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보톡스 밀수해 불법시술 일당 덜미

기사등록 2015/01/02 12:00:00 최종수정 2016/12/28 14:22:55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지난해 6월 초 김모(47·운반책)씨는 5년 전 중국 국적의 친구 소개로 알게 된 구모(50·여)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필러와 보톡스(메디톡신)를 보관·운반만 해주면 월 100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김씨는 경기 침체로 1년 가량 운영하던 안경점을 폐업한데다 구씨에게 빌려줬던 1500만원도 돌려받지 못한 터였다.  돈이 궁했던 김씨는 구씨의 꾐에 속은 줄도 모른 채, 같은 달 25일 구씨의 지시를 받아 대구에서 KTX 편으로 필러 3박스(5000개)를 배송받아 자신이 임차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창고에 보관했다.  한 달 뒤인 7월30일에는 보톡스 5000개를 안산역 공영주차장에서 20㎏ 이상 짐을 가진 승객만 태울 수 있는 화물자동차인 일명 '콜밴'을 통해 전달받아 쟁겨뒀다.   김씨의 임대 창고에는 구씨가 맡겨 둔 1만여 점의 전문의약품과 1㎏짜리 공업용 실리콘 64개가 더 있었다.  이렇게 창고에 쌓아둔 물품은 무면허 의료 시술업자 4명에게 1개당 1만5000원에 건네졌다.  김씨는 구씨의 지시대로 한모(69·여)와 강모(56·여)씨에게 필러 각각 500개, 100개를 보냈다. 구씨를 대신해 홍모(51·여)씨와 김모(47·여·미검)에게는 각각 필러 100개와 보톡스 120개를, 필러 100개와 보톡스 180개도 배달해줬다. 구씨의 집으로는 필러 2000개와 보톡스 1000개를 가져다줬다.  그러나 김씨는 그때까지도 자신이 보관·운반해 준 전문의약품이 구씨가 또다른 김모(55·미검·공급책)씨와 짜고 중국에서 밀수입한 물품이었단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김씨는 구씨의 심부름을 해주고도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자 경찰에 제보했다.  경찰 조사 결과, 동종전과 5범이던 구씨는 공급책 김씨로부터 판매 의뢰를 받아 김씨를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씨는 지난해 2월14일 인천지법에서 관세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한씨는 구씨로부터 받을 차용금 500만원 대신 필러 500개를 건네받아 또다른 A씨에게 판매했다가 덜미 잡혔다.  홍씨는 조선족으로부터 구씨가 전문의약품을 싸게 공급한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직접 연락했으며, 의사 면허도 없이 1회당 필러 20만원, 보톡스 15만원을 받고 30여명에게 불법 성형시술을 했다.  강씨는 지난 2012년 12월께 미용협회 세미나에서 만나 알게 된 구씨로부터 불법 시술방법을 배웠고, 이번에 김씨로부터 전달받은 필러로 30명이 넘는 피해자들에게 시술해주곤 1회당 최고 80만원을 챙겼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약사법 및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구씨를 구속하고,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운반책 김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검거하지 못한 공급책 김씨 등 2명의 행방을 쫓는 한편 밀수입한 전문의약품이 실제 성형외과 등에서 시술용으로 사용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술 피해자의 부작용 여부와 압수물품 사용처 등을 추가 수사한 뒤 죄질이 불량하면 불구속 피의자에 대해서도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hjp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