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I가 건넨 인간적 위로…머무르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멜론 2위가 던진 질문

기사등록 2026/11/04 11:05:20

AI 프로젝트 머무르 제작 프로듀싱팀 글로리웨이브 서면 인터뷰

팬덤·화려한 볼거리 없이 멜론 최상위권…아이돌 틈바구니서 2위 돌풍

베테랑 작곡 듀오 "가사 쓰고 생성형 AI '수노'로 조율"

"선택과 다듬기는 인간의 몫"

"'도구는 변해도 이야기는 변하지 않는다'는 명제

음저협 저작권료 '0원'…제도적 공백 통과하며 던지는 창작 기여도의 기준

[서울=뉴시스] 머무르를 제작하는 프로듀싱팀 '글로리웨이브'. (사진 = 글로리웨이브 제공) 2026.11.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기계는 슬픔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기계의 입을 빌려 울려 퍼진 탄식은, 오늘을 버텨내는 수많은 어른의 가슴팍에 정밀하게 가닿았다.

프로듀싱팀 글로리웨이브(GLORYWAVE)의 인공지능(AI) 프로젝트 '머무르(MEOMURU)'가 지난 6월 발표한 디지털 싱글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거대한 팬덤이나 화려한 시각적 스펙터클 없이, 오직 한 줄기 고백의 힘으로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톱100 2위까지 치솟았다. 4일 오전 11시 현재 기준 '리센느', '에이투오 라이트(A2O LITE)' 등 대세 걸그룹들의 대활약 사이에서도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섣부른 낙관이나 값싼 위로를 건네는 대신, 유예된 꿈과 현실의 마모를 응시하는 이 노래는 팍팍한 생활인의 마음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체가 실재하지 않는 AI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감동은 당혹과 배신감, 그리고 경이로움이 뒤섞인 복합적인 질문으로 번졌다.

실체 없는 목소리에 온기를 불어넣은 주인공은 글로리웨이브로 뭉친 작곡가 겸 프로듀서 이용석(Martin East)과 최성혁(비트자루)이다. 지난 10여 년간 황치열, 길구봉구, 김준수(XIA) 등의 호소력 짙은 발라드를 조율해 온 베테랑 창작자들인 이들은, 상업적 타율성을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기 위해 생성형 AI '수노(SUNO)'를 마주했다. 기술이 악보와 가창을 단숨에 연산해 내는 시대에도, 무수한 경우의 수 가운데 어떤 결핍을 선택하고 어떤 숨결의 균열을 벼려낼 것인가는 결국 인간의 몫이었다.

정작 노래를 부른 인공지능은 아무것도 아파하지 않았지만, 청자들은 그 공백 속에서 각자의 상흔을 겹쳐 읽었다. 슬픔은 기계의 알고리즘에서 온 것이 아니라, 부재하는 목소리에 제 삶을 투영한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제도적 공백과 기술적 격변의 한가운데서 '도구는 변해도 이야기는 변하지 않는다'고 나직이 읊조리는 두 음악가에게, 기계의 시대를 건너며 우리가 끝내 '머물러야' 할 음악의 알맹이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이용석, 최성혁과 나눈 일문일답.

-팀 이름을 '머무르'로 지으셨습니다. 무언가를 빠르게 소비하고 흩어지는 시대에, 잠시 멈춰 서서 누군가의 그늘 곁에 '머무른다'는 태도가 떠오릅니다. 이 이름을 프로젝트의 간판으로 삼으신 이유와, 이 이름이 가리키는 정서적 온도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머무르는 저희 작곡팀 글로리웨이브(GLORYWAVE)가 별도로 기획한 AI아티스트 프로젝트입니다. 이름을 정할 때도 꽤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단순히 뜻이 좋은 이름보다는 한글로 적었을 때 시각적으로 보기 좋은지, 영문으로 표기했을 때도 예쁜지, 실제로 불렀을 때의 어감은 어떤지, 그리고 이름이 가진 의미까지 여러 가지를 함께 고려했습니다. 그렇게 정한 이름이 '머무르'입니다. '머무르다'라는 단어에서 가져온 이름으로, 한글과 영문(MEOMURU) 표기 모두 마음에 들었고 어감이나 의미도 저희가 만들고 싶은 음악의 방향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역시 어린 시절 음악으로부터 위로받았던 경험이 있었고, 저희에게 음악이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잠시 머무르거나 기댈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꼭 위로나 슬픔만 이야기하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싶습니다."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라는 곡은 섣부른 조언이나 위로 대신 조용한 독백과 물음을 던집니다. 타인의 슬픔을 쉽게 재단하지 않고 그저 스스로의 흔들림을 고백하는 방식인데요. 노랫말을 쓰실 때 '이것만큼은 담지 말자'며 경계했던 태도나 단어가 있었습니까?

"특별히 사용하지 않으려고 정해둔 단어나 표현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조언하거나 정답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저희 스스로를 돌아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막연히 모든 것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경제적인 고민도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잖아요. 저희 역시 그런 감정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희망적인 결론을 내리거나 듣는 사람을 위로하려 하기보다는 저희가 실제로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방향으로 생각했습니다."

-노래를 들은 많은 이들이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호소력'에 마음을 열었습니다. 정작 그 목소리의 주체는 실재하지 않는 AI인데도, 대중은 그 안에서 '진짜 인간의 슬픔'을 발견했습니다. 기계의 소리가 인간의 가장 깊은 탄식과 닮게 느껴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희는 음악을 들을 때 목소리 자체의 표현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가사와 이야기 역시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AI가 실제로 슬픔을 느끼고 노래한 것은 아니지만, 그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을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노래에 공감해주신 것도 AI가 어떤 감정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주신 부분이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음 이 곡이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이나 낯섦을 표한 청취자들도 있었습니다. '기계가 나를 울렸다'는 당혹감일 텐데요. 창작자로서 대중의 이 서늘하고도 복잡한 반응을 마주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그런 반응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희 역시 오랫동안 기존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어온 작곡가들이고, 처음 AI 음악을 접했을 때 굉장히 큰 충격과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머무르의 음악에 대해서도 AI라서 듣지 않겠다는 반응이나 사람 가수가 불렀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AI라는 사실보다 음악의 내용과 가사에 먼저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음원 소개에 AI 활용 사실을 명시했고, 제작 방식을 투명하게 오픈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뉴시스] 프로듀싱팀 '글로리웨이브'의 AI 프로젝트 '머무르'의 히트곡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커버. (사진 = 글로리웨이브 제공) 2026.11.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가수의 숨소리와 가창을 디렉팅해 온 베테랑 작곡가이십니다. 이번엔 AI가 쏟아내는 수많은 후보 멜로디와 보컬 중에서 단 하나의 테이크를 골라내셨는데, '바로 이 순간의 감정이다'라고 확신했던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었습니까?

"저희는 곡을 만들기 전에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어떤 장르와 분위기로 만들 것인지 등을 먼저 정하고 충분히 기획한 뒤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방향을 정해놓더라도 AI가 항상 의도한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멜로디나 보컬의 표현이 나올 때도 있고, 반대로 전체적인 느낌은 좋은데 특정 부분이 어색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처음 기획했던 곡의 방향과 가사의 감정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입니다. 특정한 고음이나 화려한 표현이 인상적이라고 해서 선택하기보다는 곡 전체를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가사가 전달하려는 감정을 잘 살리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결국 기술적으로 얼마나 잘 만들어졌느냐만큼 저희가 만들고자 했던 음악에 얼마나 어울리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AI 보컬 특유의 어색한 한국어 발음과 뉘앙스를 바로잡기 위해 가사를 직접 다듬고 큐베이스에서 수정을 거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매끄러운 기계적 완성도보다 우리말 특유의 '말맛'이나 애틋한 정서를 살리기 위해 가장 공들인 구간은 어디였습니까?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에서는 특정한 한 구간을 강조하기보다는 곡 전체의 흐름과 자연스러운 전달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한국어의 음절이나 발음에 따라 멜로디의 흐름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가사에 노래를 붙였을 때 자연스럽게 들리는지를 고려하였습니다.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가사의 의미와 발음, 멜로디가 서로 어울리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곡에 따라서는 가사나 음절을 수정하기도 하고, 음악 제작 프로그램에서 멜로디나 구성을 직접 수정한 뒤 다시 AI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결국 특정한 구간의 기술적인 완성도보다는 곡 전체를 들었을 때 음악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대중음악에서 감동은 종종 완벽함보다는 미세한 호흡의 떨림이나 목소리가 갈라지는 순간의 균열에서 오곤 합니다. AI라는 가장 계산적인 도구 안에서 그 '불완전한 인간미'를 어떻게 끌어내고 벼려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매끄러운 소리가 반드시 좋은 음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작업할 때 음질이나 믹싱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그런 기준만으로 곡이 주는 감동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AI를 활용하면서도 보컬이나 악기 사운드가 가진 특유의 질감이나 표현이 곡 전체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음악적으로 인상 깊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꼭 모든 소리를 깨끗하고 정교하게 만드는 것보다 그 곡에 어울리는 질감과 표현을 살리는 것이 더 음악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일부러 불완전한 표현을 만들어내려고 했다기보다는, 결과물을 들었을 때 그 소리가 곡의 분위기와 감정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도구는 변해도 이야기는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씀이 울림을 줍니다. 편곡, 멜로디, 가창까지 AI가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라면, 기술이 아무리 진화해도 결코 기계가 대신 쓸 수 없는 '이야기의 알맹이'는 결국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희는 예전에는 음악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면, 지금은 그만큼 무엇을 만들 것인가도 중요해졌다고 느낍니다. AI를 통해 음악을 만드는 기술적인 진입장벽은 많이 낮아졌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왜 그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고 싶은지는 여전히 스스로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역시 저희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불안이나 고민에서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음악을 구현하는 방식은 계속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감정을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싶은지는 기술만으로 결정되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곡을 만드는 기술만큼 어떤 이야기를 담을수있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황치열, 길구봉구, 김준수 등 가창력을 지닌 보컬리스트들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오셨습니다. 사람과 눈을 맞추며 얻는 교감의 전율과, AI 보컬을 매만지며 원하는 소리를 조각해 낼 때 느끼는 희열은 창작자 입장에서 어떻게 달랐습니까?

"사람 가수와 함께 작업하는 것과 AI를 활용하는 것은 제작 과정부터 상당히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가수와 작업할 때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곡의 방향을 조정하고, 녹음 과정에서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표현이나 해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의 생각과 음악적인 감각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곡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사람과 작업할 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AI를 활용할 때는 저희가 생각한 방향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멜로디나 편곡, 보컬의 표현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직접 소통하며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음악을 완성해가는 과정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방식에서 얻을 수 있는 음악적인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공유 씨가 팬미팅에서 이 곡을 부르며 큰 화제가 됐습니다. 실재하는 사람의 육성과 숨결로 노래가 다시 피어나는 장면을 보셨을 때, 머무르의 원곡과는 또 다른 어떤 온도를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도 배우 공유님의 영상을 봤습니다. 무엇보다 직접 노래를 불러주신 것도 감사했지만, 노래를 부르시기 전에 곡에 대한 상세한 소개까지 해주신 점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노래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해주셨다는 점에서 더욱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또 저희가 만든 곡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 표현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머무르의 음악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매사추세츠주=AP/뉴시스] 1월1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수노(SUNO)에서 인공지능(AI) 악곡을 제작하는 동안, 다양한 악기의 오디오 파일 파형이 컴퓨터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
-음원차트 최상위권에 올랐지만 저작권협회에 신탁 등록되지 못해 저작권료를 받지 못하고 계십니다. 기술의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과도기 한가운데 서 계신데, 이 '제도적 공백'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느끼는 창작자로서의 솔직한 심정은 무엇입니까?

"현재 머무르의 곡들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신탁 등록돼 있지 않아 일반적인 방식의 작사, 작곡, 편곡 저작권료는 받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도 오랫동안 기존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어온 창작자들이기 때문에 직접 창작한 부분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실제로 AI를 활용한 음악이라고 해도 사람이 직접 가사를 쓰거나 멜로디를 수정하고, 실제 연주와 편곡을 더하는 등 제작 방식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런데 AI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음악을 동일하게 판단하기에는 실제 제작 과정이 상당히 복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적인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는 아쉬움도 있지만, 여러 창작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일각에서는 AI 음악이 범람하면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가벼워지거나 창작자의 자리가 위축될 것이라 우려합니다. 반대로 두 분께는 틀에 갇히지 않는 창작의 자유를 준 도구가 됐는데요. 이 도구가 창작자에게 나태함이 아닌 '새로운 긴장감'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희 역시 처음 AI 음악을 접했을 때는 큰 충격과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음악인들이 느끼는 불안이나 우려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AI를 통해 음악을 만드는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음악의 형태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고 해서 어떤 음악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수많은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된 만큼 어떤 음악을 만들 것인지 기획하고, 그중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완성할 것인지 판단하는 감각과 경험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역시 AI가 만들어주는 결과물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기존에 해오던 작곡과 프로듀싱 방식도 계속 활용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결국 도구가 편리해졌다는 이유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의 고민까지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인 멜론 톱100에서 쟁쟁한 아이돌과 인기 가수들의 신곡 사이를 비집고 머무르의 노래가 2위까지 올랐습니다. 화려한 퍼포먼스나 팬덤의 결집이 아닌, 오직 '노래 한 곡이 건네는 이야기'만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두 분께 이번 순위는 어떤 의미였습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 처음 순위를 확인했을 때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어느 시점부터 반응과 수치가 눈에 띄게 커지기 시작했고 그 흐름이 실제 음원 차트까지 이어졌습니다. 순위에 올랐다는 사실도 물론 기쁘고 감사하지만, 무엇보다 저희가 만든 노래를 이렇게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어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기뻤습니다. 실제로 댓글이나 메시지로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기쁘고 감사합니다."

-앞으로 머무르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악기 연주와 사람의 보컬을 AI와 결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셨습니다. 향후 두 분의 음악 세계에서 기계가 맡을 영역과 사람이 끝까지 지켜내야 할 영역의 경계선은 어디쯤에 놓이게 될까요?

"저희는 AI와 사람이 담당할 영역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나눠놓기보다는 곡에 따라 가장 적합한 제작 방식을 선택해가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머무르에서는 저희가 기획과 가사를 직접 작업하고, 수노(SUNO)로 멜로디와 편곡, 보컬을 생성한 뒤 기존 음악 제작 프로그램에서 추가적인 작업과 후반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해왔습니다. 발매를 준비 중인 곡에서는 수노가 생성한 멜로디와 코드 진행을 저희가 생각하는 음악적인 방향에 맞게 직접 수정하고, 그 결과물을 다시 수노의 커버 기능을 통해 발전시키는 방식도 활용했습니다. 앞으로는 직접 만든 멜로디를 AI로 구현하거나, 실제 연주자들과 세션을 진행하고 사람 보컬과 함께 작업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어느 부분까지 담당하느냐보다 저희가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지, 그리고 그 음악을 완성하는 데 어떤 방식이 가장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저희가 기존에 해오던 음악 제작 방식과 경험을 함께 이어가고 싶습니다."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라는 질문을 세상에 건네 수많은 사람을 멈춰 서게 만드셨습니다. 그렇다면 이 질문을 맨 처음 작업 노트에 적어 내려갔던 두 분은, 이제 조금은 스스로 꿈꾸던 어른이나 음악인의 모습에 닿아 계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실 저희도 아직 자신 있게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좋아하던 음악이 직업이 됐고, 지금까지 계속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저희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있습니다. 이번에 많은 분들이 저희 음악을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신 것은 정말 감사하고 기쁜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민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 역시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만들고, 그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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