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영국 국빈방문 안돼"…英170만명 청원

기사등록 2017/02/01 03:48:31 최종수정 2017/02/01 05:57:17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7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7.01.28
【런던=AP/뉴시스】김혜경 기자 = 영국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내 영국 국빈방문 계획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슬림 7개국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일시 금지하는 등 반이민 정책을 실시한데 따른 것이다.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영국 의원 70여명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내 영국을 국빈방문해줄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는 발의안에 서명했으며, 31일(현지시간) 오후 청원 서명자는 170만명에 달했다.

 영국에서는 청원 서명자가 1만명이 넘으면 정부가 청원에 답변해야 하고, 10만명이 넘으면 의회에서 긴급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영국 의회는 오는 20일 이 문제를 의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발의안에서는 트럼프의 방문 격식을 여왕의 초청을 받는 국빈방문에서 총리의 상대 자격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첫 무슬림 출신의 런던시장인 사디크 칸도 트럼프의 국빈초대를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칸 시장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 "잔인하고, 편견적이며, 역효과를 낳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외국 왕족이나, 대통령, 총리 등을 국빈자격으로 초대지만, 국빈 초청을 연 2회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기준에 따라 국빈을 초청하고 있다.

 국빈방문은 영국의 오랜 전통에 따른 장엄하고 화려한 의전행사로 유명한데, 국빈은 영국 왕족들의 환영을 받으며 여왕과 함께 왕실 마차로 버킹엄궁으로 행진을 하고, 버킹엄궁 내에 체류하는 등 영국 왕실의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미국의 경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국빈 초청을 받은 바 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제약회사 대표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 약값이 천문학적으로 비싸다면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02.01.
 그러나 영국 정부로서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이후 미국과의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등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입장으로, 트럼프의 국빈방문 철회를 요청하는 이번 청원이 껄끄러운 상황이다.

 버킹엄궁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청원과 관련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양국은 상호 이익이 되는 많은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국을 국빈 방문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러한 요청은 아직 유효하다"며 청원에 거부하는 입장을 확실시했다.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2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연내 트럼프의 영국 국빈방문을 요청했다고 밝혔고 트럼프가 이를 수락한 바 있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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