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화재 10건 중 7건은 소규모
주택·전통시장도 안전 사각지대
화재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위험을 얼마나 미리 발견하고 대비했는지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노후주택과 전통시장 같은 취약시설은 물론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점검과 기술 혁신, 보험의 역할,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뉴시스는 한국화재보험협회와 함께 화재 위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예방부터 피해 회복까지 사회안전망의 역할과 과제를 7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공장 화재 10건 중 7건이 소규모 공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과 전통시장 등 화재취약시설에서도 노후 전기설비와 부족한 안전시설로 초기 대응이 어려운 사례가 이어지면서 예방과 보험을 결합한 안전망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일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소규모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연평균 1663건으로 전체 공장 화재의 69.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공장 화재 사망자의 58.3%, 부상자의 64.2%, 재산피해액의 56.0%도 소규모 공장에서 발생했다.
소규모 공장은 대형 공장보다 면적당 화재 발생 빈도와 재산피해 규모도 컸다. 면적 100만㎡당 화재 발생 건수는 소규모 공장이 10.8건으로 특수건물에 해당하는 대형 공장(3.8건)의 2.8배였다. 면적당 재산피해액도 소규모 공장이 9억1000만원으로 대형 공장(5억7000만원)보다 1.6배 많았다.
문제는 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소규모 공장이 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상당수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현행 화재보험법상 연면적 3000㎡ 이상인 공장 등 특수건물은 화재보험 가입 의무가 적용되지만, 3000㎡ 미만 공장은 의무가입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2025년 7월 기준 전국 등록공장 21만8800곳 가운데 약 88%가 의무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소규모 공장은 화재 발생 시 인명·재산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지만, 보험을 통한 피해 보상 체계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실제 소규모 공장의 안전점검 과정에서는 소방시설 설치와 초기 대응체계 미흡, 가연성 분진 관리 부실, 인화성 물질 취급 부주의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확인되고 있다.
소화기 외에 자동소화설비나 별도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사업장이 있는가 하면, 소화기 주변에 물품을 쌓아두거나 피난통로를 물품 보관장소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과 신속한 대피가 어려워질 수 있는 환경이다.
목재·가구·섬유 가공업에서는 목분과 톱밥, 섬유 보풀 등이 설비 주변과 작업장에 쌓여 분진 착화와 화재 확산 위험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장·인쇄·세척 작업장에서는 신나와 유기용제 등 인화성 물질을 별도 구분 없이 보관하거나 사용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용접·절단 작업 과정에서 주변 가연물을 제거하거나 불티 비산을 막는 조치, 작업 후 잔불 확인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노후 공장의 전기배선과 콘센트 관리가 미흡하거나 전문적인 안전검토 없이 전력설비를 증설·변경하고, 문어발식 콘센트와 임시배선을 사용하는 것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일부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안전수칙과 위험 공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안전교육이나 위험정보 전달이 충분하지 않은 문제도 지적됐다. 시설 자체의 위험뿐 아니라 사업장 내 안전관리와 교육체계가 취약한 점도 화재 위험을 키우는 요인인 셈이다.
주택 역시 화재 예방과 보험 보장 측면에서 살펴봐야 할 사각지대다. 특히 단독주택은 화재보험 가입률이 낮은 편이다. 아파트는 단체로 주택화재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가 관리비에 포함돼 자동으로 납부되는 경우가 많지만, 단독주택은 거주자나 소유자가 직접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갱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단독주택의 보험 가입까지 저조하다면 화재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과 복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화재 예방시설을 갖추는 것과 함께 주택 유형에 따른 보험 가입 격차를 줄이는 방안도 필요한 이유다.
전통시장도 화재에 취약한 시설로 꼽힌다. 점포가 밀집해 있고 전기·가스 등 화기 사용이 잦은 데다 화재가 발생하면 인접 점포로 불이 번질 가능성이 크다. 점포별 안전시설 관리와 초기 진화체계가 중요한 만큼 시설 특성을 고려한 예방 활동이 요구된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이 같은 취약시설을 대상으로 안전점검과 소방용품 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4년에는 서울 종로구 창신2동 화재취약 주택 300가구를 대상으로 전기·가스·화재 안전시설을 점검하고 노후 설비를 보수했다. 창신동과 동자동 등 쪽방촌에는 안전버너와 버너가드, 방화포 등을 포함한 화재안전키트 1000개를 지원했다. 두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총 3억5000만원으로 협회가 2억5000만원, 서울시가 1억원을 부담했다.
같은 해 전국 노유자시설에는 주방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에 활용할 수 있는 K급 소화기 1500대를 보급했다. 앞서 2023년에는 산림 인접 지역에서 나무보일러를 사용하는 주택을 대상으로 간이스프링클러 자재 3745세트와 자동소화장치 6101개를 지원했다.
안전용품 제공을 넘어 화재 발생 이후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보험 지원도 추진됐다. 2025년 경기도 화재취약계층 약 37만 가구의 화재안심보험 가입을 지원했다. 관련 보험료 규모는 14억4000만원이다. 경기도 내 화재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전기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 멀티탭 1만4000개도 보급했다.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협회는 2023년 전통시장 432곳에 소화기 6340대를, 2024년에는 217곳에 8000대를 지원했다. 2025년에는 전기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 53곳, 점포 8284곳을 대상으로 화재 예방 교육과 관련 장비 지원을 실시했다.
올해는 전남·광주 지역의 주택과 전통시장 등 3500곳을 대상으로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안전 멀티탭 등 약 6000개 물품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 나주·구례의 취약계층 가구를 직접 방문해 화재경보기를 설치하고 위험요인을 점검하는 안전교육 시범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 14일에는 경기 안산의 다문화 대안학교 한 곳을 대상으로 누전차단 기능이 있는 멀티탭과 안전 포스터를 지원하고 관계기관과 합동 시설점검을 실시했다.
화재 안전망을 강화하려면 소방용품 보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후 전기·가스 설비를 개선하고 시설별 위험요인을 사전에 점검하는 한편, 화재 발생 시 피해를 보상할 보험 체계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규모 공장과 단독주택처럼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보험 가입이 저조하거나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된 시설에 대해서는 가입을 유도할 방안과 제도적 보완책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협회의 취약계층 지원은 안전물품 보급을 넘어 노후주택의 위험요인 개선, 화재 발생 후 보험을 통한 피해보장, 안전정보 접근이 어려운 대상의 예방지원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