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보험 갈아타기까지 대신한다…보험 유통 판 바뀌나

기사등록 2026/10/25 12:00:00

비교부터 가입·해지·청구까지 대행

모집 규제·사고 책임 기준은 과제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보험료 비교부터 가입·해지, 보험금 청구까지 대행하면서 보험산업의 유통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소비자의 상품 탐색과 계약 변경이 쉬워지는 만큼, 보험사의 고객 유지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AI 에이전트의 보험 모집 행위에 대한 규율과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AI 에이전트 확산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해외에서는 메타의 AI 에이전트 '뮤즈(Muse)'를 활용해 보험료를 절감하거나 불필요한 구독을 해지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뮤즈에 자동차보험 증권을 올리고 동일한 보장 조건에서 더 저렴한 상품을 찾아달라고 요청해 연간 약 3500달러를 절감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범용 AI 에이전트의 확산이 보험상품의 탐색 비용을 낮추고 소비자의 비교·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자동차, 여행자보험처럼 상품 구조가 비교적 표준화된 영역에서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한 뒤 실제 가입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가격 비교가 보험사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2.0 관련 자료에 따르면 플랫폼을 통한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중소형 보험사의 계약 점유율은 평균 41.4%로 집계됐다.

이에 보험사의 고객 유지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보험료가 비싸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번거로움 때문에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했지만, AI가 갱신 시점마다 조건을 비교하고 계약 전환을 대행하면 이 같은 소비자 관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금 청구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연구원은 AI 에이전트가 진료 기록과 보험계약을 대조해 청구 가능한 보험금을 찾아내고 청구 절차까지 대행하면 그동안 청구되지 않았던 보험금의 지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는 동시에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규모와 손해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보험 유통의 접점도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소비자가 보험사 홈페이지나 비교 플랫폼을 직접 방문하는 대신 AI 운영사가 소비자와 보험사를 연결하는 새로운 유통 관문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보험사가 AI 에이전트의 대리 권한을 확인하고 보장 조건을 포함한 공식 견적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용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험사가 공식 정보를 제공하는 경로를 구축하면 상품 비교의 정확성을 높이고, AI의 접근성이 높은 보험사로 거래가 쏠리는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도적 과제도 남아 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하거나 대리하는 행위를 보험모집으로 정의하고 모집할 수 있는 주체를 제한하고 있다.

향후에는 AI 에이전트의 행위를 보험모집에 포함할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정하고, AI가 소비자의 의도와 다르게 보험을 해지하거나 무단으로 보험금 수령 계좌를 변경하는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은 판매자와의 이해관계 여부에 따라 범용 에이전트 운영사를 구분하여 규율하고, 보험회사가 공식 보험료 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회와 모집의 경계 및 에이전트 공통 요건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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