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진두지휘·지난해 최대실적…경영능력 인정
'CEO 리스크' 전철 되풀이…외풍에 밀렸다는 관측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도 부담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이후 권 회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은 수차례 있어왔지만 권 회장은 그때마다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해왔다.
권 회장은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20년까지 임기가 2년 여 남은 상태다. 지난 3년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진두지휘하고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포스코 부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철 이후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적극적이었다.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외부 요인이 아니면 사퇴할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권 회장은 불과 20여일 전인 지난달 31일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CEO 교체설'에 대해 "정도에 입각해서 경영을 해나가는 게 최선이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던 권 회장이 돌연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우선 지금까지 반복돼왔던 정권에 따라 회장이 바뀌는 포스코 'CEO 리스크'의 전철을 밟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장직을 물려준 전례가 많았다.
권 회장 역시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해외 순방 때마다 경제인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교체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수차례 제기돼왔다.
권 회장은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의 첫 방미 경제사절단과 11월 인도네시아·12월 중국 경제사절단에 이어 올해 3월 베트남 순방에도 모두 불참했다. 특히 미국과 인도네시아 경제사절단에는 참가 신청을 했지만 탈락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 차원에서 권 회장을 의도적으로 제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대한 재판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2014년 4월 박근혜 정권 당시 회장직에 오른 권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권 회장 선임 과정에서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했고 권 회장이 청와대의 요구에 협조했다는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지난해 12월 최순실씨가 포스코 회장에 관여한 정황이 특검을 통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검찰에 권회장 등 25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최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포스코에 배드민턴팀 창단을 강요했다는 부분에 유죄를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권 회장이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역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포스코가 MB정권 시절 권력유착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와 관련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포스코와 더불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리스크'를 겪고 있는 KT의 황창규 회장이 최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황 회장은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권 회장은 1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포스코의 새로운 100년을 만들기 위해서는 CEO의 변화가 필요하다. 열정적이고 능력 있고 젊고 박력 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겠다"며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사회가 권 회장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임에 따라 포스코는 향후 새로운 회장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를 소집해 후임 승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권 회장은 차기 회장이 결정되면 회장직을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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