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발굴, 배·보상,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약속
"4·3 직시할 수 있어야"…이념 벗어나 화합·평화 강조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에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내놓은 메시지는 '치유'와 '화합'에 방점이 찍혔다.
4·3에 대한 완전해결 약속을 재확인하며 희생자 및 유가족의 상처를 보듬는 한편, 역사적 비극인 4·3을 교훈삼아 이념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의 길로 나서자는 게 문 대통령의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한 이후 4·3에 대한 현직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다.
특히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사건이 4·3의 본질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한 것이기도 하다.
4·3은 '미군정과 서북청년회의 횡포와 남한 단독선거로 인한 분단에 반대한 항거'라는 시각과 '남로당이 일으킨 반발과 폭동'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4·3 뒤에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명칭이 붙지 않는 것도 '항쟁'을 주장하는 쪽과 '폭동'을 주장하는 쪽이 대립하고 있어서다.
다만 그 원인이 무엇이냐를 떠나 결과적으로 3만 명에 달하는 양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됐다는 데는 양쪽 시각 모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 대통령 역시 '4·3'의 명칭을 따로 규정하지는 않으면서도 제주에서 일어난 대량 학살극의 책임은 국가권력에게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며 4·3이 국가폭력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같은 인식을 토대로 문 대통령은 4·3의 완전한 해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4월18일 제주 4·3평화공원 위령탑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정권교체로 들어설 제3기 민주정부는 4·3을 완전히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며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유해발굴사업 ▲유족 및 생존희생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치 ▲배·보상 및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관련 국회와의 입법 논의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데올로기 대립의 산물이었던 4·3을 완전히 해결해야 이념 갈등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 평화와 화합의 길로 나아갈 계기가 만들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남북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반도 평화와 통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 스스로도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에 대한 '직시'는 문 대통령이 위안부 등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언급됐던 표현이다. 과거사를 제대로 바라보고 문제를 매듭지을 때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도 가능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지론이다.
같은 맥락에서 4·3 역시 아픈 역사를 외면하지 말고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통해 올바르게 수습하는 과정이 선행돼야만 바른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4·3의 진상규명은 지역을 넘어 불행한 과거를 반성하고 인류의 보편가치를 되찾는 일"이라며 "4·3의 명예회복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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