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영화 '스파이'(폴 페이그)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8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아 1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강력한 한 방을 갖춘 영화는 아니지만 입소문을 타고 있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만 관객도 그리 멀지만은 않다. 박스오피스 2위.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는 누적관객 175만명을 넘겼다. '매드 맥스' '스파이' '간신'에 밀릴 때만 해도 100만 관객을 넘긴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것으로 보였던 이 영화는 '간신'이 관객의 외면을 받으면서 예상외의 덕을 봤다. 박스오피스 3위.
'간신'(감독 민규동)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의 첫 사극 연출작이라는 점, 김강우·주지훈·임지연·이유영의 연기 변신 등이 관심을 모았지만, 영화가 뚜껑을 열자 관객의 반응은 싸늘하다. 1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할 처지. 박스오피스 4위.
◇이런 의미들이…'매드 맥스:분노의 도로'
'매드 맥스'의 예상 밖 화력의 근원은 역시 입소문이다. 그리고 이런 입소문과 관객 서로 간 대화는 '매드 맥스'를 또 다른 방식으로 소비하게 한다. 그 '또 다른 소비'가 바로 철학적인 방식으로 이 영화에 접근하는 것이다. 최근 SNS에는 '매드 맥스'에 대한 '해석'이 넘쳐난다. 개봉 초기만 하더라도 이 영화를 잘 만들어진 액션영화로만 보던 관객은 조지 밀러 감독이 만든 영화 속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가장 흔한 해석이 여성과 남성의 연대, 즉 페미니즘과 마초이즘의 동행과 전진이다.
한 가지 해석만 있는 건 아니다. 관객은 '매드 맥스'를 자신의 사고, 취향, 가치관에 따라 각자 해석하며 즐기고 있다. 요컨대, 관객은 이 영화를 매우 적극적으로 관람한다. 영화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액션 시퀀스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주는 1차원적인 재미와 해석이 동반된 2차원적 재미가 더해졌다는 것, 이것이 '매드 맥스'의 힘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는 22~25일 95만4668명(스크린수 730개, 상영횟수 1만2742회)이 봤다. 누적관객수는 212만1650명이다.
핵전쟁으로 모든 문명이 사라진 22세기 지구를 지배하는 폭군 '임모탄'과 그에게 반기를 든 사령관 퓨리오사, 임모탄의 노예였다가 우연히 퓨리오사의 탈주에 동행하게 된 맥스의 추격전이 상영 시간 내내 펼쳐진다.
◇웃기면 됐지 뭐…'스파이'
영화는 현장 요원을 꿈꿔본 적 없는 내근직 요원 수전 쿠퍼가 스파이로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쿠퍼는 멜리사 매커시가 맡았고 동료 요원 역으로 영국의 섹시 스타 주드 로와 액션 스타 제이슨 스태덤이 출연했다.
영진위에 따르면, 연휴 기간(22~25일) 동안 이 영화를 본 관객은 81만5319명(스크린수 665개 상영횟수 1만2581회), 누적관객수는 90만3856명이다.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말장난, 잊을 만하면 나오는 슬랩스틱 개그는 '코미디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주연을 맡은 멜리사 매커시의 연기도 뛰어나지만, 허세 요원을 연기한 제이슨 스태덤 또한 인상적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배우의 멍청한 표정이란!
혹자는 이 영화를 통해 여성의 사회 진출, 직장내 여성의 이야기, 유리천장 같은 말을 하지만 이는 과도한 해석이다. '스파이'는 이런 사회적 문제들을 심도 있게 건드리는 영화가 전혀 아니다. 사회 문제와 관련한 코드가 들어가 있을 수는 있으나 이 또한 유머를 위한 장치일 뿐이다. '끼워맞추기'식 해석은 영화를 보는 가장 촌스러운 방법 중 하나다.
◇'이게 웬 떡이야'와 '우리 괜찮을까'…'악의 연대기'와 '간신'
영진위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 '악의 연대기'를 본 관객은 58만3179명(누적관객수 176만6411명), '간신'을 선택한 관객은 51만2111명(누적관객수 60만4663명)이다. '악의 연대기'는 200만 관객을 기대할 수 있는 입장이 됐고, '간신'은 100만 관객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악의 연대기'는 흥미로운 부분이 없지 않은 스릴러물이지만, 디테일이 부족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였다. 손현주 등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는 없어 흥행 면에서 큰 기대를 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그런데, '간신'이 '악의 연대기'를 밀어줬다. 그나마 볼 만한 영화가 '악의 연대기'였다는 것이다.
'간신'의 실패는 더는 이런 안일한 기획으로 관객의 지갑을 열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다. 탄탄한 스토리 없이 유명 배우 몇 명과 자극적인 설정 등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 관객은 어떤 영화평론가 못지않게 똑똑하다. 또 주말에 영화를 보려면 한 사람당 1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 돈도 아깝고, 시간도 아까운 영화를 볼 관객은 없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관객의 머릿속에 혹은 마음속에 남아 있을 만한 작품이 과연 있을까. 한국영화 이렇게는 안 된다.
한편, 25일 박스오피스 순위는 5위 '홈', 6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7위 '다이노 타임', 8위 위아영, 9위 '차이나 타운', 10위 '스틸 앨리스'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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