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생계형에서 국제기업형으로"

기사등록 2011/01/26 06:00:00 최종수정 2016/12/27 21:36:19
【보싸소(소말리아)=신화/뉴시스】18일(현지시각) 소말리아 해적 용의자들이 소말리아 북동부 해안 마을 보싸 에 구류돼 있다. 이날 소말리아 해안을 순찰 중이던 스페인 함정은 12명의 해적 용의자를 체포해 지역 당국에 인도했다.
【서울=뉴시스】이현정 기자 =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에 성공한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도 자국 선박 보호를 위해 연일 '해적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해적의 수는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이제 통상 활동하는 해역을 벗어나 먼 바다로 활동 무대를 옮기면서까지 선박 사냥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06년 4월4일 발생한 원양어선 동원호 피랍 사건 이후 현재까지 한국 선박이 해적들에 의해 납치된 사건은 모두 8건. 이중 3건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일어났을 정도로 해적들에 의한 납치 사건은 최근들어 늘어가는 추세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이처럼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해적들을 단속할 소말리아 정부의 부재 때문이다. 해적 행위를 막을 공권력이 없어 이미 법과 질서가 무너져 내렸고, 내전 과정에서 흘러나온 무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해적 약탈에 최적의 환경이 되고 있다. 

 해적들은 선박 납치로 몸값을 뜯어내 해적행위에 필요한 최신 무기를 구입, 무장한 뒤 또 다시 선박 사냥에 나서고 있다. 일부 해적 자금은 정치자금화되기도 하고 케냐로까지 흘러들어가 케냐에 부동산 붐을 일으키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는 "케냐에 부동산 붐이 일어나 집을 지으니 한국 가구업체가 가구를 팔아 이익을 본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해적 행위와 연관 산업이 많다"며 "이제는 의심을 넘어 거의 확신에 가까울 정도로 소말리아 해적은 국제기업화 됐다"고 말했다. 

 소말리아에서는 멕시코 마약 갱단이 조직원을 모집하는 것처럼 공개적으로 해적을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해적이 되면 끼니 걱정 없이 부유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농부나 어부 등 일반인들이 해적선에 몸을 싣는다.

 최첨단 장비를 갖춘 유럽과 아시아의 원양어업 선박들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상어와 새우는 물론, 생선들의 알까지 닥치는 대로 포획해 소말리아인들의 생존을 위협한 것도 원인이 됐다.

 2009년 미국 일간 마이애미헤럴드 등이 영국 만데라에 위치한 감옥에 해적 행위로 수감 된 해적선장 파라 이스메일 에이드를 인터뷰 한 것에 따르면, 이 해적선장은 해적 행위를 외국 원양어선으로부터 자신들의 해역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지금의 해적은 단순히 생계를 위해 총을 들고 나온 순박한 주민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들이 직접 해적에 뛰어든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소말리아 해적 내부를 들여다 보면 취약한 사람들만 개입된 게 아니라, 해적들에게 자금을 대는 자들도 있고 선박이 인근 해역을 지나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자도 있다"면서 "모두를 완전히 소탕해야 하는데 이들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해적들을 소탕만할 게 아니라 소말리아를 안정시켜 해적질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줘야 하는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소말리아 중앙정부가 취약해 어떻게 누구를 도와줘야 할지도 고민이다.

 소말리아는 내전을 겪으며 2007년 이후 1만명이 사망하고 100만여명의 국제난민이 발생했다. 또 300만명의 주민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사실상 소말리아는 무정부 상태라고 본다"며 "도울 대상이 분명치 않지만 일단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hjl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