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은퇴 앞둔 김민석 "지도자로 새 인생…김성근 감독이 롤모델"

기사등록 2015/01/09 18:37:24 최종수정 2016/12/28 14:24:57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69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남자 시니어 프리스케이팅에서 김민석이 멋진 연기를 펼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5.01.09.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한국 남자 피겨를 앞에서 이끌던 김민석(22·고려대)은 피겨 종합선수권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치고 눈물을 쏟아냈다.

 은퇴를 앞둔 그에게 이번 종합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이 선수 생활의 마지막 종합선수권대회 연기인 탓이다.

 김민석은 9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5(제69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시니어 남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12.83점을 획득, 지난 7일 쇼트프로그램(64.31점)과 합해 총 177.14점을 받아 4위에 올랐다.

 김민석은 다음달 말 열리는 동계체전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모두 마무리한다.

 4위로 대회를 마쳐 대회가 모두 끝난 후 갈라쇼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후배 이준형(19·수리고)과 김진서(19·갑천고)는 갈라쇼가 끝난 후 김민석을 빙판 한가운데로 끌고나와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도록 했다.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직후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쏟았던 김민석은 취재진을 만났을 때에는 진정이 된 상태였다. 오히려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민석은 "연기를 마치고 '이제 끝이구나, 스케이트도 끝이구나'고 생각했다. 마지막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연습했던 대로 했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해 복잡한 감정이었다"며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진정됐는데 어머니를 보고 엉엉 울었다. 어머니가 '수고했다'고 하셨다"고 눈물을 흘렸던 당시 의 감정을 떠올렸다.

 그는 "은퇴하는데 아쉬움은 없다.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다. 한계가 보인다"며 "후배들의 기량이 향상되는 것이 보이면서 한계가 보였다. 똑같이 하는데도 성장 속도가 더뎌 한계라고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끝날 때가 되니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최근 2주 동안 컨디션이 좋았다"며 깔깔 웃었다.

 현재 한국 남자 피겨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이준형, 김진서가 등장하기 전 한국 남자 피겨를 대표해온 인물이 김민석이었다.

 후배들에게 한국 남자 피겨 최고의 자리를 내어주기 전까지 김민석은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섰다.

 '피겨여왕' 김연아(25)와 활동 시기가 겹쳤지만 그만큼 주목받지는 못했다. 화려한 성적을 거둔 김연아에게 가려있었다.

 김민석은 "첫 4대륙선수권대회, 첫 세계선수권대회를 모두 (김)연아 누나와 출전했다. 연아 누나와 함께 다니면서 늘 대단하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되돌아봤다.

 김민석 말고는 눈에 띄는 선수들이 없을 시기여서 외로울 수도 있는 길이었다.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그냥 버텼다"고 말한 김민석은 "김세열 선생님, 지현정 선생님 등 코치님들도 다 좋으신 분이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계속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잡아주셨다.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열심히 했다"고 돌이켰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69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남자 시니어 프리스케이팅에서 김민석이 멋진 연기를 펼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5.01.09. since1999@newsis.com
 한국 남자 피겨를 잠시나마 이끌던 입장이어서 부담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김민석은 "내가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이전에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하던 대로 하면 쇼트프로그램 상위 24명이 출전하는 프리스케이팅에 나서고, 더 높은 등수에 오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출전권이 줄어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2008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고비도 만났다.

 김민석은 "한창 주목을 받을 때 아이스쇼에 초청을 받았다. 아버지도 오신다면서 기뻐하셨는데 아이스쇼를 앞두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힘들었다. 가족들은 다 접고 대전에 내려오라고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어 "당시 코치였던 김세열 선생님과 팬 분들이 도와주셔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덧붙였다.

 김민석은 자신의 피겨 인생을 정리하면서 "한 시즌도 쉬지 않았다. 부상 때문에 쉰 적도 없다. 계속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고 말했다.

 현재 남자 피겨를 이끌고 있는 후배들을 향해 김민석은 "나보다 선수 생활을 오래 했으면 좋겠다. 잘 하고 있어 그런 만큼 열심히 해서 선수 생활을 더 오래 했으면 좋겠다"며 "한국 남자 피겨가 동계아시안게임,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일도 일어나기를 바란다. 여자 피겨는 선수들이 느는데 남자 피겨는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빙판을 떠나는 김민석은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 군 문제를 해결한 후에 현재 지도자인 지현정 코치 밑에서 일종의 지도자 수업을 받겠다는 생각이다.

 일단 앞만 보고 달려온 만큼 이제 한눈도 팔아보고 싶은 것이 김민석의 마음이다.

 김민석은 "천천히 가보려고 한다. 하고 싶은 것도 해볼 것이다. 피겨 하나만 봤더니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취미삼아 다른 운동도 해보고 싶다. 야구나 배드민턴, 테니스 같은 것을 배우고 싶다. 바리스타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민석은 "건강히 군대를 다녀와서 공부를 하겠다. 지현정 선생님 밑에서 배울 것 같다"며 "어린 남자 피겨 선수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지도자로 나서는 김민석이 롤모델로 삼는 인물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새롭게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잡은 김성근(72) 감독이다.

 김민석은 "최근 야구에 빠졌는데 한화를 좋아한다. 김성근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면 선수들을 위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고민을 많이 하시고 생각도 많이 하신다. 그래서인지 말씀하실 때 보면 확신이 차있고 자신감이 있다"며 김 감독을 닮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jinxij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