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안도"…이제 시장 시선은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기사등록 2026/10/26 10:57:54 최종수정 2026/10/26 11:58:23

靑, 내년 과세 시행 추가 유예 가닥…해외 거래소와 형평성 등 고려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은 지지부진…신사업 제도화 과제 산적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1억1000만원선을 회복한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09.22.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다시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업계는 과세 인프라 부족과 투자자 간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국내 이용자들의 해외 거래소 이탈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다만 과세 유예와 별개로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논의는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과세 시점을 늦추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입법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청와대는 가상자산 과세를 추가 유예하는 데 무게를 두고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제도 미비와 청년층 여론, 해외 거래소와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또 한차례 유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달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당정 협의회를 열어 가상자산 과세 문제를 논의할 계획으로, 다음달 세법 심사 과정에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도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연간 이익 중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 입장 변화는 최근 업계와의 소통 과정에서 감지됐다.

정부는 지난 20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임원 등이 참석하는 가상자산 과세 관련 비공개 현장간담회를 추진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에서는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과 유영준 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정책관 등이 참석해 업계의 과세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그동안 과세 시행에 무게를 뒀던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후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내용에서도 권 차관이 과세 문제에 대해 '숙고'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추가 유예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이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도 정비, 청년들의 목소리, 현실의 여건들을 두루 살피는 토론으로 국회와 정부가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과세 인프라 부족에 투자자 반발까지…유예론에 힘 실려

시장은 과세 유예 움직임에 안도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는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를 시행하면 투자자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추가 유예를 요구해 왔다.

특히 가상자산 취득가액 산정부터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 신고·전산 체계 구축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을 거친 가상자산의 최초 취득가격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과 신고 체계도 충분히 정비되지 않아 과세가 시작되면 투자자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국내외 거래소 간 과세 형평성 문제도 부담으로 꼽혔다. 국내 거래소와 달리 해외 거래소는 과세당국의 자료 확보와 거래 내역 확인이 어려워 일부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으로 자산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현행 제도대로 과세가 시행되면 국내 주요 거래소의 연간 거래대금이 약 258조원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에 업계는 과세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투자자의 실제 소득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투자자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가상자산 과세 폐지와 2년 추가 유예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각각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국회 논의 대상에 올랐다.

타이거리서치가 체이널리시스와 협력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24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3.7%가 현행 가상자산 과세 시행에 반대했다. 다만 과세 반대 응답자의 51.5%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 충분히 보완된다면 과세를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를 두고 과세 원칙 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과세 기준과 신고 체계 등 제도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반대 여론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과세는 유예 가닥 잡는데…디지털자산기본법은 여전히 제자리

가상자산 과세 유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시선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옮겨가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율 등 기존 법체계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영역을 제도권에 편입하기 위한 법안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부터 관련 입법 논의를 이어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 10여건이 발의됐고 수차례 토론회도 열렸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은행과 증권사, 가상자산사업자들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전략적 제휴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금융회사와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신사업을 준비하더라도 실제 사업화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자들도 규제를 국내 가상자산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지목했다.

코인니스와 크라토스가 공동으로 이달 진행한 국내 투자자 대상 주간 설문조사에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6.8%가 '가상자산 공개(ICO), 상장지수펀드(ETF), 파생상품 거래가 모두 금지된 과도한 규제'를 꼽았다. 조사 항목 가운데 가장 높은 응답률이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마련을 위한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이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은 막바지 협의 중인데, 최대한 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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