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인재'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2층 여성 사우나실은 전체 희생자 29명 가운데 ⅔가 넘는 20명(69%)의 희생자를 냈다.
여러 원인 가운데서도 가장 안타깝게 하는 부분이 비상구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10조(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에 따르면 피난시설, 방화구획·방화시설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스포츠센터 건물 2층 여성 사우나실은 이를 어겼다. 참사가 예견된 부분이다.
23일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체육관을 찾아 조문한 탈출자 A씨는 "당시 여성 사우나실에서 냄새가 나서 탈의실로 나왔다가 연기가 올라와 출입문 계단으로 뛰어나왔다"며 "얼굴에 검댕이 묻은 것도 모르고 집에 왔다"고 말했다.
A씨는 "탕 안에서는 경보음이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중에 알아보니 탈의실에서 옷을 입었던 지인이 다시 탕 안에 들어갔는지 희생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B씨는 "이건 인재다. 비상구가 선반 쪽에 있는지는 잘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 C씨는 "비상구 앞에는 손님들이 요구해 바구니를 올려놓도록 앵글로 선반을 만들어 놨지만, 비상구로 출입은 할 수 있었고 조명도 켜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이 났다는 소리를 하고 비상구를 열어 놓았다면 그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설 이용객도 이를 뒷받침했다.
E씨는 "수년간 이곳 사우나실을 이용했는데 황토방을 디귿 자로 돌아 가면 선반이 있다"며 "비상구 표시가 없었다"고 말했다.
F씨도 "환기 때문에 평소 문을 열어놔 비상구냐고 하니 직원들은 아니라고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화재 당일 발화지점인 1층 주차장 천장 공사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D씨는 "화재 발생 2시간여 전인 오후 1시께 스포츠센터를 지나갔는데 그때까지 천장 공사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천소방서에 따르면 스포츠센터는 지난달 말까지 전문기관의 소방안전점검을 받았고 이달 말까지 소방서에 점검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었다.
경찰은 23일 건물주와 방화관리자 등이 소방 관계법을 제대로 지켰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소환조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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