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신속등재 시범사업 대상자 발표 임박
'헴제닉스' 등 13개 제약사 14개 품목 신청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40억원대 초고가약인 B형 혈우병치료제 ‘헴제닉스’(성분명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르보벡)가 건강보험 급여로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줄지 주목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신속등재 시범사업’을 위한 선정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대상자를 선정한다.
신속등재 시범사업이란 희귀질환 치료제 건강보험 등재 절차 단축을 통해 환자에 필요한 치료제를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단기간 내 치료 효과성 검증이 어려운 희귀질환 특성을 고려해 치료제를 조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 건강보험 등재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것으로, 현행 240일에서 최대 100일 이내로 대폭 단축된다.
등재 전 비용효과성 평가는 등재 후 실제 임상 성과에 기반한 사후평가로 전환하고, 약가 및 약제비 총액 협상은 사전에 설정된 계약 조건을 적용한다. 약가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캐나다 등 A8 국가 조정 최저가 90%를 보장한다.
우리나라는 신약 급여까지의 기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 나라 중 하나다. 이에 이번 시범사업에는 13개 기업이 14개 품목으로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시범사업 대상은 최대 5개 품목으로 제한된다. 다만 선정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14개 품목 중 눈에 띠는 제품은 초고가 신약인 ‘헴제닉스’다. 헴제닉스는 글로벌 기업 CSL베링이 개발한 B형 혈우병 치료제다.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인해 발병하는 출혈성 희귀질환으로, 간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인자 중 제8인자 결핍의 경우 혈우병 A타입, 혈액응고 제9인자 결핍의 경우 혈우병 B타입으로 분류된다.
헴제닉스는 혈액응고 제9인자를 암호화하는 DNA 서열을 간세포에 도입해 간세포에서 혈액응고 제9인자를 생산하도록 한다.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로, 단 1회 투여로 체내에서 제9인자를 지속 생산하게 함으로써 질환의 근본적인 출혈 경향을 감소시킨다.
이는 부족한 응고인자를 외부에서 주기적으로 보충하며 출혈을 일시적으로 관리하는 기존의 대체요법과 치료 기전 및 목표 자체가 다른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다.
중증 또는 중등도 중증 B형 혈우병 남성 54명을 바탕으로 CSL베링이 진행한 임상 3상인‘HOPE-B’ 결과, 헴제닉스 치료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94%의 환자가 치료가 필요 없는 상태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치료제는 환자가 일주일 또는 한 달 주기로 혈액응고인자를 정맥으로 주입해야 하지만 헴제닉스는 한 번만 주사 투여하면 장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어 ‘원샷 치료제’로 불린다. 이에 B형 혈우병 환자들에게 희소식으로 다가왔으나, 워낙 고가여서 접근성 문제가 있어왔다.
헴제닉스는 출시 당시 350만 달러(한화 약 47억원)로 가격이 책정됐으며, 지금도 미국에서의 표시가격은 40억원대로 형성돼있다.
헴제닉스는 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은 뒤 국내에서도 건강보험 급여 신청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희망약가를 35억원 정도로 요청했으나, 고가인 탓에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내에서의 B형 혈우병 환자 규모는 450여명 내외로 추산, 다른 희귀질환자보다 많아 건강보험 재정 부담 우려가 크다. 그러나 CSL 내부 통계에 따르면, 혈우병 환자는 B형 혈우병 치료를 위해 평생 2000만 달러(약 267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한 번의 치료가 더 경제적이란 판단이 나온다.
이날 선정심의위원회는 13개 기업의 개별 PT발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 대상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헴제닉스를 제외한 다른 치료제로는 한국MSD 폐동맥고혈압약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와 한국BMS제약 골수형성이상증후군약 ‘레블로질’(루스파터셉트),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치료제 ‘보이데야’(다니코판), 입센코리아의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 치료제 ‘아이커보’(엘라피브라노르) 등으로 파악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선정심의위원회에서 대상자가 확정되는 것은 맞지만 당일 공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이후 자료를 통해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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