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단일팀 주역 현정화 감독 "이제는 이분희 만날 수 있겠구나"

기사등록 2018/05/03 21:23:44
【서울=뉴시스】남북 탁구 단일팀. (사진=대한탁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남북 여자 탁구가 27년 만에 하나로 뭉친 장면을 눈앞에서 지켜본 현정화 렛츠런 감독은 좀처럼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리고 있는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단체전)에 나선 한국과 북한은 여자 단체전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3일 합의했다.

8강 맞대결을 벌일 예정이었던 남북 선수들은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대신 나란히 서서 어깨동무를 했다. 양팀 감독과 선수단 전체가 한 명씩 악수를 주고받으며 단일팀의 성사를 알렸다. 장내 아나운서는 관중을 향해 “여러분은 지금 역사적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에 동행한 현 감독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두 팀이 하나가 돼 경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짠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는 생각도 들더라. 선수들이 모두 모여 사진을 찍을 때는 울었다"고 회상했다.

남북 탁구는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손을 맞잡았다. 분단 후 최초의 남북 단일팀이었다. 한국 현정화와 북한 이분희가 중심이 된 남북 단일팀을 세계 최강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시상식에서는 양국 국가 대신 민요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후배 선수들의 화합을 본 현 감독은 27년 전으로 기억을 되돌렸다. 그리웠던 이분희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두 사람은 지바 대회 2년 후인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에서 잠시 재회한 뒤 지금까지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이분희는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 동계패럴림픽 때 두 사람의 만남이 기대됐지만 이분희가 북한 선수단에 포함되지 않아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남북이 이번 대회를 통해 뜻을 같이하면서 현 감독은 다시 희망을 품게 됐다. 남북 교류가 확대된다면 오래 지나지 않아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현 감독은 "단일팀을 보고 '이제는 이분희를 만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평창에서 만나지 못해 아쉬웠는데 '더 좋은 만남이 마련될 것이라 그랬나'라는 느낌"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대회에서 현 감독은 몇몇 북한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이분희의 안부는 묻지 않았다. "혹시 안 좋은 일이 있을까봐 못 물어보겠다"는 것이 현 감독의 설명이다.

남북 단일팀은 4일 일본-우크라이나전 승자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전력상 일본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현 감독은 "우리만 나가면 조금 열세이지만 북한과 나가면 충분히 해볼만하다. 북한 김송이가 잘 친다. 전지희, 서효원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주정철 북한탁구협회 서기장, 토마스 바이케르트(독일) ITTF 회장과의 3자 회의를 통해 단일팀을 성사시킨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역사적인 순간 현장에 있을 수 있어서 영광이다. 모두 하나가 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면서 "선수들이 하나된 모습으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계속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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