비아전에서 허리 라인 이하로는 주전급을 내세웠지만 공격 카드는 꽁꽁 숨겼다. 현재 라인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전북)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한국은 11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그로딕 다스에서 세네갈과 격돌한다. 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이다.
세네갈전이 비공개 A매치로 결정된 만큼 전력 노출의 위험에서 비교적 자유로진 신 감독은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 나설 이들을 모두 내세울 계획이었다. 이번엔 뜻하지 않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세네갈전에는 황희찬(잘츠부르크)과 문선민(인천)이 나설 수 없다. 이중 황희찬은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주전 투톱으로 분류됐던 선수다.
결국 한국은 한 번도 베스트 11로 실전을 치르지 못한 채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 임하게 됐다. 월드컵을 앞둔 팀의 행보라기엔 무척 이례적이다. 베스트 11을 숨겼다는 것은 상대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지만 조직력을 점검할 수 없다는 점은 감내해야한다. 대다수 팀들은 전자의 효과보다는 후자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맘때면 주전급들로 손발을 맞춘다.
신 감독은 큰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실전에서 베스트 11을 거의 안 썼는데 걱정이 안 되느냐'는 질문에 "반복적으로 훈련을 하면 경기 때 (기대했던 모습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국가대표라고 선수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싶다"며 신뢰를 보냈다.
세네갈전을 마지막으로 모든 실험은 끝난다. 자의든 타의든 신 감독은 베스트 11을 선보이지 않았다. 남은 것은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신 감독의 선택이 러시아에서 빛을 발하길 기대하는 일 뿐이다.
hjk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